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연맹, 캐나다·프랑스·노르웨이 '특수활동비’ 지원 내역 공개 캐나다·노르웨이는 특수활동비 아예 없어… "영수증 첨부 안 하면 총리 탄핵"프랑스도 2002년 비밀예산 폐지… 미국은 경호에만 정부 예산, 의상엔 지원 없어영부인이 직접 만들거나, 자비로 사거나, 선물 받거나, 빌려… 가끔 재활용도 일본선 벚꽃행사 초청자 선정에 아베 부인이 개입했다며, 총리 퇴진 요구까지
  • 2018년 10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을 당시 김정숙 여사. 입고 있는 옷은 샤넬로 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10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을 당시 김정숙 여사. 입고 있는 옷은 샤넬로 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이 되자 영부인 의전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에 따른 문제제기가 많다. 가장 많은 이야기는 ‘옷’과 관련한 것이다.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이 영부인 의전 비용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지 찾아봤다.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일본 등 선진국 가운데는 없었다.

    2018년 7월 靑 “영부인 의전 비용, 예산 편성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 수준’ 지원”

    지난 2월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정상규)는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이 청와대를 상대로 낸 특수활동비정보 비공개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018년 7월 의상 비용을 비롯한 영부인의 품위유지비와 대통령 취임 후 특별활동비 지출내역 등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기밀사항에 해당한다”며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청와대는 이때 “영부인 의전 비용은 예산에 명시적으로 편성돼 있지는 않지만, 국가 간 정상회담과 국빈 자격 해외 방문, 외빈 초청 행사 등을 수행할 때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 비용은 행사 부대경비로 엄격한 절차에 따라 필요한 ‘최소 수준’에서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행정법원은 이를 두고 “정부 예산 집행은 감사원 회계감사 및 국회 국정감사 대상이고, 그 집행 원칙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면서 “비공개를 통해 보호할 이익이 정보 공개의 이익보다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청와대 관계자들의 개인정보를 제외한 대통령 특활비 사용, 영부인 의전 비용 등의 공개를 명령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납세자연맹 “캐나다·프랑스·노르웨이는 총리·대통령 위한 특활비 없어”

    납세자연맹은 지난 2월15일 캐나다·프랑스·노르웨이 정부에 ‘특수활동비’ 명목의 예산 사용과 관련한 질의를 해 각 나라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았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캐나다 총리실은 “비밀스러운 예산(한국의 특수활동비 같은 예산)은 정부 지출의 투명성이나 신뢰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금지한다”며 “총리를 비롯한 모든 장관은 영수증을 포함한 예산 지출 내역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총리실은 “우리 정부에는 특수활동비 명목의 예산은 없다”면서 “총리라도 예산을 사용하고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으면 사임해야 하거나 탄핵 당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요청으로 조사한 프랑스 대통령궁 사례도 마찬가지였다고 납세자연맹은 밝혔다. 2020년 7월 법원행정처가 프랑스대사관을 통해 사실조회를 요청한 데 따르면, 프랑스는 2002년 올랑드정부 시절 특활비 같은 비밀예산을 폐지했다. 다만 대외안보총국(DGSE)처럼 국가안보 담당 부서에는 비밀예산이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 존 F.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선물 받은 드레스. 이 드레스는 현재 내셔널 아카이브에 보관·전시하고 있다. ⓒJFK 기념도서관 제공.
    ▲ 존 F.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선물 받은 드레스. 이 드레스는 현재 내셔널 아카이브에 보관·전시하고 있다. ⓒJFK 기념도서관 제공.
    美 영부인 의상 비용 절약 비결… 만들거나 사거나 빌리거나 ‘선물’ 받거나

    미국 백악관은 대통령 가족 경호에는 정부 예산을 쓰지만 일상생활, 의상 비용 등에는 세금을 일절 지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역대 미국 영부인들은 공식석상에서 착용할 의상을 조달하는 방법을 늘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6월 AP통신이 공개한 역대 미국 영부인들의 의상 조달 방식은 ▲기존 의상을 재활용하는 등 직접 만들거나 ▲자비로 구매하거나 ▲협찬 방식으로 대여하거나 ▲선물을 받는 식이었다. 미셸 오바마와 질 바이든 등은 자신의 옷을 재활용해 새 옷처럼 입고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재활용’은 드물다고 한다.

    공식 석상에서 입을 옷을 자기 돈으로 사 입은 영부인은 재클린 케네디와 멜라니아 트럼프가 대표적이다. 재클린 케네디는 시아버지 조지스 케네디가 옷값을 대준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니아 트럼프는 알려진 대로 자기 돈으로 옷을 샀다.

    낸시 레이건과 미셸 오바마는 의상을 대여했다. 미셸 오바마는 디자이너들에게서 종종 정상가격에서 80%를 할인받는 ‘특별할인가’로 구입, ‘사실상의 협찬’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미국 영부인들은 예부터 친분이 있는 디자이너로부터 의상을 ‘선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선물’로 받은 의상은 남편 임기 후 대통령기념물로 보관된다.

    일본 아베 총리, ‘벚꽃놀이’ 사유화로 퇴임까지 거론

    일본도 총리 부인의 의전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리 부인이 국가 예산 집행에 끼어드는 것을 얼마나 문제로 삼는지 보여 주는 사례도 몇 년 전에 있었다.

    일본은 매년 4월 도쿄 신주쿠 고엔공원에서 정부 주관으로 대규모 벚꽃놀이 행사를 연다. 참석자는 보통 총리실에서 선별해 초청한다. 

    그런데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이후인 2012년 4월부터 벚꽃놀이 행사 참석자가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예산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배정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 참고로 1만8000여 명이 참석한 2019년 벚꽃놀이 행사 지출 예산은 5519만엔(약 5억5500만원)이었다.

    이 기간 행사에 초청받은 사람 가운데 국가유공자는 줄어든 반면 정치 관계자는 3배 늘었다. 특히 아베 총리의 고향인 야마구치현 사람들이 대폭 증가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2019년 5월부터 “총리가 정부 행사를 사유화한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와중에 초청 대상자 선정에 아베 총리 부인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후 한동안 일본 언론은 총리 퇴진을 언급했다. 아베 정권은 이 일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