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후원 공문' 보내자… 성남FC "후원 유치 땐 성과금" 12일 뒤 지침 바꿔성남시 이듬해 7월 용도변경 허가… 성남FC, 두산건설과 53억원 규모 '광고협약'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의원… "이재명 측근 이모 실장이 두산 측에 먼저 요구"성남시 입장 바꾼 배경에 수사 집중 … 이재명 "지역 위한 기업 유치활동" 주장
  • ▲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해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해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남시장 시절 기업으로부터 '대가성 후원금'을 받은 정황이 또 나왔다. 이 의원은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기업 유치활동"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27일 법조계와 SBS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014년 10월 성남시에 '두산 신사옥을 건립할 수 있도록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병원 부지의 용도를 업무시설로 바꿔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것이 이행될 경우 성남FC 후원 등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병원 부지는 특혜 논란으로 10년 넘게 용도변경이 거부되던 땅으로, 성남시는 약 한 달 전인 2014년 9월 21억여 원의 이행강제금을 두산건설에 부과했다.

    하지만 공문이 발송된 지 12일 만에 성남FC는 '광고 등 후원을 유치한 사람에게 성과금을 지급하겠다'는 내부 지침을 만들어 두산으로부터 후원을 받기 위한 밑작업에 속도를 냈다.  

    이듬해 7월 성남시는 용도변경을 통한 두산그룹 신사옥 신축과 계열사 이전 계획을 발표했고, 그해 10월 성남FC와 두산건설은 53억원 규모의 광고협약을 맺었다. 

    성과금 지침에 따라 12월에는 당시 성남FC 직원 이모 씨가 두산건설 광고 유치 공로로 3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모 씨는 성남시 축구협회장을 지낸 이기원 경기도축구협회 부협회장의 조카로 2015~17년 성남FC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하며 후원금 모집을 담당했다. 

    수사당국은 용도변경 건의를 10년 넘게 받아들이지 않던 성남시가 두산그룹에 특혜를 안겨 준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방침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성과금 지급 과정과 후원금 용처에 주목하고 있다. 

    성남지청 수사팀은 이 의원 측근으로 꼽히는 이모 전 성남FC 마케팅실장이 두산 측에 먼저 후원을 요청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은 2015년 네이버 등으로부터 19억원의 후원금을 유치한 후 세전 1억7200만원의 성과금을 지급받았다. 이 전 실장은 이후 성남FC 대표를 지냈고, 이 의원 측근 인사와 함께 홍보회사를 운영하거나 경기도주식회사에서 일했다.

    이재명 "지역경제 발전 도모 위한 기업 유치활동" 해명 되풀이

    이 의원 측은 27일 성명을 내고 "전국 모든 지자체는 세 수익을 높이고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기업 유치활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 측은 그러면서 "성남시는 두산그룹 유치로 3000~4000명의 노동자 유입을 기대하고, 법인 지방소득세 등 추가 세원을 발굴했으며, 장기간 흉물로 남아 있던 부지를 처분했으니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모범행정을 선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남FC 광고 수주에 따른 성과급이 일부 직원에게 집중됐다는 지적에 이 의원 측은 "영업이익을 촉진하기 위해 광고영업을 한 직원 등에게 성과보수를 지급했다"며 "이석훈 전 성남FC 대표는 지역 방송국에서 이사로서 광고영업을 담당한 경력이 있고, 성남FC에서 광고영업의 성과를 내 대표로 승진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이석훈 전 대표는 2016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성남FC 대표이사를 맡았고, 2019년 1월부터는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대표를 맡아 지난 1월 임기가 만료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의원이 성남시장이던 시절 네이버·두산 등으로부터 160억원의 후원금을 받고 사업상 특혜를 줬다는 것으로, 현재 분당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