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3박4일 '친미반중' 호주 국빈방문미국 보이콧으로 베이징올림픽 종전선언 사실상 무산전문가들 "미국 중국 압박 있더라도 철저히 국익 따져야"靑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검토하고 있지 않아"
  • 미국이 내년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을 대상으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 여부와 함께 12일부터 시작되는 호주 순방 등 외교전에 관심이 쏠린다.

    8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12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호주를 국빈방문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스콧 모리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야당인 노동당 앤서니 알바네이지 대표와 면담도 잡혔다. 호주 경제인들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주제로 한 간담회도 예정됐다.

    청와대는 이번 호주 순방을 계기로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 등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탄소중립 기술과 수소경제, 우주 등 미래 핵심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두 나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킬 계획이다.

    미국과 동맹, 중국과 무역 마찰 빚는 호주

    호주는 최근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강화했지만 중국과는 심각한 무역분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외교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놓고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에 호주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보이기도 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최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를 만났고, 중국 측은 한국이 베이징올림픽을 지지했다는 뉘앙스로 집중보도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올림픽 참여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또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민주주의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중국 견제용으로 평가받는 이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이유로 들었던 중국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또다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가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밝혔고, 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물 건너간 종전선언

    미국의 보이콧 선언으로 문 대통령이 임기 말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종전선언도 위기에 봉착했다. 베이징올림픽을 배경으로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연장되면 종전선언 논의 자체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베이징올림픽과 종전선언은 별개"라며 "여건만 조성되면 언제든 종전선언이 급물살을 탈 수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7일 종전선언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21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 영상축사를 통해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하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 정치·경제적 경우의 수 따져야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외교전이 철저한 국익에 따른 기준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우리 정부 대표단의 격을 조정해 차관급 정도를 대표단장으로 보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보이콧으로 우리나라가 균형을 잡기 어려워졌다"며 "현재로서는 보이콧에 완전히 동참할 경우 우리가 얻을 실익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보이콧 동참이 한중관계의 손상을 가져오고, 이는 중국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나라가 대략 50개국 정도인데, 보이콧 동참국이 이를 넘어서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동참해야 할 수 있다"고 했고,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다른 나라의 상황을 주시하며 정치·경제적인 경우의 수를 따져 미·중 경쟁의 충격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우리 정부는 현재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참석을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는데, 한국 정부의 의견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관계자는 "결정되면 (언론에) 알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