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준석 잠행에 선대위 회의 안 열고 당 원로들과 회동원로들마저 해결책 엇갈려…"더럽고 아니꼽다"는 표현까지 나와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2박3일의 지방 일정을 끝내고 상경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2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지 않고 당 원로들과 오찬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잠행이 길어지는 가운데 당 내분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 원로들마저 엇갈린 반응을 내놓으면서 국민의힘은 대선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심각한 자중지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尹,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 회동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한 식당에서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 회동을 했다. 이날 매주 월·목요일 오전에 진행하던 선대위는 열리지 않았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 일원인데 (서울에) 없어서 회의를 열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는 권철현·권해옥·김동욱·김용갑·김종하·나오연·문희·신경식·신영균·안상수·유흥수·이연숙·이윤성·이해구·정갑윤·정재문·최병국·황우여 등 당 원로들이 참석했다.

    이날 상임고문들은 당 내 갈등에 우려를 전하면서 대부분 이 대표의 돌발행동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다만, 해결 방안으로는 포용과 제명·탄핵 등으로 이견을 보였다.

    먼저 발언에 나선 신경식 고문은 "김종인 씨와 이 대표 두 사람 때문에 당이 여러 가지로 상처를 입고 있다"며 "두 사람(김종인·이준석)이 큰 표를 주는 배경을 가진 분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두 사람을 끌어안고 가지 못할 때는 (윤 후보가) 포용력 없는, 검찰에서 법을 휘두르는 성격으로 정치를 한다(는 평가를 받아) 잃어버리는 표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고문은 이어 "오늘 밤 당장이라도 이 대표가 머물고 있다는 곳을 찾아가 다시 같이하자고 하고 서울로 끌어오면 내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권해옥 상임고문은 신 고문의 발언에 큰소리를 치며 "무슨 찾아가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고, 주변에서는 권 고문을 진정시켰다. 이에 신 고문이 "그렇게 하지 말라 이거냐"고 반박하며 "바다가 모든 개울을 끌어안듯이 윤 후보도 좋든 싫든 전부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의 설전이 길어지자 이후 오찬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포용" vs "제명" 멀어지는 '원팀'

    상임고문들은 비공개 오찬에서도 당 내 갈등 봉합 방안에 관해 의견이 엇갈렸다. 한 상임고문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행보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것에는 대부분 (견해가) 같지만, (갈등) 처리 방안으로는 '포용해야 한다'와 '포용할 필요 없다' 두 가지로 갈렸다"고 전했다.

    이 상임고문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더럽고 아니꼽지만 포용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997년 대선 당시 이인제 후보를 끌어안지 않은 점이 실패 요인이라고 언급하며 포용을 강조했다.

    그러나 또 다른 참석자는 "이준석 대표를 탄핵해야 한다. 엄중한 시기인 만큼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강경한 발언을 했다. 이 대표의 잠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분란을 두고 당 고문들마저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며 자중지란을 거듭한 것이다.

    윤 후보는 상임고문들의 조언을 들은 후 "오늘의 고언을 깊이 새기면서 반드시 정권 창출해 보답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이 대표와 만남 여부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尹 "자세한 얘기는 확인 어려워" 짧은 메시지

    윤 후보는 서울 중구 한 빌딩에서 청년들과 스타트업 정책 토크 후 "상임고문님들께서 여러 가지 다양한 말씀을 하셨다"며 "자세한 얘기는 비공개로 진행돼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현재 제주에 머무르는 이 대표와 관련해서는 "이 대표가 저녁 일정을 마무리하고, 본인도 리프레시를 했으면 (좋겠다)"며 "저도 무리하게 압박하듯이 할 생각은 없다.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 후보와 상임고문단 오찬 바로 옆 방에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개인적이으로 오찬을 했다. 윤 후보는 이 소식을 듣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찾아가 인사를 나눴다. 

    다만 윤 후보는 '안에서 무슨 말씀을 나눴는가'라는 질문에 "고등학교 동창 친구분하고 식사하고 계신다. 비공개로 말씀해 주신 얘기를 공개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 역시 "(윤 후보를) 우연히 본 것"이라며 이 대표의 최근 잠행 등 선대위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