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자료 조회 근거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범죄수사·국가안보에 필요할 때만 제공”22개 언론사 130명 기자 통신자료 조회한 공수처…범죄연관성 질문엔 침묵야당 대선후보와 야당 의원 86%, 대장동 의혹 제기한 회계사, 사법개혁 비판 법조인도 대상
  • ▲ 문재인 정부가 만든 조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재 고위공직자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무차별로 조회해 비난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DB.
    ▲ 문재인 정부가 만든 조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재 고위공직자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무차별로 조회해 비난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DB.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기자·정치인의 통신자료를 무차별 조회한 사실은 해가 바뀌어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대로 따지면 공수처의 통신조회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통신조회 대상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살펴보면…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른 것이다. 해당 법 조항은 통신업체가 법원,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군 수사기관, 정보기관, 공수처 등의 요청에 따라 통신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요건을 정의했다.

    즉 사법기관이나 수사기관, 정보기관이 보이스 피싱·스미싱을 포함해 각종 범죄 수사나 재판에 필요할 때, 형의 집행을 해야 할 때 또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보수집에 필요할 때 통신업체에게 통신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또한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열람한 통신자료에 대해 통신업체들은 1년에 두 번씩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내용을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2월 24일 기간통신사업자 45곳과 부가통신사업자 30곳으로부터 제출받은 통계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2021년 상반기 국내 통신업체들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통신자료는 255만9439건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2.4% 감소한 수치”라며 통계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은 보이스 피싱이나 납치 피해자 확인 등 범죄 수사를 위해 통신사에 공문으로 요청해 통신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통신자료 조회한 22개 언론사 130여 기자들이 고위공직자 범죄에 연루?

    12월 30일 기준 각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공수처는 22개 언론사의 기자 130여 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뉴데일리 또한 현재까지 3명의 기자가 공수처에게 통신자료 조회를 당했다. 공수처는 기자들의 휴대전화번호와 함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보했다. 현재 대부분의 언론사가 자사 기자들에게 통신자료 열람기록을 신청하도록 한 상태라 새해가 되면 그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기통신사업법으로 따지면, 공수처는 130여 명의 기자들이 ‘범죄’나 ‘국가안보’ 문제와 연관성이 있다는 명분으로 통신자료를 요청·조회했다. 하지만 공수처가 통신조회를 한 대상자. 특히 기자와 그 가족에 대해 알아본 결과 ‘범죄’나 ‘국가안보 위해’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 ▲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간에 알려져 있다시피 언론계는 소위 ‘찌라시’라 불리는 정보지 유통이 빠르다. 또 다양한 단체대화방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어떤 기자나 그 가족이 범죄와 연루될 경우 하루도 안 돼 업계 전체에 소문이 퍼진다. 그런데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조회한 기자 가운데 이런 ‘소문’에 오르내린 사람은 아직 없다. 기자의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로 파악됐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국회의원 86%가 고위공직자 범죄에 연루?

    언론사들이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 그 여동생의 통신자료도 공수처가 조회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2월 29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후보에 대해 공수처 3회, 서울중앙지검 4회, 인천지검 1회, 서울경찰청 1회, 관악경찰서 1회 등 모두 10번의 통신기록 조회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공수처에서 1회, 서울중앙지검에서 5회, 인천지검에서 1회 통신기록을 조회했다. 현재 윤 후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곳은 공수처와 서울경찰청, 김건희 씨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곳은 서울중앙지검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도 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12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오전 8시 기준으로 105명의 우리 당 의원 가운데 88명(84%)이 여러 수사기관에 의해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조회한 의원 수 또한 86명”이라고 밝힌 김기현 원내대표는 “아직 통신사로부터 회신을 못 받은 의원이 있어 (통신기록 조회를 당한) 의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이걸 보면 야당 의원을 탈탈 털어갔다는 생각이 든다”고 공수처 등을 비판했다.

    정치인·기자와 통화했단 이유로 공수처가 통신자료 조회한 ‘보통 사람들’

    기자들과 야당 정치인들만 공수처에게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건 아니다. 해당 기자들과 통화를 했던 가족, 친구, 학자, 법조인, 시민단체 관계자의 통신기록까지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먼저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황제조사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기자와 해당 사건의 공소장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의 가족·친구들이 통신자료를 조회 당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기자의 상사, 기자가 취재하느라 통화했던 세종연구소 우정엽 박사도 통신자료 조회를 당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보여 온 형사소송법학회 회원 20여 명도 통신자료 조회를 당했다. 대장동 사업에 대한 회계분석을 통해 비리 의혹을 제기한 ‘조국흑서’의 공동저자 김경율 회계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을 지냈던 김준우 변호사, 통신조회 관련 헌법소원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양홍석 변호사,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 이종배 대표 또한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통신자료 조회 대상자들이 ‘고위공직자 범죄’와 관련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사실이 드러남에도 공수처는 “법대로 했다”며 “수사 중인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