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보위부 정보원 "자수했으니 선처해 달라"재판부 "자수 아냐… 범행 고의 인정돼"
  • 대한민국 법원. ⓒ정상윤 기자
    ▲ 대한민국 법원. ⓒ정상윤 기자
    북한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성(일명 보위부)의 지령을 받고 탈북민 납치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북한 정보원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노호성)는 29일 국가보안법 위반(목적수행) 혐의로 기소된 탈북자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자격정지 2년6개월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10년 3월 북한 보위부 정보원으로 일하면서 중국 장백현에서 탈북민 B씨를 납치해 북한 보위부에 넘기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1997년 탈북해 2009년 국내로 들어온 B씨는 '국내 수사기관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문건을 주겠다'는 A씨 말에 속아 납치 장소로 유인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북송된 탈북민 B씨의 소식은 묘연한 상태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납치는 강요된 행위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해당 사실을 털어놔 자수했으므로 형이 면제되거나 감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북한의 강요로 인한 범행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북한 당국에 인계되면 구타를 당하거나 정치범교화소로 이송돼 중대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을 A씨가 인식하고도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다"며 "경제적 활동의 편의성을 위해 본인의 선택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점은 범행에 대한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은 북한 당국의 반인권적 시스템에 의한 것으로, 오로지 A씨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렵고 (그가) 수사에도 적극 협조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