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성향 시민단체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주사파, 현실과 괴리된 관념에 갇혀"
  • 민경우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정상윤 기자
    ▲ 민경우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정상윤 기자
    시민단체 '미래대안행동' 민경우 공동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택배노조 간부들에 대해 "주사파 활동가들이 노동 운동을 하겠다며 택배기사로 위장 취업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민 대표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따르던 '주사파'이자 이적 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 본부 사무처장 출신 인물이다.

    22일 조선일보는 민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민 대표는 지난 1995년부터 10년간 범민련 남측 본부 사무처장을 맡은 바 있다. 간첩 혐의로 기소돼 4년 2개월의 수감 생활을 경험했고, 출소 이후엔 민주노동당에 들어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팀장'을 맡았다. 지난 2019년 조국 사태 이후부터는 중도 성향 시민단체 '미래대안행동'을 설립해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 서총련 핵심 간부 출신"

    그는 김태완 민노총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진경호 위원장이 택배노조 간부 자리를 차지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민 대표는 우선 김태완 수석부위원장에 대해 "서총련(서울지역총학생연합) 중앙집행위원장을 지내는 등 한국대학생총연합(한총련)의 핵심 간부였고, 내가 서울 구치소에 있을 때 나와 같이 있었다"며 "현장을 중시해 학생운동 이후 노동 운동을 했다"고 했다. 

    홍익대 부총학생회장 직을 지냈던 김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012년에 치러졌던 국회의원 선거에서 마포을 지역구에 통합진보당 예비후보로 출마했으나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후 2년 뒤 서울 용산에서 택배기사로 취업, 2016년 6월에 택배노조의 전신인 '택배기사 권리찾기 전국모임'을 결성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택배기사 관련 노동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한국진보연대서 활동"

    민 대표는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에 대해선 "현장에 투신했던 주사파"라며 "내가 한국진보연대에서 활동할 때도 함께 있었다"고 했다. 

    한국진보연대는 2007년 좌파성향 단체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 단체는 한국진보연대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활동도 주도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와 김태완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대책위의 공동 대표를 맡기도 했다. 

    민 대표는 택배노조의 투쟁이 지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해석했다. 그는 "애초 노동 운동판에서 세가 강하지 않던 주사파는 2001년 '민주노동자전국회의'를 만들었다"며 "2004~2005년쯤 노동 운동과 진보 정당을 사실상 장악했고, 이후 주사파 활동가들은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을 하거나, 민주노총의 중앙 간부를 하는 등 이른바 상층(上層)에서 활동했다"고 말했다.
  • 김태완(왼쪽)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진경호(오른쪽) 위원장. ⓒ연합뉴스
    ▲ 김태완(왼쪽)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진경호(오른쪽) 위원장. ⓒ연합뉴스
    통합진보당 해체 이후 활로 모색… 사회 상층에서 하층으로 내려가

    그러던 중 이석기 전 의원이 2013년 '내란선동죄'로 처벌받아 통진당이 해체된 후, 정치권과 대중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고립되자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고 한다. 

    민 대표는 조선일보에 "정치적 고립이라는 벽에 부딪치자 주사파 활동가들이 이를 돌파하기 위해 비정규직 운동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상층 활동이 막히자 이른바 '하층(下層)' 활동에 뛰어든 것"이라며 "택배·학교 비정규직·건설·마트 등의 노조 운동은 주사파 활동가들이 주도하며 지나치게 강경하거나 정치화된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끝으로 김포 택배 대리점주 사건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해당 사건은 택배 대리점 소장 이모(40)씨가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업무 방해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내린 사건이다. 

    이씨의 사망 이후 택배노조원들의 괴롭힘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택배노조 집행부는 아직까지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민 대표는 "나도 그랬지만 주사파들은 현실과 괴리된 관념에 갇혀 있어 세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며 "꿈꾸는 것과 비슷한 상태인데, 지금도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우리를 공격하기 위한 음모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