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 피해 구제" 내세운 징벌적 손배… '일반인' 조국이 직접적 혜택퇴직 고위공직자도 징벌적 손배 청구 가능… 文, 언론에 징벌적 손배 길 열어 비리 보도 나오자 징벌적 손배 첫 주장한 이상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 ▲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강행 배경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장관이 꾸준히 거론된다. 조 전 장관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강행 배경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장관이 꾸준히 거론된다. 조 전 장관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더불어민주당은 전 세계에 유례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한 이유로 '국민'을 내세웠다. 잘못된 언론 기사로 인한 일반 국민의 권리 구제를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정작 개정안에 따른 수혜자는 일반 국민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직 고위공직자도 언론을 대상으로 징벌적 손배 청구가 가능해서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물론, 임기를 마친 뒤의 문 대통령도 징벌적 손배를 청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년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전직 고위공직자' 신분이 되는 문재인정부 주요 인사들이 이 개정안의 혜택을 보는 셈이다. 

    여권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정권이 바뀐 뒤에도 내 편을 지키겠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권력자의 징벌적 손배 악용 막겠다"더니… '전직'은 제외

    민주당은 당초 권력자들의 징벌적 손배 악용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았다. 각계각층의 비판이 있고서야 지난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 때 '징벌적 손배 청구 제한 조항'을 담은 수정안을 내놨다. '정치·행정·경제권력자'는 징벌적 손배 청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대상은 대통령·국무총리·장관·국회의원·국정원장 등 공직자윤리법 10조 1항 1~12호 해당자 및 그 후보자였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대기업 및 주요 주주임원도 여기에 포함시켰다. 이들은 언론을 대상으로 징벌적 손배 대신 일반 손배만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전직 고위공직자'는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배 청구 제한 대상에 공직자윤리법 10조 1항 1~12호는 포함시키면서, '제1~12호 직에서 퇴직한 사람'을 규정한 13호는 넣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국무총리 등은 징벌적 손배를 얼마든지 언론에 청구할 수 있다.

    권력형 비리는 퇴직 이후 불거지는 경우도 있다. 전직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의 퇴직 이후 권력형 비리 의혹이 보도된 적도 많다. 정의당과 언론단체 등이 "전직 고위공직자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17일 배진교 원내대표)고 요구한 이유였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개정안을 지난 19일 문화체육관광위에서 강행한 것이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개정안은 법 공포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된다. 내년 대선(2022년 3월9일) 이후다.

    故 노무현, 조국 영향?… '우리 편'에 잡힌 與

    민주당의 폭주 배경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 꾸준히 거론된다. 조선일보가 지난 6월21일자 성매매 관련 기사에 자신의 딸 조민 씨를 연상케 하는 삽화를 사용한 것과 관련, 조 전 장관은 기사 보도 9일 만에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던 시기였다.

    단적으로 이번 개정안에 이 논란을 염두에 둔 조항이 포함됐다. 기사 본질과 다르게 시각자료를 조합하는 등의 경우 언론에 고의·중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언론에 징벌적 손배를 청구할 수 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실제로 지난 7월6일 문체위 비공개 소위에서 '조국 부녀 삽화 논란'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오영우 문체부 제1차관을 향해 "'독자들에게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거나 피해자를 모욕·비방할 목적으로 그림·사진·영상을 포함하는 경우'도 악의·중과실 추정 규정 중 하나로 넣는 것은 어떤지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계기도 개정안의 배경이라는 의구심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와 관련된 언론 보도로 노 전 대통령이 수모를 당했다는 논리였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7월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칙과 특권 뿌리 뽑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 노무현정신"이라며 "논두렁시계 같은 가짜뉴스, 수사정보를 흘리는 검찰의 인권 침해와, 그것을 받아쓰기하던 언론의 횡포, 여기에 속절 없이 당하셔야 했던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비리 보도 나오자 "언론개혁" "징벌적 손배 도입" 주장

    역설적이게도 징벌적 손배제에 앞장선 이들은 비리 의혹을 받는 여권 인사였다. 자신과 관련한 불리한 보도가 나온 뒤 언론개혁을 외치기도 했다. 그 대표적 인물이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문체위 회의에서 징벌적 손배를 처음 주장했다. 자신과 관련된 이스타항공 비리 혐의 및 의혹 등 관련 보도가 나오던 시기였다

    이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여기 앉아 있는 분들이 가짜뉴스와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던 그는 지난 5월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박근혜정부를 무너뜨린 '최순실 의혹 보도'에 앞장선 기자였다. 김 의원은 당시 "언론은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수정권 시절 언론 자유를 주장한 조 전 장관은 개정안 통과 직후 페이스북에 "천신만고 끝에 검찰개혁 법안에 이어 언론개혁 법안이 통과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가족 관련 의혹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주장해왔다.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는 지난 11일 항소심에서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받고,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