실종 여성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으면 해"… 유서로 추정되는 글 남겨실종 당일 '친언니 구조 요청', '파마 후 SNS 인증샷' 등 곳곳에 의문점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살고 싶은 욕구 반영된 잠재적 심리 표현"경찰, 다양한 가능성 열어 두고 수색작업 강화
  • ▲ ⓒ[김가을씨 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가을씨 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서 실종된 후 10여 일간 행방이 묘연한 김가을(23) 씨가 실종 전 자신의 태블릿PC에 "내 죽음에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으면 해"라는 내용의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씨가 실종 당일 미용실에서 파마를 한 뒤 SNS에 인증사진을 올린 점과 '언니가 쓰러질 것 같다'고 119에 신고한 점 등 아직까지 곳곳에 의문점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실종 당일 김씨는 퇴근 후 미용실에 다녀온다고 했으며, 실제로 자신의 SNS에도 인증사진을 올린 뒤 "파마 하자마자 비바람 맞고 13만원 증발. 역시 강남은 눈 뜨고 코 베이는 동네"라는 글을 남겼다. 

    김씨는 SNS에 이 글을 올리고 30분 후인 오후 9시쯤부터 언니·친구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같은 날 오후 11시1분 김씨는 자신의 언니가 쓰러져 있을지 모른다며 119에 직접 신고해 구급대가 언니의 자택으로 출동했다. 당시 김씨의 언니는 멀쩡한 상태였으며 이후 신고자의 목소리가 김씨가 맞다고 확신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두 가지 의문스러운 상황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공 교수는 먼저 실종 당일 119에 친언니 구조 요청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 "자살 전 마지막 주저 증후인 것 같다"며 "남아 있을 언니에 대한 걱정과 살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잠재적인 심리 표현이고, 누구나 자살하기 전에도 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살한 사람들은 죽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흔히 있어 특이한 사례는 아니다"라고 지적한 공 교수는 "119에 신고한 것 자체는 의미가 있어 보이며 상당히 고민한 흔적 같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실종 당일 미용실 방문 후 SNS에 인증사진을 올린 것을 두고는 "자살 직전 몸 치장을 하게 되는 어떤 관념에서 나온 행동 같다"면서 "자살하는 사람들은 목욕을 하거나 깔끔하게 새 옷을 갈아입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SNS 인증사진을 두고는 "일종의 자기 흔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며 "남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지막 이미지를 남겨 두고 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 교수는 김씨가 남긴 유서와 관련해서도 "자살한 사람들 30% 정도만 유서를 남기는데,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의 '목적성 유서'와 남은 사람들을 향한 걱정을 말하는 등의 '인사성 유서'가 있다"고 소개했다. 

    "유서 내용이 자세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내 죽음으로 사람들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일부 공개된 내용은 '인사성 유서'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윤 교수는 "그 자체가 잠재적인 생존욕구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경찰은 가양역 부근에서 사라진 김가을(24) 씨의 행방을 쫓기 위해 가양대교 인근에 드론까지 투입하는 등 수색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11시쯤 가양역에서 내려 1㎞ 정도 떨어진 가양대교 남단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이후 행적이 묘연하다. 휴대전화 위치신호 역시 가양대교 근처에서 잡힌 것이 마지막이다.

    경찰은 통신 내역과 CCTV 등을 확인하며 김씨의 행적을 추적하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서울경찰청 드론팀까지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범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