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발붙이기 쉬운 곳은 종교계… 정계·법조계·언론계에도 문어발처럼 뻗어”“北 정찰총국서 2012년 대선 댓글 여론조작 수행…‘드루킹’ 원조는 북한이다”
  • ▲ 불법 댓글조작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드루킹' 김동원 씨(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정상윤 기자.
    ▲ 불법 댓글조작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드루킹' 김동원 씨(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정상윤 기자.
    “북한 간첩들이 남한의 주요기관은 물론이고 각계각층에도 문어발처럼 뻗어 있다”고 북한 정찰총국 대좌(대령과 준장 사이 계급) 출신 귀순자가 밝혔다. 이 귀순자는 “사이버 여론조작의 대명사인 ‘드루킹’도 원조는 북한”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간첩 가장 발붙이기 쉬운 곳은 종교계… 각계각층에 문어발처럼 뻗어 있어”

    조선일보는 17일 북한 정찰총국 대좌 출신 귀순자 김국성(가명) 씨 인터뷰를 실었다. 김씨는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고 그 파벌을 숙청하자 2014년 탈북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북한 공작원(간첩)들이 남한의 중요한 기관은 물론이고 종교계와 시민단체 여러 곳에서도 활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종교계가 북한 공작원들이 발붙이기가 가장 쉽다”면서 “정계와 법조계, 언론계에도 문어발처럼 뻗어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협력이나 대북지원 등 명목으로 방북했던 사람 가운데도 포섭된 사람이 있다고 김씨는 지적했다. “대북지원 등 명분으로 북한에 드나든 사람 가운데 일부는 (김씨 일가에) 충성맹세를 하고 노동당에 입당한 경우도 있다”고 전한 김씨는 “북한에 와서 ‘핵은 통일 이후 민족의 힘이다. 제발 비핵화하지 말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북한 공작기관(첩보기관)은 뿐만 아니라 이들(대북지원을 위해 방북한 사람들)을 미인계 등을 사용해 매수한다”고 경고했다. 순수한 의도에서 방북했다고 해도 북한이 쳐 놓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찰총국, 국내 온라인서 여론몰이·사이버 여론조작…‘드루킹’도 원조는 북한

    2012년 대선 때부터 계속 논란이 된 사이버 여론조작 또한 북한과 관련 있다고 김씨는 언급했다. “북한은 남한의 선거 같은 주요 이슈가 있으면 사이버 부대를 동원해 댓글조작과 여론조작을 해왔다”며 “드루킹의 원조는 북한”이라고 김씨는 주장했다.

    “과거에는 남파간첩과 지하당·시민단체를 통해 남한 선거에 영향을 줬지만, 인터넷 시대가 된 뒤에는 사이버 공작이 주가 됐다”고 밝힌 김씨는 “특히 2002년 효순·미선사건, 이명박정부 시절 ‘광우병사태’ 등을 계기로 북한은 대남 사이버 여론공작을 본격화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이버 여론공작을 하는 부대는 정찰총국 산하라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이들은 남한 국회의원들과 주요 기관장들을 비롯해 수십만 명의 주민번호와 연락처, 이메일 등을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며 “이런 정보를 이용해 남한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해 사이버 공작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 ▲ 2012년 12월 당시
    ▲ 2012년 12월 당시 "국정원이 포털뉴스 등에서 댓글여론조작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뒤 한 국정원 여직원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을 민주통합당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들여다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씨 “2012년 대선 때 내가 낸 보고서 바탕으로 정찰총국서 대남 댓글공작 펼쳤다”

    김씨는 또한 2012년 대선을 달궜던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논란’ 때 북한이 여론조작 활동을 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내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것이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돼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한 김씨는 “이를 토대로 정찰총국 사이버부대가 박근혜와 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 공작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논란이 됐던 ‘국정원 댓글 방첩활동’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북한이 한국의 각종선거에 개입하려는 이유를 김씨는 “북한은 남한에 보수정권이 들어서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집권 이후 북한 대남전략은 핵무력에 기초한 국방력 우위 전략으로, 이를 토대로 한국을 정치적으로 예속화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대남공작 몰두하는 북한, 간첩 남파 포기 안 했다

    북한은 사이버 대남공작에 몰두해 효과를 얻으면서도 간첩 남파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김씨는 강조했다. 그는 “정찰총국은 각종 특수 소형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공작원들은 이런 잠수함과 개인용 추진기를 타고 (남한의) 해안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정찰총국이 사용하는 특수 소형 잠수함은 평양시 대동강에 위치한 927연락소에서 만든다. 2013년 3월 조선중앙방송이 “김정은이 1501부대를 방문해 무인 신형 전투함정 건조를 독려했다”고 보도했는데, 이곳이 927연락소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때도 정찰총국 산하 927연락소가 특수제작한 소형 잠수함을 이용했다”며 “(천안함 폭침은)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이 김정일에게 충성의 선물을 드리는 차원에서 진행한 대남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북한은 이런 특수 소형 잠수함과 무인전투함을 이란 등 중동의 반미국가들에 수출하기도 한다. 이때는 ‘청송무역회사’라는 위장업체를 통해 거래한다.

    김국성 씨, 노동당 대외연락부·작전부·35호실·정찰총국서 27년 근무

    김씨는 평양 출신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의 부친 김형직과 연관된 가계에서 태어난 덕분에 27년 동안 노동당 대외연락부·작전부·35호실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북한이 2009년 대외연락부·작전부·35호실과 인민군 정찰국을 통합해 정찰총국을 만든 뒤부터는 이곳에 근무했다. 

    그러다 2013년 12월 장성택이 처형되고, 김정은이 그의 인맥까지 모조리 숙청하기 시작하자 2014년 탈북해 귀순했다. 귀순 후에는 국정원 산하 연구소에서 일하다 2019년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