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번 메데이로스 교수 “중국, 한반도서 한미동맹 역할 서서히 줄여나가는 전략 쓰고 있어”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차관보 “미국과의 동맹, 주권·국제질서·공정무역 선택하는 것”
  • 美워싱턴 D.C.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린 한국전략포럼에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워싱턴 D.C.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린 한국전략포럼에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일본 외교차관과 ‘종전선언’ 등 주요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한 공개 포럼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과 협력한다는 뜻)’을 강조했다가 전직 미국 고위 당국자들로부터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라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건 “한미동맹, 21세기 동맹의 모범이지만…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 차관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최 차관은 이 자리에서 “한미 두 나라는 21세기 동맹이 어떤 것인지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때 문제가 있으면 우리는 베이징이나 도쿄에 가지 않고 워싱턴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려움과 난관에 직면할 때마다 함께할 파트너는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최 차관은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한국 정부의 시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 차관은 “그들은 전략적 파트너”라며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중 무역규모가 미국·일본을 합친 것보다 크고, 여기서 얻는 이익이 한국 중산층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최 차관은 설명했다.

    최 차관은 또 최근 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요소·마그네슘 등의 산업공급망 위기와 관련해서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는 우리 문제만이 아닌 모두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북한 문제에서도 현실적으로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직 美 백악관 선임보좌관 “한국, 美中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 취할 상황 아냐”

    이에 전직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최 차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백악관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 차관이 연설에서 남미·이란·미얀마 등 세계 주요 현안은 언급하면서도 중국은 거론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메데이로스 교수는 미국에서 반중 여론이 치솟고, 중국의 인권유린에 대한 시민사회의 문제제기, 미국 의회에서 잇따라 발의되는 중국 견제법 등을 언급한 뒤 “더 이상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메데이로스 교수는 그러면서 “동맹관계가 계속되려면 우리(한미)는 중국의 도전에 대항해 나란히 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한미는 특별하면서도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중국을 대상으로 인식·평가·전략·정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지적한 메데이로스 교수는 “중국은 한미동맹의 역할을 한반도에서 서서히 줄여나가려는 전략을 쓰고 있으므로 이것이야말로 진짜 필요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전직 국방부 부차관보 “한 쪽에 중요한 문제, 다른 쪽이 안 받아들이면 동맹 아냐”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한 쪽에서 중요하고 핵심적인 도전으로 보는 일을 다른 한 쪽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동맹관계가 될 수 없다”며 “이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 국제질서, 공정무역, 평화로운 분쟁 해결을 선택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이어 “한국이 이런 식으로 표류한다면 (한미)동맹은 점차 약화될 수 있다”면서 “한국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간 3자 안보협력체) 결성 과정에서의 프랑스처럼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미국이 오커스 결성을 위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기술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호주와 프랑스 간 디젤잠수함 판매계약이 물거품이 된 일을 뜻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당시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프랑스의 처지와 관련해 충분하고 합당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며 “우리(미국)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한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일이 생기기를 원치 않는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