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이규민… 지지율 갇히자 文 비판 문재인정부와 차별화, 중도층 흡수 노려… 송영길·윤호중 등 586 운동권에 칼날
  • ▲ 정성호 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뉴시스
    ▲ 정성호 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으로 시끄럽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핵심 측근 인사들로 분류되는 7인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586 용퇴론에 동조하고 나선 가운데 당사자인 586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사태를 관망하며 향후 행보를 고민 중이다.

    "文정부, 보은인사·진영인사 고리 못 끊어"

    현역 국회의원 중 이 후보의 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7인회 의원들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에서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은 대선을 44일 앞둔 시점이다.

    이들은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소위 7인회로 불리는 저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국민이 선택해 주실 이재명정부에서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을 것임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보은인사, 회전문인사, 진영인사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앞으로 국민이 선택해 주실 이재명정부는 달라야 한다"며 문재인정부의 인사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문재인정부를 향한 비판을 부동산정책으로 국한하던 이 후보 측에서 이례적으로 인사문제까지 거론하며 차별화에 나선 셈이다.

    7인회는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여의도 정치권에 지지기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던 이 후보가 민주당 핵심부에 안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며 10여 년간 이 후보를 도왔던 정성호 민주당 의원을 주축으로 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 의원과, 지난 9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규민 전 의원 등 7명이 7인회로 불린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이규민 전 의원을 뺀 나머지 6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 곁을 지키며 캠프 핵심 실세 역할을 했다. 이 후보가 경선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승리한 직후 이들은 민주당 선대위의 직책을 맡지 않았다. 경선으로 갈라진 당의 상황을 봉합하기 위한 원팀 기조에 따라 경선에 나섰던 다른 후보 측 인사들을 선대위로 흡수하면서다. 

    그러다 이 후보가 지난해 11월 원팀을 표방하며 구성한 매머드급 선대위가 기민한 움직임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서 7인회 인사들이 재등장했다. 

    민주당 선대위가 이 후보가 주장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재편되면서 현재 선대위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총무본부장을 김영진 의원이 맡았다. 또 직능본부장에는 김병욱 의원이 임명됐다. 김남국 의원은 온라인소통단장, 임종성 의원은 4050위원장직을 수행 중이다.

    "종로구 등 재·보궐선거 공천에도 영향"

    이런 7인회가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며 임명직 고사 의지를 피력한 것은 이 후보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6~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30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4일 공개한 결과(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1.8%p)에 따르면, 윤 후보 42.0%, 이 후보 36.8%로 나타났다.

    윤 후보는 전주 조사 대비 1.4%p, 이 후보는 0.1%p 상승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직전 조사(3.9%p)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진 5.2%p를 기록했다. 이밖에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35~38%에서 등락을 반복한다. 

    이 후보도 7인회 의원들이 성명을 발표를 하기 직전 경기도 용인시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관련 공약을 발표하기에 앞서 갑작스레 큰절을 하며 국민을 향해 사과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24일 이후 두 번째 큰절 사과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후보가 반등을 꾀할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문재인정부 비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문재인정부와 극적인 차별화를 통한 중도층 흡수를 위해 이 후보의 측근 인사들이 문재인정부의 핵심 요직을 차지했던 586 운동권 인사들의 용퇴론을 띄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24일 통화에서 "586 운동권 세대가 주도하는 문재인정부가 우리 지지층에게는 강력한 지지를 받지만 정권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55%라는 것은 결국 중도층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무난한 패배보다는 확실한 차별화를 가져가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문재인정부를 이끌었던 586 인사들의 임명직 고사부터 시작되지만, 결국 재·보궐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5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핵심 주류다. 민주당에는 '586 민주화 엘리트'로 평가받는 의원들만 60여 명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모두 586 운동권 출신이다.

    또 문재인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유은혜 교육부총리,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장관 등이 있다. 이밖에도 다수의 5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요직에 있다.

    586 운동권 인사들, 사태 관망하며 향후 행보 고민

    이 같은 586 용퇴론은 23일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운을 떼면서 공식화했다. 김 의원은 "586 용퇴론이 나온다. 집권해도 임명직 맡지 말자는 결의"라며 "그러나 임명직 안 하는 것만으로 되나. 이 정치를 바꾸지 못할 것 같으면 그만두고 후배들에게 물려주든지, 정치를 계속하려면 이 정치를 확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24일에는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이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강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 내에 그런 흐름이 있고, 그런 흐름들을 이야기하는 586 선배들의 목소리들이 꽤 있다"며 "586 용퇴론이라는 단어들이 우리 당에 나온다는 것은 민주당이 뭔가 혁신하고 새롭게 바뀌려고 하는 몸부림의 과정에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 측 인사들이 '586 용퇴론'을 적극적으로 띄우고 나섰지만 정작 민주당 내 5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사태 추이를 주시하며 향후 행보를 저울질 중이다. 

    586 출신으로 평가받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면서도 "뜬금없기는 하다. 586이라는 특정 세대를 싸잡기보다 당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자는 데에 더 큰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운동권 출신의 한 의원은 "우리가 물러나서 이긴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대선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사에서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