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의견이든 불기소든 정치적 논란 불가피… 원리·원칙대로 수사하는 게 최선"
  • ▲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민석 기자
    ▲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민석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대상으로 정식 수사를 개시한 지 약 3개월 만에 첫 소환조사를 마쳤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조 교육감 수사가 곧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내다봤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27일 오전 조 교육감을 불러 같은 날 오후 6시께까지 10시간가량 조사했다. 

    조희연 "소명할 것 다 소명해"… 혐의 거듭 부인

    조 교육감은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며 "개인적으로 소명할 수 있는 것은 다 소명했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고 묻자 조 교육감은 "당연하다"며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공수처가 1호 수사로 선정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공수처는 검찰의 특수부와 다를 것이라고 본다"며 "수사를 개시했다고 무조건 기소를 전제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교육감은 또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으로 탄생한 공수처가 이번 특채 문제에 대해 균형 있게 판단해주기를 소망한다"며 "공공기관에서 특별채용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해 거시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감사원의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당연퇴직한 전교조 해직교사 5명을 대상으로 2018년 특별채용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조 교육감은 당시 업무 결재 라인에 있던 부교육감·교육정책국장·중등교육과장 등이 특채 지시를 거부하자,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한 뒤 자신의 비서실장에게 특별채용 업무를 맡긴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도 받는다.

    공수처는 감사원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아 지난 4월28일 조 교육감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이를 '공제 1호'로 지정했다. 정식 수사를 시작한 지 약 3개월 만에 소환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공수처는 이번 소환조사에서 조 교육감이 내놓은 진술과 그간 벌인 압수수색 내용을 바탕으로 특별채용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부당하게 결재 라인에서 배제했는지 등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되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 ▲ 조희연 교육감이 27일 오전 공수처 출석을 위해 이동 중인 모습. ⓒ강민석 기자
    ▲ 조희연 교육감이 27일 오전 공수처 출석을 위해 이동 중인 모습. ⓒ강민석 기자
    공수처 수사 결과 두고 여야 모두 반발 예상

    법조계에서는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공수처가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수사 결과를 두고 여야가 모두 반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선택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 가운데 3분의 2가 판사·검사 관련 사건"이라며 "설립 취지에 맞는 권력기관 부패 사건을 제쳐두고 해직교사 복직 건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올린 것은 교육계를 만만하게 본다는 뜻"이라고 공수처를 압박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도 "공수처가 진보 교육감 해직교사 채용 건을 별스럽게 인지수사한다며 눈과 귀를 의심할 말을 했다"며 "공수처의 칼날이 향해야 할 곳은 검사가 검사를 덮은 죄"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조 교육감 기소를 결정하면 민주당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불기소 결정이 나올 때는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반발이 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경희 의원 등 41명의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원에서 조 교육감의 특채 지시 의혹을 발표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조 교육감이 전교조 교사들을 불법 특혜 채용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며 "조 교육감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홍세욱 변호사 "공수처, 논란 최소화하려면 원리·원칙대로 수사해야"

    공수처법상 교육감과 관련해서는 기소권은 없고 수사권만 있다는 점도 문제다. 수사를 마무리한 뒤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을 담아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하는데, 검찰이 공수처 수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검찰과 공수처 간에 새로운 마찰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세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대표변호사는 "1호 사건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여야의 의견차이도 극명하기 때문에 기소 여부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나마 논란을 최대한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봐주기 수사'나 '정치적 결정'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원리와 원칙대로 수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