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금융’ 관련 행위자 대부분이 북한·이란과 연루… 익명 보장하는 개방성 악용해 불법거래
  • ▲ 영국 재무부가 공개한 '확산금융 국가위험평가' 보고서 가운데 북한 섹션의 일부. ⓒ영국 재무부 홈페이지 캡쳐.
    ▲ 영국 재무부가 공개한 '확산금융 국가위험평가' 보고서 가운데 북한 섹션의 일부. ⓒ영국 재무부 홈페이지 캡쳐.
    북한과 이란이 대량살상무기 및 운반체계 기술 확산과 관련한 불법거래를 할 때 영국 금융계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정부가 밝혔다. 영국정부는 특히 북한 외교관들이 이런 불법거래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영국 “대량살상무기 확산하려는 세력들, 영국 금융 시스템 악용 시도”

    영국 재무부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한 ‘확산금융 국가위험 평가(National risk assessment of proliferation financing)’라는 35쪽짜리 보고서에서 “화학·생물학·방사능·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관련 운반체계 기술 확산과 관련 있는 금융거래가 세계적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노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영국의 국가안보에도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확산금융’이란 대량살상무기 및 운반체계의 원자재, 관련 기술을 개발·획득·거래하기 위해 벌이는 자금거래와 이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영국 재무부는 “이런 ‘확산금융’에 연루된 주체들이 국제 자금거래를 할 때 영국을 악용하려 한다”며 “특히 북한·이란과 연결고리가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관련) 행위자들이 영국 금융계를 악용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런 사례로 제3국을 이용한 선박 재보험 가입 시도를 소개했다.

    어떤 선박이 영국 보험업자에게 재보험 가입을 신청했다. 보험업자는 제3국의 자회사를 통해 신청을 접수했다. 그런데 심사 과정에서 해당 선박이 북한 선박과 석유 불법환적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보험 재가입은 거절됐다. 영국 정부는 해당 선박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영국 재무부는 “해당 선박이 제재받지 않고 재보험에 가입됐다면 그 후로 분명 확산금지 관련 품목을 운송했을 것이고, 이는 북한정권과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북한 선박과 불법환적에 연루된 배들 중 일부는 영국 소재 기업이 소유했거나 영국 기업과 연관된 적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북한, 외교관들이 공관을 근거지로 대량살상무기 관련 금융거래”

    “특히 북한은 외교관들이 대사관을 근거지로 확산금융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재무부는 밝혔다. 북한 외교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위반하며, 외교행위를 넘어서는 방법으로 돈을 벌고, 외화벌이 기회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영국 금융시스템을 악용하려 한다는 것이 영국 재무부의 지적이다.

    영국 재무부는 이어 “분명 런던 주재 북한대사관은 확산금융과 관련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국이 어떤 나라에 대사관을 열고 주재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때는 은행이 지켜야 할 유엔 안보리 결의사항이 있는데 대형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국 은행은 이 규정을 잘 모를 수 있다고 영국 재무부는 지적했다. 

    영국 재무부는 “영국에 체류 중인 북한 유학생 또한 북한정권을 위한 수익 창출에 연루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영국 금융시스템, 개방성과 투명성 때문에 확산금융 위협에 취약”

    북한과 이란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 관련 세력들이 영국 금융계를 이용하려는 이유를 영국 재무부는 “투자·무역의 개방성이 높은 영국 금융계의 특징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 이은 세계 금융허브로 인정받는 ‘더 시티’와 ‘카나리워프’(영국 런던 금융가의 별칭)에서는 페이퍼컴퍼니 설립이나 익명의 자금 조달 등이 수월하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확산금융이나 테러자금 조달과 같은 범죄에 악용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