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만으로 노동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고령자고용법 위배"'임금피크제 유효성 판단' 첫 기준 제시… 관련 줄소송 이어질 듯
  • ▲ 대법원. ⓒ정상윤 기자
    ▲ 대법원. ⓒ정상윤 기자
    정당한 사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67)가 과거 재직했던 B연구기관을 상대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삭감했던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며 낸 임금송소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로, 향후 관련 임금소송에 큰 영향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1991년 B연구기관에 입사해 2014년 명예퇴직했다. B연구기관은 노사합의를 통해 2009년 1월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당시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은 A씨는 직급이 2단계, 역량등급이 49단계 강등된 수준의 기본급을 지급받게 됐다. 이에 A씨는 2014년 퇴직하면서 그간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받지 못한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임금피크제는 경영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그 목적을 55세 이상 직원만 대상으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연구기관의 임금피크제가 임금이나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노동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고령자고용법 제 4조의 4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 같은 결정에 B연구기관 측은 "임금 삭감 대신 근로자의 업무량이 감소하고 상시적 명예퇴직제도도 함께 운영됐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A씨의 손을 들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