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서 Kh-55 순항미사일 밀수입한 중국·이란…이란은 북한과 공동으로 역설계한국 ‘현무-3C’의 선조뻘 되는 Kh-55 미사일, 구소련이 미국 토마호크 대응하려 개발
  • 중국제 순항미사일 CJ-10. 북한 신형 순항미사일과 제원도 비슷하다. ⓒ글로벌 디펜스 코프 관련내용 화면캡쳐.
    ▲ 중국제 순항미사일 CJ-10. 북한 신형 순항미사일과 제원도 비슷하다. ⓒ글로벌 디펜스 코프 관련내용 화면캡쳐.
    북한이 지난 11일과 12일 시험발사를 한 신형 순항미사일의 외형은 미국의 BGM-109 토마호크와 한국의 현무-3C를 쏙 빼닮았다. 한 해외 군사전문매체는 “북한 신형 순항미사일이 중국제 미사일을 원형(原型)으로 한 것 같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다른 해외 매체들은 “구소련제 Kh-55 순항미사일을 역설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 해킹으로 빼간 한국 무기기술을 사용해 개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전문매체 “북한 신형 순항미사일, 중국제 미사일과 흡사”

    군사전문매체 ‘글로벌 디펜스 코프’는 14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이 발사한 신형 순항미사일은 그 비행거리와 외형이 중국군 CJ-10 순항미사일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CJ-10, 일명 ‘장검-10호’ 순항미사일은 중국이 2006년부터 실전배치를 시작했다. 대중들에게는 2009년 처음 공개했다. 서방 진영은 CJ-10과 DH-10A를 같은 미사일로 분류한다. 미국 국방부 의회 보고서, 글로벌 시큐리티, CSIS 미사일 위협연구 등에 따르면, DH-10A는 길이 6.3미터, 폭 0.514미터, 비행 중 날개를 폈을 때 폭 3.1미터, 발사 중량 1.09t이다. CJ-10는 길이 8.3미터(부스터 제외시 7.2미터), 폭 0.68미터, 발사 중량 1.8t이다. 날개를 폈을 때 폭은 DH-10과 동일하다. 탄두중량은 450~500킬로그램이며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 속도는 마하 0.75~0.8 정도로 추정된다.

    CJ-10의 사거리는 1500킬로미터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터보팬 엔진을 사용한다. 미사일은 8륜 이동식 차량 발사대(TEL)에 탑재한다. 유도장치는 관성항법장치(INS)와 러시아제 위성항법체계 ‘글로나스’를 사용한다. 종말단계에서는 지형대조항법체계(DSMAC)를 사용한다. 이 설명은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밝혔던 내용과 모두 일치한다.

    Kh-55 원형으로 한 중국 CJ-10, 이란의 소우마르 미사일

    현재 CJ-20, YJ-18, HN 시리즈, DH-2000, YJ-62, YJ-100 등 다양한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게 CJ-10(또는 DH-10)은 중요한 순항미사일이다.

    글로벌 시큐리티 등에 따르면, 중국은 1990년대 말 세르비아와 이라크, 파키스탄 등으로부터 미군 토마호크 미사일 불발탄을 사들였다. 2000년에는 우크라이나 업체를 통해 Kh-55 순항미사일 6발을 밀수입했다. Kh-55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사거리 2500킬로미터의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이다. 이때부터 순항미사일 개발을 시작했다.
  • 발사관 수납상태일 때의 Kh-55 순항미사일. 수직미익과 공기흡입구, 주익이 본체에 수납된 상태다. ⓒ군사웹진 '호주공군력' 관련 게시물 캡쳐.
    ▲ 발사관 수납상태일 때의 Kh-55 순항미사일. 수직미익과 공기흡입구, 주익이 본체에 수납된 상태다. ⓒ군사웹진 '호주공군력' 관련 게시물 캡쳐.
    중국은 1년 뒤 우크라이나로부터 Kh-55 순항미사일 생산라인까지 몰래 사들여 상하이 인근에 공장을 지었다. 이 과정을 통해 중국은 6년 뒤 CJ-10 개발에 성공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CJ-10 순항미사일 350발 이상을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보다 늦었지만 비슷한 과정을 통해 순항미사일을 개발한 나라가 이란이다. 2005년 우크라이나 정부는 Kh-55 순항미사일 12발이 2001년 이란에 밀수출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이란은 Kh-55를 역설계해 ‘호베이제’ 순항미사일은 개발했다. 2015년 대중에 공개한 ‘호베이제’ 미사일은 길이 7.24미터, 폭 0.514미터로 중국 CJ-10과 흡사하다. 이란은 이 미사일의 파생형을 개발하고 사거리에 따라 이름을 붙였다. 사거리 2000~3000킬로미터에는 ‘소우마르’, 1350킬로미터에는 ‘호베이제’, 1000킬로미터 안팎에는 ‘아부 마흐디’라 붙였다. 이란은 ‘소우마르’에는 터보제트 엔진을, ‘호베이제’와 ‘아부 마흐디’에는 로켓 엔진을 장착했다.

    북한 신형 순항미사일, 현무-3C 빼닮은 이유…러시아 원천기술+한국 해킹?

    이란은 Kh-55 미사일을 역설계할 때 북한의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2005년 6월 26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과거 우크라이나가 이란에 판매한 구소련제 장거리 순항미사일 Kh-55 기술이 북한에 유출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당시 복수의 정부·여당 소식통을 인용해 “이 정보는 미국 정보기관이 제공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Kh-55를 실전배치하면 일본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4년 6개월 뒤인 2009년 12월 8일 산케이신문은 미국 워싱턴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과 이란이 과거 우크라이나로부터 입수한 Kh-55 순항미사일을 역설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두 나라가 개발하려는 미사일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개발에 성공할 경우 중동은 물론 북한의 미사일 기술향상과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대목들이 북한 신형 순항미사일과 한국군 현무-3C, 미국 토마호크 미사일과 왜 그렇게 흡사한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다. 한국군의 현무-3C 순항미사일은 구소련 기술을 사용했고, Kh-55 미사일은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벤치마크 했기 때문이다.
  • 잠수함에서 수중 발사하는 현무-3C 순항미사일. 구소련 기술을 전수받아 만들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잠수함에서 수중 발사하는 현무-3C 순항미사일. 구소련 기술을 전수받아 만들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 ‘불곰사업’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핵심군사기술을 도입했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기술도 그렇다. 한국이 ‘현무 순항미사일’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 순항미사일이 구소련 때 개발해 1994년 실전배치한 3M54 칼리브르다. ‘클럽’이라고도 하는 칼리브르 미사일은 Kh-55 다음에 나온 미사일로, 미국 토마호크 미사일을 벤치 마크해 개발했다.

    역설계로 고민하던 북한과 이란…해킹정보 공유했나

    Kh-55를 밀수입한 중국과 이란은 이를 역설계 하는데 적잖은 시간을 들였다. 구소련제 무기를 대거 도입해 자체 개발까지 한 중국조차 CJ-10을 개발하는데 6년이 걸렸다. 이란과 북한은 19년 이상 걸렸다. 이란이 호베이제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해 대중에 공개한 때가 2019년 2월, 북한은 이제야 신형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이란이 시험발사에 성공한 2019년, 북한이 순항미사일 개발계획을 밝히고 불과 2년 만에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을 두고 외부 지원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리고 이는 외부지원이라기보다 북한의 해킹 덕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9년 8월 10일 북한이 함경남도 함흥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뒤 국내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거 북한이 해킹한 국내에서 군사기밀을 활용해 신형 미사일을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에 제기됐다. 당시 탄도미사일 형태가 미국제 전술용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빼닮았기 때문이었다.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이동식차량발사대(TEL) 또한 우리 군의 다련장 로켓 M270A1와 흡사했다. 때문에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 한국 기관들을 해킹해서 빼낸 자료로 개발 속도를 앞당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군사전문가들은 2014년 4월 국방과학연구소(ADD) 해킹사건에 주목했다. 당시 ADD 내부 PC 3000대가 해킹당해 군사기밀 수백 건이 유출됐다. 이후 북한의 신형무기 개발에 속도가 붙은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해킹해서 빼낸 자료로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의 기술적 난관을 쉽게 극복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ADD에서 유출됐던 기술 자료들은 무기 설계도는 아니었지만, 실제 무기체계를 개발할 때 꼭 필요한 자료들”이라며 “언론에 보도된 유도체계 기술이나 시스템 통합 자료들이야말로 유출돼서는 안 되는 기밀”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순항미사일의 경우에는 장거리 유도와 명중률 향상을 위해 고도의 제어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사일을 역설계를 할 때는 정밀유도장치와 체계통합기술이 핵심이라는 게 항공우주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2014년 4월 ADD 해킹이 다시금 주목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