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지방에 있는데… 국민의힘과 사전 협의 없이 수시간 전 입당 결심입당식에 의원은 불과 4명만 참석… 정치권 압박 부담감으로 작용한 듯
  • ▲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 당사를 방문해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인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 당사를 방문해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인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윤석열 예비후보가 30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 한 달 만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그간 '8월 입당설'이 유력했던 윤 예비후보가 정치권 여론에 밀려 입당 시기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1시50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과 면담 후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입당 결심 몇 시간 안 돼"

    기자간담회의 화두는 윤 예비후보의 입당 시기였다. 그간 민심행보를 이어오면서 숱한 질문에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즉답을 피했으나, 급작스럽게 입당 소식을 전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윤 예비후보는 이날 입당한 이유로 "저는 처음부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주축이 돼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좀 더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싶었는데 많은 분을 만나보니까 그런 불확실성을 없애고, 나중에 참여가 아니라 초기부터 가야겠다 하는 생각을 국민께 빨리 알려드리게 됐다. (입당을) 결심한 지는 몇 시간 안 된다"고 밝혔다.

    윤 예비후보는 입당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사전 협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 권 의원은 "저도 오전에 들었다. (윤 예비후보가) 2시쯤 뵐 수 있느냐고 해서 보겠다고 했더니 당사에서 보자고 하기에 입당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지방 일정에 조촐한 입당식

    특히 윤 예비후보의 입당 발표는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전남 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도중 이뤄졌다. 이 대표도 윤 예비후보의 입당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휴가여서 그의 입당식은 권영세·장제원·박진·최형두 의원 등 소수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졌다. 지난 15일 대선 경쟁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당 지도부의 환대 속에 입당한 모습과 사뭇 다르다.

    권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오늘 입당식이 작은 규모밖에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다음주 쯤에 윤 예비후보의 위상에 걸맞게 지도부가 전체 모인 상황에서 성대한 입당식을 하기로 대표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 예비후보의 당사 방문 소식에 기자들에게 "당 지도부에 따로 협의된 내용은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당 지도부의 지방 방문은 사전에 공지된 일정임에도 윤 예비후보가 이날 입당을 선언하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윤 예비후보는 "(이준석 대표 등) 지방 일정은 저는 몰랐다. 관련 인사나 이런 것은 다음주에 하면 되는 것이고, 충분히 교감을 갖고 진행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간 '8월 중'이라는 관측과 달리 윤 예비후보가 입당을 서두른 데는 정치권의 압박이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72명은 이날 윤 예비후보 입당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26일 정진석·권성동·유상범 등 국민의힘 의원 40명이 입당을 촉구한 바 있다.

    윤석열 독단적 태도에 지도부 당황

    전날 밤에는 다음달 2일 입당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윤 예비후보 측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여의도 안팎에서는 애초 2일로 정해졌으나 윤 예비후보가 보도를 보고 급작스럽게 결심을 바꿨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 따르면, 윤 예비후보는 이날 권영세 의원 면담과 기자간담회 주제에 관해 캠프 직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예비후보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에 따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 대표는 광양 포스코제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윤 예비후보가 8월이 아닌 7월에 입당한 것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보안 등 이유로 전격 입당을 선택한 것 같다"고 사전 조율이 없었음을 밝혔다.

    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윤 예비후보의 입당은 당연히 환영한다"면서도 "앞으로 공당의 일원이 됐으니 지도부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