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과 정치 참여에 대한 욕구, 기존 권력 패러다임 해체새로운 권력(New Power) 구조를 이해하는 자가 차기 대권을 잡을 것'무야홍' 현상은 New Power의 맹아… 숲으로 가꿀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홍준표 의지와 능력에
  •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9월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발표회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뉴데일리DB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9월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발표회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뉴데일리DB
    새로운 권력의 탄생, 뉴파워(New Power)의 등장

    한때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로 상징되는 메이저 언론이 여론을 주도하고, 심지어 '대선(대통령선거) 아젠다'를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2022년 대선을 앞둔 현재 이들이 대권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대중은 더이상 정부나 언론사가 던져 놓은 정보와 뉴스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스스로 검색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직접 판단한 것들을 신뢰한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2019년 아마존 베스트셀러 <New Power(새로운 권력)>에 따르면 저자는 SNS를 통해 연결된 개인들의 참여가 새로운 권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기존의 권력 체계는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돼 'MZ(20~40대 초반)세대'는 자신들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2022년 대선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러한 '뉴파워(New Power, 이하 영문으로 표시) 현상'은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오히려 지금은 변화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보수 진영에서 더 드라마틱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 중심에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무야홍' 홍준표가 있다고 필자는 감히 자부한다.

    왜, 갑자기, 지금와서 '무야홍'?

    홍준표 후보는 지난 대선 이후 대한민국 '꼰대'의 전형이었다.(필자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에게 덧씌워진 '막말' 프레임 탓이 컸다고 본다.) 이랬던 그가 2~3개월 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MZ세대로부터 매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설명이 있을 수 있겠으나 홍준표의 캐릭터, 즉 앞만 보고 돌진하는 '돈 키호테' 같은 저돌성과 에둘러 말하지 않는 솔직함이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페인 소설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고전 <라만차의 돈 키호테>에서 돈 키호테는 성격이 불 같은 고집쟁이지만, 약자를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눈앞의 불의를 참지 않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부동산 폭등과 최악의 청년실업 이라는 '괴수'에 미래를 인질로 잡힌 MZ세대는 홍준표로부터 돈 키호테의 이미지를 읽어냈고, '무야홍'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홍준표를 유력 대권후보 반열에 올려 놓았다. New Power가 홍준표와 조우한 순간이다. 지금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홍 후보 캠프의 노력이나 전략에 기인했다기 보다는 New Power가 홍준표를 선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 스페인 소설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고전 <돈 키호테>. 사진출처=시공사
    ▲ 스페인 소설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고전 <돈 키호테>. 사진출처=시공사
    New Power, 보수의 구원자 될까?

    New Power의 작동 원리는 연결된 개인들이 참여를 통해 권력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진보 정치에서 먼저 극명하게 나타났다. 진보·좌파 세력들은 새로운 권력의 흐름을 적절히 이용하고 편승했다. 이들은 기득권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New Power의  불쏘시개로 사용했고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권력의 제국을 이뤘다. 검찰을 포함한 국가 행정을 장악했고 지방권력을 석권했으며, 의회권력 역시 개헌을 제외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무소불위의 기득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같은 기득권의 중심에서 권력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며 전횡하는 소위 '운동권 세력'들을 목도한 New Power는 그들과 결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 나아가야 할 목표를 상실한 New Power의 흐름에 보수가 올라탈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동안 소수 정치 엘리트에 의한 정보독점, 그리고 계파정치로 인해 보수 정치인들은 'Old Power(구권력, 이하 영문으로 표시)'의 틀에 고착화돼 있었다.

    그러나 보수세력은 괴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자기 부정에 가까운 고통을 감수하면서 '이준석'이라는 청년 당대표를 선택했고 이는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쓰는데 훌륭한 복선으로 부족함이 없다.

    홍준표, New Power의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수개월간의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홍준표 후보가 New Power의 흐름에 올라탄 것은 분명해 보인다. SNS에서 무야홍·무대홍에 대한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물. 짤이나 무야홍 같은 신조어도 포함된다.)이 넘쳐나고 이를 대중들이 확대·재생산하는 구조는 전형적인 New Power의 작동원리다.

    정작 문제는 홍준표 후보 자신이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되는 메시지와 토론회 등 공개석상에서의 모습은 그가 아직 Old Power에 익숙한 기성 정치인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력을 과감히 주변에 일임하고 대중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 New Power의 힘을 극대화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매우 어색하다.

    개인기 위주의 돌파력, 카리스마를 앞세운 '독고다이' 리더십은 그를 선택했던 New Power의 본질과 작동원리에 완전히 반하는 것들이다. 꾸준히 우상향을 그렸으나 폭발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현재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며 위기의 시그널 일 수 있다.
  • ▲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남명학사 서울관을 찾은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기념촬영을 요청하는 학생들과 휴대폰 셀카를 찍고 있다.ⓒ정상윤 기자
    ▲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남명학사 서울관을 찾은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기념촬영을 요청하는 학생들과 휴대폰 셀카를 찍고 있다.ⓒ정상윤 기자
    홍준표, '보수의 노무현'이 될 수 있을까?

    홍준표 후보는 스스로 '보수의 노무현'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의 다짐은 단순히 변방의 후보가 중심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무현은 New Power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었던 대중 정치가였다. 그는 '우리'와 '참여'라는 메시지로 지지를 호소했고, 대중들은 자신들이 부조리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감격하며 '노무현의 꿈'에 열렬히 호응했다. 홍 후보도 광야에서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입성하기 위해서는 노무현이 걸었던 이정표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홍준표 후보가 New Power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철저히 개인을 버려야 한다. '나' 라는 메시지 보다 '우리' 라는 메시지를 통해 젊은 지지자들이 '홍준표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이들을 응원하며 긍정의 메시지로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홍 후보 스스로가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를 믿고 '함께' 해야 한다. 이 과정이 선행돼야만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꿈을 가진 청년 돈 키호테들이 일어나 홍준표가 제시하는 별의 방향을 따라 맹렬히 돌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선은 결국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가 겨루는 '건곤일척'의 승부일 수 밖에 없다. 만약 홍준표 후보가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대선이라는 전쟁에 나서기 위해서는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지지세력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좌파진영과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 보수 전체가 불행해 지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메인 넘버 제목이 '불가능한 꿈'(The Impossible Dream)라고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돈 키호테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꿈을 펼칠 수 있을까?

    최재필 뉴데일리TV 취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