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후 미국·영국 등 앵글로색슨 5개국 결성한 정보공동체…‘아이즈’ 붙은 공동체 다양전문가 “가입하면 한미동맹 공고해지고 정보역량 강화”…일각서는 “文정권 후에나 추진 가능”
  •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마라톤 논의 끝에 2022년 국방수권법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마라톤 논의 끝에 2022년 국방수권법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한국, 일본, 인도, 독일을 '파이브 아이즈'에 포함시킬 경우 그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년 5월까지 제출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진은 미국 의회의사당 캐피톨 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2022년 국방수권법 가운데 일부 내용을 두고 언론들은 미국이 한국을 당장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 등의 정보기관 공동체)’에 포함시키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도했다. 정보전문가들은 “한국정부가 ‘파이브아이즈’ 가입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2년 국방수권법 속 ‘파이브아이즈’ 관련 조항 내용

    2022년 국방수권법에 포함된 ‘파이브아이즈’ 관련 내용은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정보기관동맹, 즉 ‘파이브아이즈’에 한국·일본·인도·독일을 각각 포함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이 얻는 이점, 기술적 한계, 위험 등에 따른 평가보고서를 국가정보국장(DNI) 주도로 조사해 2022년 5월20일까지 의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우선 대상국의 '파이브아이즈' 가입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다.

    보고서를 요구한 주체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첩보·특수작전소위원회다. 

    법안은 보고서를 요구한 배경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이 확산하고 있다”며 “적들의 패권경쟁에 맞서 파이브아이즈 동맹국과 더욱 밀접해져야 하는 것은 물론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국가들까지 신뢰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파이브아이즈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 “파이브아이즈 가입하면 한미동맹 더 공고해져”

    정보전문가인 전웅 성균관대 교수는 “한미동맹이 안보의 핵심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파이브아이즈’에 가입하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 하원 내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이 ‘파이브아이즈’에 가입하면 기밀정보 교류 범위가 대폭 늘어나 정보역량이 강해지는 것은 물론 한미동맹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전 교수는 내다봤다.

    전 교수는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이 ‘파이브아이즈’에 가입하려는 것을 반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 ‘진보진영’의 시각에서 ‘파이브아이즈’는 미국의 패권을 지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여기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에 반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일본과는 거리를 두면서 친중행보를 보이는 문재인정부에서는 ‘파이브아이즈’ 가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전문가는 “파이브아이즈 가입은 문재인정부가 끝나고 2024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바뀐 뒤에나 제대로 추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일본과 관련된 문제에서 중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현 정부와 여당은 중국이 강경한 자세를 보이면 ‘파이브아이즈’ 가입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을 형상화한 로고. 서방 시민사회단체는 이들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호주 프라이버시 오스트레일리아 관련 홈페이지 캡쳐.
    ▲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을 형상화한 로고. 서방 시민사회단체는 이들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호주 프라이버시 오스트레일리아 관련 홈페이지 캡쳐.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10월 정례 브리핑에서 “파이브아이즈는 조심하라”는 경고를 내놨다. 

    당시 자오리젠 대변인은 호주와 중국 간 갈등에서 호주 편을 드는 ‘파이브아이즈’ 국가들을 향해 “눈이 5개든, 10개든, 더 많든, 감히 우리 중국의 주권과 이익을 훼손하려 한다면 눈이 멀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2차 대전 때 시작된 ‘파이브아이즈’… 냉전 거치며 미국과 신뢰관계 척도 돼

    ‘파이브아이즈’란 미국을 중심으로 뭉친 앵글로색슨 국가 신호첩보기관동맹의 별칭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미국과 영국은 통신첩보협정을 맺었다. 이후 두 나라 간 비밀협정은 냉전이 시작할 때쯤인 1946년 UKUSA 협정으로 발전했고, 앵글로색슨이 주류인 영연방 국가 즉 캐나다·호주·뉴질랜드가 참여하면서 5개국 정보기관 동맹협정으로 확대됐다.

    애초에 ‘파이브아이즈’는 통신 등 신호정보(SIGINT) 수집기관 위주로 구성됐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가 주도하고, 캐나다 통신안보기반국(CSE), 호주 신호감독국(ASD), 뉴질랜드 정부통신안보국(GCSB)이 참여했다. 

    이후 인간첩보(HUMINT)와 이미지첩보(IMINT) 정보기관, 방첩기관도 합류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이들은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는 공산권에 맞서 세계적 감청망인 ‘에셜런’을 만들었다.

    냉전이 끝난 뒤 ‘에셜런’은 언론에 노출됐다. 2000년 ‘에셜런’ 계획이 끝나면서 전 세계적 감청망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파이브아이즈’는 다양한 감청체계를 다시 운영했다. 

    이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세상에 드러났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SMH)는 2013년 6월 ‘프리즘’ 계획을, 8월에는 ‘X키스코어’ 계획을 폭로했다. 영국 가디언과 인디펜던트가 2013년 8월 폭로한 ‘템포라’ 계획도 있다.

    ‘파이브아이즈’는 21세기 들어 적성국을 어디로 삼느냐에 따라 동맹 또는 파트너 국가들과 ‘아이즈’라는 이름이 붙은 정보연합체를 구성했다. 

    오바마 시절 처음에는 프랑스에 제안했다 거절당한 뒤 이스라엘·싱가포르·한국·일본에 차례대로 제안했다 실패한 ‘식스아이즈’, 중국·러시아를 겨냥한 연합체 ‘파이브+쓰리 아이즈(프랑스·독일·일본 포함)’, 북한을 겨냥한 ‘파이브+쓰리 아이즈(프랑스·일본·한국 포함)’ ‘나인 아이즈(프랑스·네덜란드·노르웨이·덴마크 포함)’ ‘포틴 아이즈(독일·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스웨덴 포함)’ 등이 있다.

    ‘파이브아이즈’를 주도하는 미국 NSA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감청시설을 운영한다. NSA 감청시설과 연락사무소는 한국에도 있다. NSA는 주한미군 기지 내에 한미특별연락사무소(SUSLAK-K)를 운영하며, 한국의 SIGINT 기관인 777사령부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