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대국민 메시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보답하며 살겠다"
  • ▲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사저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사저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습니다."

    24일 대구시 달성군 '새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며 "실망을 드렸음에도 따뜻하게 맞아주신 달성군민들과 대구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뜻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대구시 달성군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이날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을 참배한 박 전 대통령은 오후 12시 15분쯤 대구 사저에 도착해 5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된 소감을 밝혔다.

    "실망 드렸음에도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

    사저 앞에서 화동(곽민규 군)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아 든 박 전 대통령은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여러분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뵈니 지난날의 한 가지 이야기가 떠오른다"며 "달성에서 선거운동에 한창 벌일 때 지나가던 분께서 이곳 공기가 참 좋다고 하셨는데, 처음엔 시골이니까 공기가 좋다는 말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그 말은 이곳 선거 분위기가 좋다는 말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로 다시 갈만큼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립다"고 토로한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며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코로나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은 이 시기에 여러분들의 건강을 각별히 잘 챙겨 달라"고 당부한 박 전 대통령은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하겠다"고 대국민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허리디스크와 어깨 통증이 악화돼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24일 특별사면을 받고 같은 달 31일 석방됐으나 건강상의 문제로 계속 병원에 머물러 왔다.

    경찰버스 50대 투입… 전국서 지지자 3000명 몰려 '인산인해'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주변에는 오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사저가 위치한 쌍계오거리 일대는 물론 달성군이 마련한 인근 주차장까지 차량이 꽉 들어차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대구‧경북‧울산‧부산‧경남 등 각지에서 급파된 경찰병력 1200여명과 경찰버스 50대가 쌍계오거리에 투입된 가운데 전국에서 3000명 이상의 지지자들이 운집해 사저 앞에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저마다 태극기와 녹색(혹은 흰색) 풍선을 손에 든 지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며 박 전 대통령의 무사귀환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달성군에 산다는 50대 여성은 "고생만 하시던 대통령님께서 드디어 사저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밤잠을 설쳤다"며 "막상 뵈니 생각보다 건강하신 것 같아 너무나 다행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왔다는 60대 남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무효"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명예회복이 되셨으면 좋겠고, 더욱 건강하시길 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할 때 한 괴한이 소주병을 집어 던져 잠시 행사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은 소주병을 투척한 30대 남성을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 남성은 자신을 인민혁명당 소속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 화동을 끌어 안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화동을 끌어 안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다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전문.

    존경하는 달성 군민 여러분, 그리고 대구 시민 여러분, 박근혜입니다. 오랜만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립니다.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듯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에 이곳 달성의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 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입니다.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하였습니다.

    저도 이곳 달성군에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습니다. 그래서 이 달성군 흙 속에 저의 발자국도 분명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달성군 관내 명칭들을 보면 이곳 유가, 구지, 다사, 하빈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이름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만큼 저에게도 이곳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입니다.

    오늘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 뵈니까 지난 날의 이야기 한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달성에서 선거운동을 한참 벌이고 있을 때 지나가던 어떤 분이 이곳 공기가 참 좋습니다,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시골이니까 공기가 좋다는 말인가,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말은 이곳에서 선거 분위기가 좋다는 그런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돌아 갈수만 있다면 그때로 다시 갈 만큼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시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습니다. 그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합니다.

    앞으로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습니다. 이곳에 여러분과 같이 좋은 분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돼서 무척 기쁘고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코로나 등으로 인해서 어려움이 많은 이 시기에 여러분들 건강 각별히 잘 챙기시고, 또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화동을 끌어 안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 화동을 끌어 안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 화동을 끌어 안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 화동을 끌어 안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 화동을 끌어 안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할 때 한 괴한이 소주병을 집어 던져 잠시 행사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정상윤 기자
    ▲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할 때 한 괴한이 소주병을 집어 던져 잠시 행사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정상윤 기자
  • ▲ 30대 남성이 투척한 소주병이 깨져 산산조각 난 모습. ⓒ정상윤 기자
    ▲ 30대 남성이 투척한 소주병이 깨져 산산조각 난 모습. ⓒ정상윤 기자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