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필리핀, 쿠바, 콜롬비아 대사 역임… 클린턴 장관 시절 美 INR 국장 맡아클링너 美헤리티지재단 선임 “골드버그 부임하고 대북압박 바로 강화하진 않을 듯”
  • ▲ 국내언론을 통해 신임 주한미국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필립 골드버그 콜롬비아 주재대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내언론을 통해 신임 주한미국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필립 골드버그 콜롬비아 주재대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이든정부 출범 이후 공석이던 주한 미국대사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 매체는 내정자를 대북제재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력을 보면 전형적인 외교관이다.

    “바이든정부, 신임 주한 미국대사에 필립 골드버그 내정”

    연합뉴스·한국일보 등은 26일 “과거 국무부에서 대북제재 이행을 총괄했던 필립 골드버그 콜롬비아 주재 미국대사가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됐다”는 정부 소식통들의 말을 전했다. 

    매체들은 이어 “바이든정부가 필립 골드버그 대사를 주한 대사로 내정하고 한국정부에 아그레망(주재국 신임장 제청)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7일 미국정부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날 “백악관에 신임 주한 미국대사 내정설과 관련해 문의했지만 ‘현재로서는 발표할 내용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국무부에도 같은 내용을 문의했지만 ‘백악관에 물어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보도했다.

    볼리비아·필리핀·쿠바·콜롬비아 대사 역임한 필립 골드버그

    국내 매체들은 골드버그 대사가 대북제재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와 조지타운대 외교학연구소 등이 소개한 그의 경력을 보면 대북제재와는 큰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다.

    1956년 8월 보스턴에서 태어난 골드버그 대사는 보스턴대를 졸업한 뒤 국무부에 입부했다. 그의 활약은 2004년 7월부터 2006년 7월까지 근무했던 프리슈티나 미국사무소장을 맡으면서 눈에 띄었다. 

    당시 내전이 끝나고 나라를 재건 중이던 코소보에는 분쟁을 막고 도시 재건을 지원할 사람이 필요했다. 골드버그 대사가 이런 임무를 맡았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어 2006년 10월부터 2008년 9월까지 볼리비아 대사, 2013년 1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필리핀 대사, 2018년 2월부터 7월까지 쿠바 대사대행을 역임하고, 2019년 9월부터 현재까지 콜롬비아 대사를 맡았다.

    대북제재이행조정관보다 국무부 정보조사국장 재임 기간 훨씬 길어

    그 사이인 2009년 6월부터 2010년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이행조정관(Coordinator for Implementation of UN sanctions on North Korea)을 지냈고, 이어  2010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4년 동안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Intelligence & Reasearch) 국장(차관보급)을 지냈다.

    2009년 통과된 유엔 대북제재는 1874호뿐이다. 이 결의는 골드버그 대사가 조정관에 임명된 2009년 6월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됐다. 

    유엔 대북제재 1874호는 ▲유엔 회원국이 자국 영토에서 북한을 오가는 화물의 검색 및 압류·처분할 권한을 주고 ▲북한과 무기 관련 모든 물자 거래 금지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는 북한과 금융거래 및 경제지원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다.

    골드버그 대사가 4년 동안 국장을 맡았던 INR는 중앙정보국(CIA)·국방정보국(DIA)과 함께 미국의 핵심 정보기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공개 첩보 수집(OSI)을 주로 하는 INR는 첩보 수집의 범위가 매우 넓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골드버그 대사가 INR 국장을 맡았던 시기는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이었을 때(2009년 1월~2013년 2월)와 겹친다.

    美전문가 “골드버그 대사 부임하면 오바마 때처럼 대북압박 강화 안 할 듯”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골드버그 대사가 신임 주한 미국대사를 맡으면 미국의 대북압박 조치가 크게 강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바이든정부가 주한 미국대사를 지명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는 한미관계에서 껄끄러운 요소들을 제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어 “골드버그 대사가 부임한 뒤 바이든정부가 대북압박 조치를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골드버그 대사가 대북제재이행조정관을 지낸 시기가 1년이 채 되지 않고, 오바마정부 당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자들을 적극 제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만약 바이든정부가 대북압박을 강화한다면 이는 북한의 행동에 따른 대응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