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공영방송운영위 법안 찬성' 칼럼에 분노""운영위원회 25人 중 親민주가 2/3…사장선임 좌우""親민주당 지분 늘리는 법안을 수용하라는 건 궤변"
  •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인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자유언론국민연합,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행동하는자유시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소속 조합원과 회원들. ⓒKBS노동조합 제공
    ▲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인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자유언론국민연합,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행동하는자유시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소속 조합원과 회원들. ⓒKBS노동조합 제공
    미디어 전문가로 알려진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20일 조선일보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그래도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개혁하는 게 옳다)을 기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공영방송이사회를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확대·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민주당 혹은 언론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와 가까운 직능단체나 학회, 방송 종사자들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공영방송을 영구히 장악하려는 민주당의 꼼수가 숨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지난 5년 동안 복수의 보수매체에 지속적으로 칼럼을 게재하며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윤 교수가 갑자기 왜 이런 글을 썼고, 이런 논조의 칼럼을 조선일보가 왜 실어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 보수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좌파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인데‥ 이걸 수용하라니"

    이날 '공영방송을 민노총에 상납하라? 윤석민 교수 궤변 배설 실어준 조선일보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으로 윤 교수의 칼럼을 강하게 비판한 KBS노동조합은 이 글을 '궤변'으로 규정한 뒤 "윤 교수가 우리나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투쟁해온 모든 시민, 사회, 노동단체에 '빅엿'을 먹였다"고 분개했다.

    KBS노조는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행 KBS 이사회와 MBC 방문진을 해체시키고, 그 자리에 25명의 운영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정치적 후견주의'를 막을 수 있다는 그럴듯한 '야바위 사탕발림'을 해놨지만, 본질은 25명 중 2/3가 넘는 최소 17명을 민주당과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세력이 지지하는 세력들로 채워 윤석열 정권에서도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윤 교수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조선일보에 마음놓고 '배설'했다고 분노한 KBS노조는 "보수 정론지를 표방하는 조선일보가 '공영방송을 언론노조에 상납하는 법안에 찬성하라'는 뉘앙스의 뻔뻔한 궤변을 실어준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KBS노조는 "우리는 뜻을 같이하는 모든 시민·법조·사회·노동단체와 함께 윤 교수와 조선일보를 응징하겠다"며 "공영언론을 언론노조의 손아귀에 다시 집어 넣어주자는 궤변을 배설한 자와 더불어 이런 글을 무개념으로 실어준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노조는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인선부터 특정 재벌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더니 결국 윤석민 궤변 사태까지 터졌다"며 "지난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뭐하다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이 마치 '만주 독립운동가'인 것처럼 사이비 행세를 하는 자들이 활개를 치고 자리 하나 꿰어차려는 썩은 냄새가 벌써부터 진동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윤 교수도 그런 부류로 보인다"고 비난한 KBS노조는 "그런 자들이 대통령실 주변에서 설칠수록 윤석열 정권의 언론정책은 친언론노조화 돼 '언론노조의 투쟁 진지'를 활짝 열어주는 어리석음을 반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운영위원회 25人 중 親민주당이 2/3… 사장선임 좌우"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소속 의원 171명 전원 명의로 발의한 이 법안은 현행 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법 일부를 개정해 3대 공영방송사(KBS·MBC·EBS)의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이사회를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KBS 이사는 7대 4,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6대 3으로 사실상 정부·여당이 공영방송 사장 선출권을 갖는 기존 선임 방식을 개선해야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앨 수 있다는 게 이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의 주장이다.

    따라서 여·야 추천을 받아 공영방송 이사진을 임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시청자나 지방의회, 방송 관련 직능단체들도 운영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을 살펴보면 언론노조와 가까운 직능단체나 학회, 방송 종사자들이 운영위원 추천 권한을 지녀, 새롭게 꾸려질 운영위원회가 언론노조나 민주당에 유리한 구조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언론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만약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권을 갖는 '25인 운영위원회'의 3분의 2 이상이 '친민주당' '친언론노조' 성향 인사들로 채워질 경우, 사실상 민주당의 당리당략에 부합하는 경영진이 선출돼 정치적 후견주의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겉으론 후견주의 배제… 속으론 親민주당 지분 늘려"

    KBS노조 등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의석 수를 감안할 때 8명의 국회 추천 운영위원 중 민주당 추천인사는 4명이고, 방송 관련 직능단체 추천인사 7명은 한국방송협회 2명, 종사자 대표 2명,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협회 각 1명으로 대부분 '친민주당' '친언론노조' 성향 인사들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 추천인사 3명 중 1~2명은 친민주당 인사일 가능성이 높고, 방송사 경영진이 임명하는 시청자위원회의 추천인사들(3명)도 친민주당 성향 인사로 구성될 확률이 높다는 게 KBS노조 등의 분석이다.

    여기에 시도의회의장협의회 몫으로 예상되는 친민주당 성향 인사가 2명가량 된다고 가정해보면, 총 25명 가운데 17~18명 이상이 민주당과 가까운 인사들로 꾸려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KBS노조 관계자는 "종사자 대표 2명을 누구로 정할 지에 대해선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최대 규모의 이익단체가 유리하다고 볼 때 언론노조인 KBS 2노조와 MBC 1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게다가 언론노조와 가까운 방송 관련 직능단체 몫도 크기 때문에 새롭게 꾸려질 공영방송운영위원회가 민주당에 유리한 구조로 조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사장 선임 절차를 규정한 항목 보면 시청자사장추천평가위원회가 복수로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고, 재적 운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특별다수제가 도입됐다"며 "이에 따라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방송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민주당이나 언론노조가 원하는 대로 끌고 나갈 것"으로 우려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의 운영위원을 추천하도록 한 내용이 없고,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방송 편성에 개입하거나 경영에 참여한 바도 없다"며 "국민의힘과 정의당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정치 세력에게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정치권력 입김이 닿지 않게 할 방송법 개정'을 요구했을 뿐, 언론노조는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할 뜻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