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기사 쓴 기자의 실명과 연락처 공개… '좌표' 찍어 지지자들에 비난하도록 유도법원 "기자 프라이버시·인격권 침해… 정신적 손해 배상할 책임 있다" 판결
  •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종현 기자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종현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기자의 실명과 연락처를 공개했다 손해배상금 200만원을 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4단독 김창보 원로법관은 29일 뉴데일리 A기자가 추 전 장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추 전 장관에게 "원고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기자는 지난해 10월 성남 국제마피아파 핵심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추 전 장관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당시 여당 주요 인사들과 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A기자는 보도 전, 추 전 장관에게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듣고 싶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보도가 나온 후, 추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자의 질문에 사진 찍은 사람과는 전혀 모른다고 설명했는데도 저의 공적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악의적 보도를 했다'는 글을 올리며 A기자와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A기자의 실명과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논란이 일자 추 전 장관은 1시간여 만에 A기자의 전화번호 일부를 블라인드 처리했으나 이미 퍼져나간 뒤였다. 추 전 장관의 일방적인 '좌표 찍기'로 인해 A기자는 전화·문자폭탄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A기자는 "추 전 장관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 과도한 비방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추 전 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2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김창보 원로법관은 "추 전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원고의 번호를 공개해 원고가 추 전 장관의 지지자들로부터 다수의 비난전화와 문자를 받게 한 행위는 원고의 프라이버시(사생활)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원고에게 그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원고와 추 전 장관의 지위, 원고의 취재 경위와 기사의 내용, 추 전 장관이 SNS를 통해 제기한 반론의 내용, 추 전 장관이 원고의 번호를 노출시킨 경위와 그 방법 및 노출기간, 원고가 입은 피해의 정도, 그 후의 진행경과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감안하면, 추 전 장관이 원고에게 지급할 위자료 액수는 2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비트윈의 박진식 변호사는 판결과 관련 "추 전 장관의 행위가 기자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임을 명시적으로 밝힌 판결"이라며 "자신을 비판하는 하급자의 잘못을 들춰 공개된 공간에 전시해놓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비난하게끔 유도하는 '좌표 찍기' 행위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