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과 관계 없어, 오히려 사업 망치려 했다"… 입국 전부터 이재명 옹호 2014년 "이재명 시장 되면 사업 급진행" 주장했는데… "이재명 모른다" 딴소리최근 JTBC 인터뷰에서도 "12년간 이재명에 트라이"… "모른다" 발언과 엇갈려김종민 "혼자 뒤집어쓸까 위기의식"… 법조계 "관련자들과 입 맞췄을 가능성"진중권 "강제입국 힘든데, 안전하다 생각했으니 귀국… 어딘지 불길한 예감"
  • 미국에 체류 중이던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지난 18일 새벽 5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이다. ⓒ정상윤 기자
    ▲ 미국에 체류 중이던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지난 18일 새벽 5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이다. ⓒ정상윤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18일 미국에서 귀국한 가운데, 그가 느닷없이 귀국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남 변호사가 입국 직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관계가 없다"고 밝히면서 '윗선'을 향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도 제기됐다.

    법조계는 남 변호사가 이미 누군가와 입을 맞춘 것 같다며 향후 수사는 검찰의 의지에 달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남욱 "이재명 아예 몰라… 공영개발 한다고 해 내 사업 망칠 뻔"

    지난 18일 오전 입국한 남 변호사는 귀국행 비행기에서 진행한 JTBC와 인터뷰에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한 '그분'과 관련해 언급했다. 

    남 변호사는 "'그분' (논란) 때문에 (이재명 지사) 지지율이 떨어지고 난리가 나지 않았느냐"면서 "내가 알고 있는 한 이재명 지사와 거기(천화동인)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분이 이 지사가 아닐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남 변호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천화동인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앞서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천화동인1호 지분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발언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김씨는 '그분'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천화동인1호는 자신의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2014년도 지선 앞두고는 "이재명 밀어 달라. 이재명 되면 사업 일사천리"

    남 변호사는 또 "이재명 지사를 아예 모른다"며 "2010년도 선거할 때 선거운동 하러 오셔서 그때 딱 한 번 봤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오히려 "합법적 권한을 이용해서 사업권을 빼앗아 간 사람이 아니냐"며 이 지사가 공영개발을 추진해,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던 자신의 사업을 망가뜨리려 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남 변호사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대장동 원주민-남욱 녹음파일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2014년 4월  "이재명이 되면 사업이 급속도로 진행될 것 같다. 사업과 관련해서는 이재명이 훨씬 유리하다" "공사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재명이 시장이 되고 유동규가 사장이 되면" 등 곧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지사를 밀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

    남 변호사는 또 JTBC와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12년 동안 내가 그 사람(이재명)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트라이(시도)를 많이 해봤겠나. 아유~ 씨알도 안 먹힌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12년 동안이나 '트라이'를 했다면서 이재명 지사를 아예 모른다는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남욱 혼자 모든 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위기 의식 느꼈을 것"

    남 변호사가 입국한 이유와 관련해 법조계 인사들은 대체로 "대장동 관계자들과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협의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시청을 추가 압수수색 하고 있다. ⓒ뉴시스
    ▲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시청을 추가 압수수색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통화에서 "남 변호사의 경우 검찰이 외교부에 여권 무효화 조치를 요청하면서 불법체류자 신분이 될 상황에 처했다"며 "불법체류자가 되면 국제 수배가 돼 인터폴에 체포될 가능성도 있고 장기적으로 버티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지금 검찰 조사를 받는 대장동 연루자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일까, 혼자 독박을 쓰는 것 아닐까 하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라며 "남 변호사가 어떤 형태로든 공모자들과 입을 맞췄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압수수색 과정 등을 보면 수사 의지가 없다"고 지적한 김 변호사는 "남욱의 귀국 자체만으로 수사가 난항에 부닥쳤다기보다 검찰 스스로 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실체가 밝혀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서울고법 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대장동 관계자들과 남욱 변호사 간 교신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처벌 수위 등 개인적 실리 따져본 뒤 귀국 선택한 듯"

    이 변호사는 "남 변호사가 검찰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검찰이 남 변호사에게, 지금 귀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가 계속 진행되면 김만배나 유동규 등이 다 남욱한테 혐의를 미룰 것이라고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처음부터 대장동 개발에 관여한 남 변호사가 사업의 성패를 쥐고 있는 이재명 시장을 모를 수가 있느냐"며 "시장을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그런 대규모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꼬집었다.

    "남 변호사로서도 대장동 사건이 생각보다 큰 이슈가 됐는데, 자기 혼자 뒤집어쓸 수도 있으니 계속 피해다니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한 이 변호사는 "처벌 수위 등 개인적 실리를 따져본 뒤 귀국을 선택하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 수사는 검찰 의지에 달렸다"며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4명(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이 있는데, 규명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실체를 밝히지 못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진중권 "도망갈 수 있는데 굳이 들어온 것 이상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남 변호사의 귀국에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8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와 인터뷰에서 남 변호사와 관련 "뭔가 입이 맞춰졌기 때문에 귀국하는 것 아닌가. 사실 이분이 귀국하지 않고 버티면 데려오기가 굉장히 힘들다. 거의 불가능하다"며 "귀국 자체가 뭐랄까, 좀 이상한 측면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진 전 교수는 "(검찰에서는) 이분(남욱 변호사)이 와서 마지막 퍼즐을 맞출 거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그렇게 큰 것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대충 입이 맞춰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누구랑 입을 맞췄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들어온 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한 진 전 교수는 "도망갈 수도 있는데 굳이 들어왔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 남욱 혐의 입증할 진술·증거 확보 숙제

    한편,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18일 오전 남 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공여 약속 등 혐의로 체포했다.

    검찰은 피의자 체포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이르면 19일 오후 남 변호사의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부터 참여한 남 변호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구속)과 김만배 씨, 정영학 회계사와 더불어 대장동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만배 씨 영장 기각에 이어, 남 변호사 혐의를 뒷받침할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남 변호사 영장마저 기각된다면 검찰 수사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된 유 전 본부장의 범죄사실 구성에도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