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수원지검 복귀 통보에 사직서 제출서지현 "출장길에 짐 쌀 시간도 안 주고 모욕적인 복귀 통보"
  • ▲ 작년 8월 12일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서지현 검사. ⓒ연합뉴스
    ▲ 작년 8월 12일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서지현 검사. ⓒ연합뉴스
    검찰 내 '미투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서지현 검사가 법무부의 '원대복귀' 통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17일 디지털성범죄 전담팀장으로 파견됐던 서 검사에게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복귀를 통보했다. 서 검사는 이를 두고 "모욕적인 복귀 통보"라고 공개비판하며 사의를 표했다.

    서 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출장길에 17일자로 성남지청으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고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며 "이렇게 짐 쌀 시간도 안 주고 모욕적인 복귀 통보를 하는 것의 의미가 명확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맡고 있던 TF팀 마무리가 안 됐고 자문위원은 3개월, 전문위원은 5개월이나 임기가 남았는데 하는 한가지 아쉬움만 있을 뿐"이라고 밝힌 서 검사는 "전 정권에서도 인사를 잘 받은 적은 없고, 끊임없는 나가라는 직설적 요구와 광기 어린 2차 가해에 무방비하게 노출돼온 터라 큰 서운함은 없다"고 그간 겪은 처우와 심경을 밝혔다.

    이어 "많은 분의 도움으로 성범죄종합대책 Ver.1(버전1)이라도 만들어 놓고 나올 수 있으니, 검사로서 검찰청에서 세우지 못한 정의에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서 검사는 덧붙였다.

    서 검사는 그러면서 "검사로 산 게 18년, 미투 이후 4년"이라고 자신의 검사생활에서 큰 계기가 된 미투운동을 언급한 후, "후련한 마음이 큰 걸 보니 되도록이면 의연하게 보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나 보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공교롭게도 한동훈 법무부장관후보자의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진 서 검사를 대상으로 한 원대복귀 통보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동훈 장관 체제 전 '솎아내기'를 통해 토대 다지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 검사는 2018년 1월 JTBC와 인터뷰를 통해 2010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당시 한국사회에 만연했던 '미투운동'을 더욱 촉발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수의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다만 서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5년) 만료로 기소가 이뤄지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