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나라 이름 딴 ‘오커스(AUKUS)’ 결성…중국 “지역 안정과 핵 비확산 노력 해치는 일”미국 “핵추진 잠수함 기술 제공, 호주에만 예외적으로 단 한 번 제공”…한국은 대상 아냐
  • ▲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와 '오커스(AUKUS)' 결성 관련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와 '오커스(AUKUS)' 결성 관련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과 영국, 호주가 15일(이하 현지시간) 새로운 안보협력체 ‘오커스’를 결성하고,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첫 번째 프로젝트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세 나라 정상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협력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호주와 재래식 잠수함 공급계약을 맺었다가 일방적으로 파기당한 프랑스도 반발했다.

    미국 고위당국자 “호주 핵추진 잠수함 건조 위해 18개월 간 공동 연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고위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영국·호주가 ‘오커스(AUKUS)’를 결성한다고 밝히면서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새로운 안보협력체를 결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커스의 첫 프로젝트는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돕는 것으로,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세 나라는 회의체를 구성하고 18개월 동안 공동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호주는 앞으로 8척의 공격용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게 된다.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또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미국·영국·호주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3자 안보협력에 대해 통보해 왔다”며 “오는 10월부터 IAEA와 협력할 것이라고 ‘오커스 측에서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IAEA는 “이번 삼국협력의 중요한 목표는 핵 비확산 체제와 호주의 모범적인 비확산 체제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고위당국자 “극히 이례적인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 제공”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7일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외국에 제공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미국 고위당국자도 언론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외국에 제공하는 것은 예외적인 것으로 이번 한 번만(one-off)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은 냉전 시절 영국에게만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했다. 호주에 관련 기술을 제공한다는 것은 미국이 호주를 ‘인도·태평양에서의 영국’처럼 대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세 나라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인도·태평양의 전략적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오커스’를 두고 “영어를 사용하는 세 해양국가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문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 ▲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탑재한 호주 콜린스급 잠수함. 수중 배수량 3400t으로,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는 가장 크다. ⓒ호주 해군 제공.
    ▲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탑재한 호주 콜린스급 잠수함. 수중 배수량 3400t으로,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는 가장 크다. ⓒ호주 해군 제공.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미국·영국·호주는 그동안 비슷한 시각으로 세상을 봐왔다”면서 “세계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고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 나라 간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8조원 날린 프랑스…자국 언급 안 됐음에도 흥분하며 반발한 중국

    모리슨 총리는 이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게 돼 프랑스와 맺은 재래식 잠수함 도입 계약은 파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어택’급 잠수함 12척을 프랑스 나발(Naval) 그룹으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계약을 파기한다는 뜻이었다. 프랑스 AFP통신은 “호주가 파기한 잠수함 도입사업 규모는 660억 달러(약 77조 78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호주는 현재 1990년대 도입한, 수중배수량 3400톤의 ‘콜린스’급 재래식 잠수함 6척을 운용 중이다. 이 잠수함은 ‘수중 락 공연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슨 총리의 발언에 프랑스는 즉각 반발했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배신당했다”며 “이건 동맹국끼리 할 행동이 아니다”고 호주를 비판했다. 르드리앙 장관은 이어 “미국의 잔인하고 일방적이며 예측할 수 없었던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나 할 만한 행동”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했다. 

    한편 미국·영국·호주 정상들은 ‘오커스’가 특정 국가에 대항한 협력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16일 ‘오커스’ 결성과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 공유를 맹비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영국·호주가 지역 안보와 평화,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노력을 해치고 군비경쟁을 심화시키려 한다”며 “냉전적 사고로 다른 나라의 이익을 해치거나 타국을 표적으로 삼는 배타적 조직을 구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타임스 등 중국 관영매체들 또한 ‘오커스’ 결성과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맹비난하는 사설 등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