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에 드론 납품하는 업체…항공기와 우주비행체도 생산하는 전략방산기업4만5000유로 가격 지분 400만 유로 주고 인수…중국으로 공장 옮기기 전 적발
  • 2019 드론쇼 코리아에 전시된 군용 드론 모형들. 군용 드론은 취미·여가용 드론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사진과 기사 본문은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9 드론쇼 코리아에 전시된 군용 드론 모형들. 군용 드론은 취미·여가용 드론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사진과 기사 본문은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국영기업들이 홍콩 업체를 앞세워 이탈리아 방산업체를 불법으로 인수했다 적발됐다. 중국 기업은 이탈리아 방산업체 지분을 시장 거래가보다 90배 더 주고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영기업들, 나토에 드론 납품하는 이탈리아 방산업체 불법인수”

    영국 BBC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세무경찰(Tax police)이 방산업체 불법인수합병 혐의로 업체 경영진 6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경영진 가운데 3명은 중국인, 3명은 이탈리아인이다. 모두 무기유통법과 이탈리아 전략기업 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이 인수한 업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이탈리아 군에 드론(UAV)을 납품하는 전략기업이다. 항공기와 우주비행체도 생산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방산 관련 등 전략기업 인수합병 때는 당국에 사전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외국인은 해당 국적에 따라 전략기업 등의 투자에 제한을 받는다.

    중국 국영기업 2곳은 이런 점을 고려한 듯 홍콩 업체를 내세워 2018년 업체에 접근했다. 이들은 드론업체 지분 75%를 사들이면서 시장 거래가 4만 50000유로(약 6200만원)의 90배에 가까운 400만 유로(약 55억 4000만원)를 지불했다.

    중국 기업들, 거래가의 90배 주고 이탈리아 방산업체 지분 75% 취득

    중국 국영기업들은 2019년에는 상하이 무역박람회에 이 업체 드론을 출품해 시장성을 확인했다. 당시 중국 국영기업들은 군용드론을 중국을 반출하면서 이탈리아 세관에 ‘RC(무선조종) 항공기 모형’이라고 속였던 사실도 드러났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올해 초부터는 드론공장 설비를 상하이 서쪽 135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우시’라는 지역으로 옮기려 했다. 이곳에서 군용드론 기술을 빼내려 했다는 게 이탈리아 조세경찰의 판단이다.

    한편 이탈리아 ANSA 통신에 따르면, 이 업체는 올해 초에는 이란에 드론을 밀수출했다가 ‘대이란 무기판매 금지법’ 위반 혐의로 세무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중국 국영기업에 넘어간 뒤 여러 범죄에 연루된 것이다.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 80% 중국, 왜 이탈리아 업체 인수했을까

    중국은 세계 드론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도 잘 알려진 DJI의 경우 세계 드론시장의 76.1%를 차지하고 있다(전문업체 드로니 2021년 3월 발표·코트라 제공). 하지만 중국 드론은 미국산 부품이 없으면 날 수가 없다. 지난해 9월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DJI 제품을 분해한 결과 80%가 상용부품이다. 특히 통신·전원관리 부품은 모두 미국산이었다.

    중국 드론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취미·여가용 드론은 중국산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상용 드론부터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점유율이 높아진다. 군용 드론으로 가면 미국을 필두로 이스라엘,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 등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상용 드론부터는 조종 거리가 수십 킬로미터를 넘어 간다. 군용 드론은 통신위성을 이용한 실시간 통신 및 관제역량이 필요하다. 그 정밀도 또한 차원이 다르다.

    반면 중국은 미군이 20년 전부터 써오던 MQ-9 리퍼를 이제야 ‘카피’하는 수준이다. 위성을 이용해 수천 킬로미터 바깥에서 실시간 감시·정찰·공격을 하는 임무는 엄두도 못 내는 수준이다. 중국이 국영기업을 2곳이나 보내 이탈리아 군용드론업체를 인수하려 한 것도 이런 기술격차를 어떻게든 뛰어 넘어보려는 시도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