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173명, 287건 통신자료 조회… TV조선·중앙 기자는 '통화 내역'까지 들여다봐'이성윤 단독보도' 기자 어머니도 통신 조회… 중앙일보 사회1팀장·동료 포함법조계 "헌법상 언론의 자유 침해, 공권력 남용"… 언론·민간인 사찰 논란 격화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언론인을 비롯해 '민간인 사찰' 논란에 휩싸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자 어머니의 신상정보까지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조회한 대상은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 173명, 287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이번에는 통신자료(가입자 정보)뿐 아니라 강제수사의 일환인 통신사실확인자료(통화 내역)까지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민간인 사찰' 논란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공수처는 중앙일보 사회1팀 A기자 어머니를 대상으로 지난 8월2일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등이 담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A기자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무마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다음날인 5월13일, 이 고검장 공소장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내용을 취재해 단독보도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이규원 검사가 미국유학을 갈 수 있도록 불법 출금 혐의 수사를 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법무부를 통해 수사팀에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성윤 공소장' 보도 관련해 취재원 캐려한 듯

    해당 보도가 나간 다음 날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공수처는 같은 달 말 시민단체 고발장을 구실로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중앙일보는 공수처가 해당 보도와 관련한 취재원을 캐기 위해 8월 전후 법원의 영장을 받아 A기자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확보한 뒤 법조담당인 사회1팀 기자를 포함해 자주 통화한 상대방을 사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기자는 이와 별도로 공수처 수사 착수 직후인 5월 말부터 10월까지 다섯 차례 통신자료를 조회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내역 조회는 법원 영장 필요… 기자 대상 강제수사 들어간 것

    이에 따라 공수처가 A기자를 두고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는 검사와 공범관계로 보고 발·착신 통화내역(통신사실확인자료)을 확보해 표적수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통신비밀보호법상 통화내역 조회는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 또 이 법 제13조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필요한 경우' 통화내역을 요청할 수 있는데, 여기서 '필요한 경우'란 통상 범죄 증명이 어느 정도 이뤄진 경우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권력자 비리 수사를 위해 출범한 기관인 공수처가 정반대로 검찰 및 정부 고위직인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과 관련해 비판보도를 한 기자의 취재원을 캐려고 강제수사를 벌인 것이다.

    공수처는 A기자를 비롯해 취재업무와 무관한 가정주부인 A기자 모친의 통신자료도 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A기자와 통화가 잦은 중앙일보 사회1팀장을 포함한 동료 기자 전원도 통신자료를 조회 당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공수처 통신자료 대상 계속 늘어… 야당 의원 및 변호사 등 52명도 포함돼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조회한 대상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22개 언론사 소속 기자 121명, 조회 건수는 228건이다. 여기에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보좌진 30명(30건),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집행부 10명(10건) 등을 합하면 173명, 287건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자의 경우 △중앙일보 21명 45건 △TV조선 12명 29건 △조선일보 12명 21건 △채널A 11명  17건 △뉴시스 10명 16건 △문화일보 9명 17건 △뉴스1 6명 13건 △JTBC 5명 12건 △경향신문 5명 10건 △한국일보 5명 7건 △아시아투데이 4명 5건 △연합뉴스TV 3명 7건 △동아일보 3명 6건 △MBN 3명 6건 △헤럴드경제 3명 2건 △YTN 2명 2건 △뉴데일리 2명 2건 △한겨레신문 1명 5건 △CBS노컷뉴스 1명 2건 △부산일보 1명 2건 △이데일리 1명 1건 △데일리안 1명 1건 등이다.

    정치인은 국민의힘 의원·보좌진 30명 30건, 검찰은 장준희 부장검사 1명 2건 등이다.

    그밖에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집행부 10명 10건 △TV조선 기자 모친·동생, 다른 기자 지인 등 3명 7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지인 2명 2건 △이종배 법세련 대표 2건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2건 △중앙일보 기자 모친 1건 △양홍석 변호사(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1건 △김경율 회계사 1건 △김준우 변호사(전 민변 사무차장) 1건 등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통산자료 조회 시기는 주로 지난 8~10월에 집중됐다.

    "공수처 무차별적 초법적 사찰… 이대로면 모든 국민 수사 대상"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무차별적인 초법적 사찰을 벌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공수처가 자기들한테 불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넘어 그 주변인까지 신상정보를 터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헌법상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위법을 저지르며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공수처의 만행을 가만히 놔둔다면 공수처가 더욱 공권력을 남용하게 될 것"이라며 "모든 국민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가 어렵다"는 견해다. 공수처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최근 기자 등 일반인과 정치인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 등을 빚고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없는지, 국민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없는지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하지만 "법령과 법원의 영장 등에 근거하여 적법하게 진행했다"며 "수사 중인 개별 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가 어려운 점을 혜량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고발 사주 의혹사건 등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공수처의 역할과 책무를 감안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