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못 만지는 개표 참관인은 한국 국적자만 가능… 개표 사무원은 규정 없어선관위 "개표사무원은 국적 규정 없다" 시인… 이번 대선도 '중국인이 개표' 가능성투표함·개표기 관리 중요한 역할… 총선 땐 은평·관악구 '중국인이 개표' 논란선관위, 공개 모집하지 않고 특정 단체로부터 위촉받아 승인… 논란 더 키워대선 개표 땐 36만명 필요… 전공노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수당" 개표 업무 거부
  • ▲ 2020년 4월 21대 총선 당시 서울 영등포의 한 개표소.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집계 중이다. (기사 본문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박성원 기자.
    ▲ 2020년 4월 21대 총선 당시 서울 영등포의 한 개표소.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집계 중이다. (기사 본문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박성원 기자.
    제21대 총선 당시 “중국인들이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노정희) 설명에 따르면, 오는 3월9일 대선 때도 중국인 등 외국인이 개표하는 장면을 볼 가능성이 크다.

    21대 총선 개표 맡은 조선족 중국인들… 당시 투표용지 집계, 봉인된 투표함 관리

    2020년 4월15일 제21대 총선 당시 서울의 한 개표 현장에서 조선족 중국인들이 개표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2020년 5월 당시 우파 유튜버 ‘하면 되겠지’와 우파 매체 ‘파이낸스투데이’는 “4월15일 총선 개표장에서 다수의 중국인이 개표 사무원으로 일하며 투표용지를 집계하고, 봉인된 투표함과 개표기를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유튜버 ‘하면 되겠지’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선관위는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 다수가 총선 개표를 맡은 사실을 인정했다. 은평구선관위는 개표 사무원을 공개 모집하지 않고 특정 단체로부터 위촉받아 선관위가 승인하는 형태로 뽑았다고 밝혔다. 서울 관악구선관위 또한 은평구선관위와 유사한 방식으로 개표 사무원을 뽑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관위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개표 사무원 모집 때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며 “국적이나 선거권을 따지는 개표 참관인과 달리 개표 사무원은 18세 이상의 성인이면 국적이나 자격 등을 따지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 때도 중국인유학생 등이 개표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개표 사무원이 그동안 몇 명이었는지 알 수 있느냐”고 묻자 중앙선관위는 “개표 사무원 중 외국인 현황은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해왔다.

    기초지자체 선관위서 ‘알바 모집’하듯 뽑는 개표 사무원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각종 공지사항과 보도자료, 알림 등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 사무원을 모집한다는 자료는 없다. 구글 등을 검색하면 각 시·군·구 등 기초지자체에서 해당 지역 대학 등에 “대선 개표 사무원을 모집한다”고 낸 공고만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관악구선관위가 서울대 각 학과에 보낸 공고문이 눈에 띈다.

    “2022년 3월9일 실시하는 제20대 대선과 관련해 관악구선관위 요청에 따라 투·개표 사무원 위촉 대상자를 추천받을 예정이니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붙임서류를 작성해 메일로 보내 달라”는 내용이다.

    대상자는 서울대 학부생·대학원생·교직원이고  근무는 사전투표일, 선거일 투표, 선거 개표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지원자격은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다. 서울대 각 학과가 대선 개표 사무원 모집 공고를 게시한 날은 지난해 12월23~24일이고, 지원 마감시한은 12월28일이었다. 즉 대선 개표 사무원 모집은 이미 끝났다.
  • ▲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봉인된 투표함을 살펴보면서 촬영하는 개표참관인들. 이들은 개표 때는 현장 2미터 이내 접근할 수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봉인된 투표함을 살펴보면서 촬영하는 개표참관인들. 이들은 개표 때는 현장 2미터 이내 접근할 수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인 개표 사무원 등장 가능성 대폭 높여준 전국공무원노조

    이번 대선 투·개표에는 36만 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선거 때마다 소요 인력의 60%가량을 지방 공무원이 맡았다. 그런데 이번 대선 때는 지방 공무원 11만여 명이 개표 사무 위촉을 거부했다.

    지난 15일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기초단체 공무원에 대한 선거사무 강제 할당을 중단하라”며 대선 개표 사무를 거부하고 나섰다.

    “개표 사무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선거 당일 14시간 이상의 노동에 시달리고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수당으로 받아왔다”고 지적한 전공노는 “정부와 선관위는 노동착취를 중단하고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이어 “11만여 명의 조합원이 선관위의 투·개표 사무 위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투·개표 사무를 볼 인력이 모자라면 선관위는 급히 모집공고를 내거나 지난 총선 때 은평구·관악구선관위가 했던 것처럼 특정 단체에 인력을 위탁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이 대선 개표 현장에 나타날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투표용지 못 만지는 개표 참관인은 한국 국적 가진 선거권자만 가능

    투표용지를 직접 만지고 봉인된 투표함을 관리하는 개표 사무원을 뽑을 때는 별다른 제한이 없지만, 개표를 참관하는 사람은 엄격히 뽑는 것이 현행 공직선거법이다. 중앙선관위 안내에 따르면, 개표 참관인은 한국 국적을 가진 만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선거권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다. 선거권이 없거나 공무원 등 직업 때문에 피선거권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은 공직선거법 제181조 제11항에 따라 개표 참관인을 할 수 없다.

    개표 참관인으로 일하려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신청을 하거나 주소지 관할 시·군·구 선관위 사무실을 방문해 서면으로 신청해야 한다. 신청한다고 다 개표 참관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2곳 이상의 시·군·구선관위에 중복해서 신청하면 무효 처리된다. 선관위는 이렇게 신청한 사람 가운데 각 시·군·구에서 필요한 인원만큼만 3월1일까지 추첨으로 뽑는다.

    개표 참관인은 개표 현장을 순회·감시·촬영할 수 있고, 개표에 관한 위법사항을 발견하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선관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인 개표 사무원’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실제로 투표용지를 집계하고 봉인된 투표함과 개표기를 관리하는 개표 사무원이 개표 참관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므로 철저히 제한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으냐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