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문매체, 알아라비야 방송 “이란 테헤란 인근서 탈레반 노획 미군 차량들 포착”스푸트니크통신 “이란, 탈레반으로부터 4분의 1 가격 주고 장갑차량·UAV·헬기 구매”
  • ▲ BBC의 이란전문기자 키안 샤리피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촬영장소는 모두 테헤란 교외다. ⓒ키안 샤리피 트위터 캡쳐.
    ▲ BBC의 이란전문기자 키안 샤리피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촬영장소는 모두 테헤란 교외다. ⓒ키안 샤리피 트위터 캡쳐.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으로부터 노획한 미군 무기 가운데 일부를 이란에 판매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란전문매체는 테헤란 인근에서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란 전문매체들 “탈레반, 이란에 미군 무기 팔아넘긴 정황 포착”

    이란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영국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탈레반이 미국제 무기를 이란에 배달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SNS에서 확산 중인 사진 여러 장을 소개했다. 

    한 사진에는 아프간 정부군이 사용하던 탱크와 군용차량들이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에 모여 있다. 다른 사진에는 험비(미군 군용차량)와 미국제 픽업트럭을 실은 이란군 대형트럭이 고속도로를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매체는 이어 “지금까지 아프간 정부와는 대립관계였던 이란 정부가 탈레반에는 우호적 태도를 취한다”면서 “이란은 지난 8월25일 아프간에 석유 공급(판매)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으로서는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석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매체, 탈레반이 이란에 미군 장갑차·헬기·UAV 팔았다고 보도”

    영국의 또 다른 이란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도 탈레반이 이란에 상당량의 미군 무기를 넘겼다고 전했다. 

    매체는 BBC의 이란 전문기자 키안 샤리피의 트위터가 관련 사진의 출처라고 설명했다. 샤리피는 지난 1일 “이란 측 텔레그램 채널에서 입수한 사진”이라면서 트위터에 사진 4장을 올렸다. 그러면서 험비를 포함한 다수의 미군 군용차량이 테헤란-셈난가르름사르 고속도로에서 포착됐다고 밝혔다. 

    샤리피는 이어 “이들 차량은 아프간정부군이 이란으로 도피한 것 아니면 탈레반이 이란에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이란판(페르시아어판)은 “이란이 탈레반으로부터 미군 장갑차량과 무인기(UAV), 헬기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스푸트니크통신은 익명의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 무기는 본래 가치의 4분의 1 가격에 팔렸으며, 이란정부는 역설계를 위해 이를 연구소로 옮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 ▲ 험비와 지뢰방호차량 등 미군장비를 실은 대형 트럭이 이동할 준비를 하는 모습. 테헤란 인근에서 찍혔다고 한다. ⓒ전문매체 이란 인터내셔널 트위터 캡쳐.
    ▲ 험비와 지뢰방호차량 등 미군장비를 실은 대형 트럭이 이동할 준비를 하는 모습. 테헤란 인근에서 찍혔다고 한다. ⓒ전문매체 이란 인터내셔널 트위터 캡쳐.
    사우디아라비아 위성방송 ‘알아라비야’ 또한 지난 2일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뒤 아프간정부군이 사용하던 미군 무기가 이란에서 다수 포착됐다”고 알렸다. 

    미국 국방부는 미군이 아프간정부군에 준 무기는 최첨단 기술이 안 들었으므로 별 위협이 안 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나 이런 무기도 이란이나 북한에는 도움이 된다.

    이란과 북한의 '무기동맹'… 과거 중국 통해 제재품목 거래 의혹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 무기수출 회사인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가 이란에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KOMID는 이란·시리아에 탄도미사일과 관련 부품, 재래식 무기를 판매했던 조직으로, 2009년부터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는다. KOMID는 특히 이란 국영기업 ‘샤히드헤마트산업그룹(SHIG)’에 액체연료 탄도미사일, 우주발사체의 지상실험용 밸브, 계측기 등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전문매체 ‘글로벌 시큐리티’는 지난해 “북극성-1형의 고체연료 추진체 기술은 이란 세질미사일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사무차장은 지난해 1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연료 원심분리기에 사용하는 로터 소재가 탄소섬유”라며 “이란은 탄소섬유 기술을 북한으로부터 얻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2000년대 중반 중국에서 활동하던 북한업체가 이란에 탄소섬유를 판매한 적이 있다”며 “이란이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기술과 탄소섬유 기술을 전수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전례로 볼 때 북한이 중국을 경유해 이란으로부터 험비와 지뢰방호차량, UAV부터 야간투시경과 방탄복 같은 개인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대가는 현금이 아닌 핵기술이나 단거리 지대지미사일 기술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도입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