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 해외 전문가들 인터뷰…“아프간 철수 등으로 예민해진 미국 자극할까 우려”“미국에 계속 대화 제스처…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땐 정세 급변 가능성”
  • ▲ 지난 9일 심야열병식에 등장한 방역인력들. 이날 열병식에는 북한군 정규군이 참가하지 않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일 심야열병식에 등장한 방역인력들. 이날 열병식에는 북한군 정규군이 참가하지 않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 9월 9일 북한 정권 창건 기념일 심야 열병식에 정규군을 참가시키지 않는 등 규모를 대폭 축소한 이유가 미국의 분노를 살까 우려한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뜻이 있는지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기념일 열병식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같이 나왔다.

    마키노 요시히로 “아프간 철수로 분노한 미국 눈치 보며 열병식 축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9일 북한의 정권 창건 기념일 심야열병식에 대한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켄 고스 미해군분석센터(CNA) 선임국장,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의견을 전했다.

    마키노 요시히로 기자는 북한이 9일 열병식 규모를 축소한 이유는 아프간 철수 후폭풍 등으로 분노한 미국을 의식해서라고 주장했다. 마키노 기자는 “북한 눈에는 현재 바이든 정권이 너무 분노한 상태여서 미국을 자극하는 건 좀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때문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신무기나 전략무기는 일체 공개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북한 열병식에는 또한 주민들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 같다고 마키노 기자는 주장했다. 코로나와 대북제재, 자연재해로 어려운 상황인데다 한국·미국 등에서는 드라마 같은 외부정보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사상통제를 더욱 강화하려고 열병식을 연 것 같다는 주장이었다. 마키노 기자는 이어 “어쩌면 김정일과 김일성 생일인 내년 2월 또는 4월 열병식은 성대한 규모로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켄 고스 “북한, 10월 10일 열병식 어떻게 여느냐 따라 정세 급변할 수도”

    미해군 분석센터(CNA) 켄 고스 선임국장은 북한이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을 넘어 미국에게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알리려고 9일 열병식을 축소 진행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은 최근 경제협력 가능성에 초점을 둔 신호를 외부로 보내고 있는데 이럴 때 미사일과 신무기를 공개하는 열병식은 열지 않는다”며 “지금 북한은 외부에 ‘한반도에서 문제를 일으키지도, 긴장을 고조시키지도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은 현재 미북-남북 갈등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미국에게 협상 기회가 있음을 알리려 한다”며 “다만 미국은 아프간 철수와 코로나 등 현안이 많이 북한의 제스처에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때 어떤 열병식을 여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집권 10년 차인 올해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도 소규모로 실시해 낮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느냐,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하느냐에 따라 미북관계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고스 국장의 전망이었다.

    브루스 베넷 “9일 열병식 내부결속 위한 것…김정은, 내부지지 얻으려 노력”

    반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열병식 축소 정도로는 현재의 미북대화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원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그런 방향으로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정 반대의 행동을 해왔다”면서 열병식 축소 같이 긴장을 낮게 유지하는 정도로는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를 미국에게서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열병식 축소는 그보다 북한 내부 결속과 사상 통제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이 열병식에 참석하기 전 노동 혁신가와 유공자들을 위한 연회를 열었던 사실에 주목하며 “이번 열병식은 외부가 아닌 내부 청중을 위한 행사”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김정은이 내부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가 내부적으로 지지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