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김만배, 2020년 3월24일 카페서 만나… '50억 클럽' 6명 거론하며 "계산"김만배 "그러면 얼마야?" 묻자… 정영학 "50, 50, 50, 50, 50, 50이면 300(억)" 대답성남시의회 'YOO 15억, KOO 5억' 전달 계획… 박영수 인척 이모 씨도 언급
  • ▲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오전 공판을 마친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강민석 기자
    ▲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오전 공판을 마친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강민석 기자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정영학(54)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6·구속) 씨가 대장동 사업 아파트 분양수익을 정치인과 법조인 등 유력인사 6명에게 50억원씩 챙겨 주려고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6명에는 권순일 전 대법관도 포함됐다.

    한국일보는 19일 '정영학 녹취록'을 입수해 정 회계사와 김씨가 만나 '50억 클럽'과 관련해 논의한 내용을 보도했다.

    성남시 운중동 카페에서 로비 계획 논의

    이는 정 회계사가 2019년 12월부터 약 8개월간 김씨와 직접 만나 녹음한 대화 녹취록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정 회계사와 김씨는 2020년 3월24일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의 한 카페에서 '50억 클럽'과 관련한 자세한 계획을 논의했다.

    화천대유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2015년 6월 사업협약을 체결하며 대장동 사업부지의 공동주택 용지 15개 가운데 5개 블록을 직접 시행해 분양하기로 했다. 김씨는 이 5개 블록 중 하나인 A12 블록 분양을 통해 420억원 정도의 이익이 생긴다는 계산을 정 회계사에게 전했다.

    "최재경·박영수·곽상도·김수남·홍선근·권순일, 그러면 얼마지?"

    김씨는 이 자리에서 "50개가 몇 개냐? 쳐(계산해)볼게"라며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된 인물들의 이름을 읊었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최재경(전 청와대 민정수석)·박영수(전 특검)·곽상도(전 국민의힘 의원)·김수남(전 검찰총장)·홍선근(언론사 회장)·권순일(전 대법관). 그러면 얼마지?"라고 정 회계사에게 물었다.

    이에 정 회계사가 "5억원씩입니까? 50억원씩입니까?"라고 되묻자, 김씨는 '50억 클럽' 인사의 이름을 서너 차례 반복해 읊으며 "그러면 얼마야?"라고 재차 물었다. 정 회계사는 "50, 50, 50, 50, 50, 50이면 300(억원)"이라고 답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김씨는 '50억 클럽'에 이어 'YOO 15억, KOO 5억(원)' 등 성남시의회 쪽 인물들에게도 총 20억원을 주려는 계획도 밝혔다. 이어 "(420억원에서) 100억원이 남네. 이OO 것까지는 되네"라고도 언급했다. '이OO'은 박 전 특검의 인척이자 분양대행업체 대표로, 김씨로부터 100억원가량을 전달받아 토목건설업체 대표 나모 씨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A12 블록 분양수익 420억, 통째로 로비 자금으로 사용 계획

    김씨는 A12 블록 분양수익 420억원을 모두 '50억 클럽' 인물들과 성남시의회 측 인사 등에게 전달할 계획을 세웠던 셈이다.

    '50억 클럽' 의혹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급하며 처음 드러났다. 당시 같은 당 소속이던 곽 전 의원 등 6명의 유력인사가 김씨로부터 50억원을 받았거나 추후 받기로 약속된 로비 대상이라는 주장이었다. 박 의원이 이 같은 주장을 한 근거 역시 정 회계사의 녹취록이었다.

    김만배 씨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에게도 30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최 전 의장은 또 이와 별개로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근무하며 급여와 성과급 41억2000만원을 약속받고 그중 8000만원을 실제로 받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최 전 의장은 지난 18일 밤 사후수뢰 혐의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