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량 라이벌' 이재명, 수사검사 곽상도에 '백궁-정자지구' 특혜 의혹 제기'이재명 검사사칭' 사건 때 수사검사 곽상도-피의자 이재명… 다시 만나'허위사실 공표, 뇌물수수 혐의' 곽상도 고발돼 수사받아… 두 사람의 꼬인 인연
  • ▲ 곽상도 무소속 의원. ⓒ뉴데일리 DB
    ▲ 곽상도 무소속 의원. ⓒ뉴데일리 DB
    최근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근무했던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에 따라 화천대유 논란의 중심에 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곽 의원의 '묘한 인연'이 새삼 주목 받는다. 야당 국회의원과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두 사람이 과거 검사와 변호사 신분으로 마주한 적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02년 곽 의원이 수원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였던 시절이자 이 지사가 성남에서 지역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지사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분당 파크뷰 아파트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의혹'에 문제를 제기하는데, 특수부를 지휘하던 곽 의원이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하면서 인연이 시작된다. 

    2000년 5월, 변호사·시민단체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이재명

    '분당 파크뷰 아파트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의혹'은 200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시는 백궁-정자지구 중심상업지구를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이때 변호사이자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이 지사는 김 전 시장에게 용도변경 포기를 요구했으나 성남시는 주민 여론조사를 조작해 같은 달 16일 용도변경을 확정지었다.

    이후에도 이 지사 등 성남시민들은 시가 해당 아파트의 개발사에 특혜를 준 것이라고 꾸준한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것이 '분당 파크뷰 아파트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의혹'이다.

    이 사건은 2년 뒤인 2002년 5월, 민선 2기 성남시장 선거 정국에서 다시 부각됐다. 진승현 전 MCI코리아 부회장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아 구속된 국정원 간부 B씨가 재판부에 선처를 받기 위해 "분당파크뷰 아파트 분양과정에서 고위 공직자 등이 대거 특혜분양을 받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면서다.

    ‘분당 파크뷰 아파트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의혹’은 수원지검 특수부에 배당됐는데, 당시 특수부 부장검사가 곽 의원이었다. 곽 의원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임창렬 전 경기도지사의 부인 주혜란씨와 건교부 기술안전국장 등 정·관계 인사 16명을 구속했다. 

    이 사건에 대해 곽 의원은 자신의 저서에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 사건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친한 성남시장(김병량)이 연루돼 있어 아무도 그 사건을 맡지 않으려고 했다"며 "사법처리 대상이었던 (김병량) 성남시장은 도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수원지검은 김 전 시장이 검찰 출석을 거부해 수배를 내리기도 했다. 김 전 시장은 이후 2007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는다.
  • ▲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상윤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상윤 기자
    '검사 사칭'으로 기소된 이재명… 담당 검사가 곽상도

    곽 의원과 이 지사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언론과 검찰이 김 전 시장 의혹을 들여다보던 2002년 5월, KBS의 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PD A씨가 취재를 위해 이 지사를 찾아온다.

    이 지사와 A씨는 김 전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하며 분당 파크뷰 아파트의 용도변경 이유 등을 물었다. 이 지사는 종이에 질문을 적어 주고, A씨가 검사를 사칭할 수 있도록 수원지검에 일하는 어느 검사의 이름도 알려줬다. 

    이 지사는 또 통화의 녹취본을 2002년 5월 23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는데,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김 전 시장이 A씨를 선거법위반 및 검사사칭으로 고소한다.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위반·공무원 자격 사칭 종용 혐의로 함께 고소당했다. 이후 수원지검 특수부는 같은 해 6월 7일 이 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구속에 나선다. 약 한 달 뒤인 7월 4일엔 이 지사를 공무원자격 사칭 혐의로 기소하기에 이른다.

    이 지사는 이후 1심에서 공무원 자격 사칭 및 무고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아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다만 "녹취록 내용은 유권자들이 김 시장의 공무 담임자로서의 적격성을 가늠하는 데 유용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재명, 검사 사칭으로 벌금 150만원 확정받아

    2심에서는 벌금 150만원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2004년에 벌금 150만원 형을 확정 짓는다.

    이 지사가 의혹을 터뜨린 '분당 파크뷰 아파트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의혹'부터 '검사 사칭' 사건까지 곽 의원이 꾸준하게 엮인 셈이다. 다만 과거에는 곽 의원이 검사 신분으로 이 지사를 수사한 것과 반대로 최근엔 이 지사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와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당해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거 검사 신분으로 이 지사를 수사한 곽 의원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사 관련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며 "약 20년 전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가 시간이 흘러 피의자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본지는 곽 의원에게 이 지사와의 인연이 어떻게 되는지를 묻고자 통화를 시도했으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후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역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