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방문… 이재명 "사실 내가 이재용 부회장한테도 기본소득 얘기 했다"전문가들 "기업 팔 비틀기…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상태' 알고 있을 텐데 이런 말을" "이재명, 기본소득 미몽에 빠져… 자기 정책을 왜 민간기업인 삼성한테 말하나" 비판
  •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사진=이재명 캠프)
    ▲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사진=이재명 캠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삼성이나 이런 곳에서 기본소득 이야기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사실 제가 이재용 부회장님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기본소득, 완벽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대책"

    이 후보는 3일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방문해 차문중 소장 등 연구원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미국 디지털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일론 머스크(테슬라),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등이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들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이 후보는 그러나 이날 다시 기본소득을 강조하고 나섰다.

    "성공한 디지털 글로벌 기업 CEO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단순한 자비심에서 하는 이야기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지적한 이 후보는 "왜 그러겠나. 디지털 기업들의 특성은 영업이익률이 엄청 높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나중에 시장이 고갈될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기본소득을 "최소한의 경제 순환 구조를 유지해야 된다고 한다면 결국 4차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에 의한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야 될 시대에 완벽한 대책은 아니더라도 하나의 대책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정민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간담회 후 '이 후보가 이 부회장에게 언제 기본소득을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저도 처음 듣는 얘기라 언제 만났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SERI 측에서 기본소득을 연구하겠다는 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홍 대변인은 "그냥 듣고만 있었다. 따로 그런 말은 없었다"고 전했다.

    전문가 "기업 팔 비트는 것"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 후보의 이날 발언과 관련 "일종의 외압이다. 기업 팔을 비트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통화에서 "자기 정책은 자기가 나름의 논리로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기본소득을 왜 삼성 보고 얘기하라고 하느냐"며 "차라리 IMF나 세계은행에 가서 얘기하라"고 비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후보가 기본소득이라는 미몽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며 "삼성경제연구소에 갔으면 삼성이 고민하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자리가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해 내년 7월 형 집행이 완료될 때까지 보호관찰을 받으며 이후 5년간 취업을 제한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게는 유력 대선주자인 이 후보의 이번 발언이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포털에는 "벌써 삼성 압박하냐" "기업인에게 그런 말 자체가 협박이다" "이건 권력형 협박 아닌가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