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북한이 요구하지도 않았고, 국민적 합의도 없는 종전선언 추진은 시기상조”위성락 “이재명 대북관, 이념에 경도돼 있지 않아…북한 잘못에는 대등한 대응할 것”
  • ▲ 이재명 캠프 측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와 윤석열 캠프 측 김성한 고려대 교수.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캠프 측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와 윤석열 캠프 측 김성한 고려대 교수.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추진 중인 종전선언과 관련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반대 의견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찬성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의 외교·안보참모들이 미국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종전선언’ 등 대북정책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윤석열 측 김성한 교수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미국은 선언 아닌 성명이라 불러”

    최종현 학술원 주최로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 윤석열 후보 측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이재명 후보 측의 위성락 전 러시아 주재 대사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김성한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부 제2차관을 지냈다. '비핵·개방·3000' 비전의 설계자다. 위성락 전 대사는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북핵·러시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김성한 교수는 이 자리에서 “북한은 그(종전언언) 선결조건으로 미국에게 적대정책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에게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로 낙인찍는 ‘이중잣대’를 버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지금 요구하지 않는데도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일반적인 평화협정은 전쟁 종식에서 시작해 평화유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들로 넘어가는데 문재인 정부는 왜 이 둘을 분리해야 하는지도 설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문재인 정부 간에 ‘종전선언’을 두고 시각차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미국 정부는 종전선언을 선언(declaration)이 아니라 성명(statement)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이는 흥미로운 부분으로,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미 간의) 균열이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지난 3년 간 북한의 행동을 보면 비핵화를 위한 극적 돌파구가 나오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 식의 대북접근법을 비판한 김 교수는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한 교수는 다만 북한이 비핵화하기 전이라도 인도주의적 지원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윤석열 후보 입장이라고 전했다. 비핵화 진전이 있다면 대북제재 완화가 아닌 경제지원이나 남북경제개발계획 등은 인센티브로 제시할 수 있다고도 했다. 또한 “남북미 사이에는 미북 간의 간헐적 대화에 의존하지 않는 협의 메카니즘이 필요하다”며 판문점에 남북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겠다는 윤석열 후보의 대선공약도 강조했다.

    위성락 전 대사 “이재명 대북정책, 이념 아닌 현실주의와 실용주의 바탕”

    이에 위성락 전 대사는 “이재명 후보의 대북정책과 생각이 이념적으로 경도됐고 대북 유화적이라고 종종 잘못 이해된다”면서 “이 후보의 대북정책은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확고한 토대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심각한 안보문제로 본다”면서 북한과는 유연하게 협상·관여하되 잘못된 행동에는 동등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재명 후보가 북핵 문제 이면에 존재하는 상호불신, 안보 딜레마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는 한미 및 한미일의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협상뿐만 아니라 장려책, 억제책, 제재, 압박 같은 다양한 조치를 혼합해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제 공조와 남북회담 추진도 추진할 것이라는 게 위성락 전 대사의 주장이었다.

    위성락 전 대사는 그러면서 “북한이 요지부동이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법을 피할 수 없다”며 “다만 얇고 작은 살라미(연어살) 조각 같은 합의는 쉽게 어길 수 있기 때문에 큰 덩어리의 합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국민합의 없는 종전선언은 시기상조” 이재명 “평화협정 위해 종전선언 추진”

    중앙일보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캠프 측은 종전선언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룬 적도 없고,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평화협정 과정중 종전선언만 떼어내 별도 추진하는 것 또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윤 캠프 측은 지적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캠프 측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협상 입구에서 이뤄지면 신뢰 조성에 기여하고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촉진하는 실질적 의미를 갖는다”며 종전선언 추진에 찬성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한국의 대북 이중기준 철폐를 ‘종전선언 협의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여기에는 한미연합훈련 전면중단, 주한미군 및 한반도 주변 미군전력 철수,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문제 제기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