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분노 쌓아가는 KBS의 운명이 궁금하다
  • 양승동 KBS 사장. ⓒ뉴데일리
    ▲ 양승동 KBS 사장. ⓒ뉴데일리
    더불어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예고한 뒤로 언론인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재갈법이나 다름없는 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폐기를 주장하는 국회 앞 KBS 언론인들의 시위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KBS 노동조합 직원들 뿐 아니라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측에서도 이 법안을 반대하는 시위에 동참중이다.

    그런데 이런 투쟁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적자폭이 나날이 커진다며 수신료를 올려달라는 KBS 직원들이 과도한 연차수당을 챙겨왔다는 감사원 발 뉴스다. 문재인 정권은 이미 7월부터 민영인 SBS는 물론이고 정권 우호세력이라 할 공영방송 KBS·MBC가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전리품 챙겨주듯 중간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해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일반 국민은 상상하기 힘든 고액의 연차수당을 받아온 것이다. 정권의 언론탄압에 언론인들과 함께 분노한 국민이 배신감이 들겠나 안 들겠나.

    며칠 전 감사원이 공개한 3년 주기 정기 감사 결과에 의하면 KBS는 연차수당 기본금액을 ‘기본급의 180%’로 적용해왔다고 한다. KBS처럼 적자에 시달리지 않거나 심지어 흑자를 내는 공공기관도 기본급 130~140% 수준에서 받아온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큰 금액이다. 그 결과로 KBS의 한 고위 직원의 경우 하루 연차수당(2018년 기준)이 64만9,200원에 달해 19일치 쌓인 금액 총 1,233만4,760원의 수당을 챙겼다고 한다. 이 금액은 올해 최저임금 연봉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공기관인 KBS 50대 직원의 천만 원이 훌쩍 넘는 19일치 연차수당을 챙겨주기 위해 최저임금 받는 단독가구 20대가 수신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 KBS는 안 그래도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수신료 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 6,258억 원에서 2019년 6,705억 원으로 증가 추세다. 극단적인 비유이겠지만 그만큼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것이고 입이 딱 벌어질 노릇이라는 얘기다.

    이대로 가다간 KBS 침몰 멀지 않았다

    KBS 사업 손실은 2018년 585억 원에서 2019년 759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고 한다. 여기에 계속된 종편의 성장, 유튜브 넷플릭스 등 뉴미디어 플랫폼이 엄청난 득세를 하면서 콘텐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KBS는 시청층을 지속적으로 빼앗기고 있다. 벌써 이런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됐는데도 KBS의 경쟁력 제고노력은 도무지 개선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뉴스보도에서는 소위 검언유착 오보로 실망시키고 특히 2017~2018년 제작한 아이돌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에선 점수 오류로 최종 선발자들을 탈락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이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나자 KBS는 “최종회를 제작·방영할 때 총파업으로 10명의 내부 프로듀서 중 3명만 참여하는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자신들은 ‘프로듀스 101’의 투표조작과 같은 고의는 없었다는 뜻이겠지만, 단순실수라고 그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인가.

    KBS가 변명이랍시고 운운한 그 당시 파업은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사장과 이사장을 쫓아내기 위한 정치투쟁, 정치파업이라는 게 본질이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맡은 임무를 팽개치고 문재인 청와대와 민주당이 원하는 방송장악을 위해 홍위병처럼 정치파업에 매달리다 벌어진 제작파행 사태와 온갖 실수들을 단순 실수라고 변명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는 앞에선 수신료 올려달라고 징징거리는 KBS 언론인들이 뒤로는 얼마나 탐욕스럽고 뻔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다. 이렇게 민낯이 드러났는데도 다음 달 가서 국회에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켜 달라 하고 지금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재갈법이라고 폐지시켜달라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나.

    과도한 인건비를 지적받을 때마다 개선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상위직 숫자를 거의 줄이지 않고 상위직 비율만 줄인 내용의 경영개선 보고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는 꼼수나 부리는 KBS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민낯이 드러날 때마다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허울만 좋은 ‘영향력, 신뢰도 1위’를 자랑하는 KBS가 조만간 수신료 폐지를 넘어 민영화를 요구하는 성난 민심의 파도에 부딪혀 침몰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