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 선관위 간부들, 김세환 사무총장 만나 "상임위원에 친여 인사 임명 안 돼""文캠 출신 조해주 전 상임위원 사례 되풀이해선 안 된다"… 정치적 중립성 강조청와대가 밀던 조해주, 21일 사퇴… 24일 별도의 퇴임식 없이 상임위원서 물러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상윤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상윤 기자
    전국 17개 시·도선거관리위원회 간부들이 차기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에 친여 인사가 임명돼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현역 위원을 상임위원에 지명할 경우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선관위 간부들은 지난 20일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만나 이 같은 견해를 전달했다. 

    간부들은 대통령이 임명한 비상임 선관위원 2명(이승택·정은숙)을 호선(互選) 방식을 통해 상임위원에 앉힐 경우 "회의장 앞에서 피켓시위에 나서겠다"고도 경고했다.

    김세환, 노정희·조해주에 선관위 간부들 뜻 전해

    선관위 간부들의 뜻을 전해들은 김 사무총장은 이런 견해를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대법관)과 조해주 전 상임위원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선관위 관계자는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으로 임명될 때부터 논란이 됐던 조해주 전 상임위원 사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 후임 상임위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조선일보에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21일 사퇴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이승택·정은숙 현 선관위원 중 한 명이 호선(互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앙선관위원은 대통령 임명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국회 선출 3인으로 구성된다.

    문 대통령이 외부인사를 새로 임명할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닥칠 수 있어 기존 위원들 중에서 조 전 상임위원의 후임을 뽑으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상임위원으로 이승택 선관위원이 유력하다는 구체적인 관측도 제기됐다.

    "선관위, 불공정 집단으로 전락한 데 따른 불만 폭발"

    국민의힘 몫으로 중앙선관위원으로 추천됐던 문상부 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조 전 위원이 임기를 더 이어가려다 선관위 직원들의 집단 항의에 부닥쳐 결국 사퇴한 것과 관련 "조 위원 재임시절 선관위가 각종 논란에 휘말려 불공정 집단으로 전락하면서 쌓인 직원들의 불만과 울분이 폭발한 것"이라고 이 신문을 통해 주장했다.

    문 전 위원은 선관위 1급 간부부터 9급 직원까지 조 전 위원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과 관련 "공무원 중에서도 정치중립에 누구보다 예민한 선관위 공무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며 "선관위 직원들 사이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이번 대선도 불공정 논란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거쳐 상임위원을 지내다 2018년 12월 퇴임한 문 전 위원은 국민의힘이 선관위원으로 추천했으나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본회의에 임명안이 상정되지 못하자 지난 22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문상부 "또 친여 인사 임명 때는 '제2의 조해주' 사태 부를 것"

    문 전 위원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여야가 뜻만 모으면 조 전 위원 후임으로 중립적인 인물을 찾아 임명할 수 있다"면서 "만약 현 여권세력이 조 전 위원 후임에도 친여 인사를 임명하려 한다면 '제2의 조해주 사태'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전 위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후임 상임위원에는 정치적 편파 시비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선관위를 둘러싼 정치편향 시비를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선관위는 중앙선관위원 회의록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조 전 위원이 재임한 지난 3년간 각종 선거 때마다 정치편향 의혹을 샀다. 지난해 4·7서울시장보궐선거 때는 민주당을 연상시키는 파란색의 택시 래핑 광고를 제작하는 한편 '보궐선거 왜 하죠?' '내로남불' 같이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을 불허해 여당 편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2020년 4·15총선 전에는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명칭이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이름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쓰지 못하게 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야당은 해당 결정을 내린 위원회 회의록을 요구했지만 선관위는 이를 거부했다. 

    한편 3년 임기를 마친 조 전 위원은 24일 별도의 퇴임식 없이 상임위원에서 물러났다. 9명의 선관위원 가운데 조 전 위원이 사표를 낸 데 이어 문 전 위원도 선관위원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