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돈재 전 국정원 제1차장 "국보법 없애면 대공수사 근거법 사라져… 간첩 수사 못해"미국 독일 등은 특별법으로 보완… 형법으로 해도 된다는 주장은 국보법 없애자는 것전쟁 목적 숨기고 北과 내통하거나 지하당 만들어도 손 못 써… 나라가 종북천국 된다
  • ▲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지낸 염돈재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이 10일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지낸 염돈재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이 10일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2015년 7월, 당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소속 한 해군장교가 중국에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16년 대법원 판결(2016도11677 판결)에 따르면 이 해군 장교가 넘긴 자료 중에는 사드(THAAD)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해군 장교는 자료를 갖고 있던 다른 장교에게 교육 및 연구 목적으로 쓰겠다는 핑계로 이를 넘겨받은 후 사진을 찍어 중국인에게 넘겼다(법원은 미수로 판단). 수기로 중국어 설명까지 달아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 해군 장교에게 적용된 죄목은 군사기밀보호법 및 군형법 위반. 간첩죄로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검찰은 형법상 간첩죄로 기소하지 못했다. 북한을 제외한 제3국에 국가기밀을 누설한 경우에는 형법 제98조의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인이 아닌 일반 공무원이 업무상 비밀을 제3국에 넘기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이 경우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돼  2년 이하 징역이 고작이다. 

    우리나라 군인 또는 공무원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것을 알고도 중국인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하면 어떻게 될까? 

    현재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적국(북한) 또는 반국가단체에 국가기밀을 누설할 때에는 기밀의 중요도에 따라 사형ㆍ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자신이 제3국 스파이에게 누설한 국가기밀이 북한으로 넘어갈 것을 안 상태였다면 국보법 제4조 또는 제5조를 통해 이와 같은 중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국보법이 폐지되면 군사기밀보호법상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고작이며, 군사기밀이 아닌 기밀을 누설한 경우는 역시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최고형이 징역 2년이다.

    자연히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중국·러시아 등 친북 국가 정보요원들이 우리나라의 중요 국가기밀을 수집해 북한에 넘기는 것이 훨씬 쉬워지는 셈이다.

    노무현정부에서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지낸 염돈재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은 이 같은 법체계를 설명하며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3국을 위한 간첩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가보안법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 기능의 토대가 되는 법적 근거로, 국보법이 폐지되면 이 같은 대공수사의 법적 근거가 상실돼 간첩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라고 개탄한 염 전 원장은 "국보법이 폐지되면 멋대로 북한에 다녀와 북한 측과 금품을 주고받아도 고작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형에 그친다. 그래서 간첩천국이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지낸 염돈재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이 10일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지낸 염돈재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이 10일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본지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국가보안법 폐지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염 전 원장의 말을 전한다. 다음은 지난 10일 본지 사무실에서 만난 염 전 원장과 일문일답이다.

    -전직 정보요원으로서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에 따른 견해는?
    "국보법이 없어지면 국정원이든 경찰이든 북한과 직접 연계되지 않았거나 연계가 밝혀지지 않은 반국가행위와 관련해서는 정보수집조차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조국 전 법무장관이 연루됐던 사노맹(사회주의노동자동맹) 같은 자생적 반국가단체나 북한과 연계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반국가단체와 관련해서는, 이들이 실제로 폭동을 일으켜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 한 정보수집·내사·수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자생적 반국가단체가 가장 크게 문제 되나?
    "국가보안법이 폐지될 경우 국정원은 간첩죄, 내란·외환의 죄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자생적 반국가단체가 행한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범죄, 즉 금품수수죄(국가보안법 제5조)·잠입탈출죄(제6조)·찬양고무죄(제7조)·회합통신죄(제8조)·편의제공죄(제9조)와 형법에 규정된 소요죄(제115조)·폭발물사용죄(제119조)·방화죄 (제164조) 등 46개의 범죄 등 총 50여 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는 물론 정보수집도 할 수 없게 된다. 국정원이 이런 범죄에 관한 정보수집을 할 수 있는 것은 국가보안법에 근거를 두기 때문이다. 국정원법 제4조 1항 라목은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와 관련되고 반국가단체와 연계되거나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 침해 행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이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다."

    -형법으로 처벌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현행 형법상 내란죄는 대한민국을 부정하기 위해 폭동행위를 일으킨 경우거나, 그와 같은 행위를 위한 예비음모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 외환유치죄는 외국과 공모해 전쟁을 일으키거나 모의해야 죄가 된다. 그런 목적을 숨기고 은밀히 북한과 연계,내통하면서 공공연히 지하당을 구축해도 손 쓸 방법이 없다. 게다가 형법은 국가보안법보다 처벌 수위가 훨씬 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예컨대 북한이나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소요를 일으킨 경우 국보법으로는 사형까지 처해지지만, 형법은 10년 이하 징역에 그친다. 방화 역시 국보법으로는 사형·무기징역·10년 이상 징역이지만 형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이 약하다. 수돗물에 독약을 넣은 행위 역시 국보법으로는 사형까지 가능하나, 형법으로는 1년 이하의 징역이 고작이다. 또한 북한 공작기관과 연결돼 북한에 다녀오면 국보법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고, 회합이나 연락을 하면 10년 이하 징역, 금품을 주고받는 경우 7년 이하 징역인데, 형법으로는 이런 범죄를 처벌할 수 없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만 받게 된다. 이렇게 해서는 국가안보 체제와 국민의  안보인식이 해이해져 간첩천국·종북세력천국이 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을 형법에 통합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형법이 있는데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마약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을 별도로 두는 이유가 뭐겠나. 이런 범죄들은 형법 이외의 특별법으로 다스려야 범죄 예방효과가 크고, 법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국가안보를 위해하는 범죄를 다스리는 법을 특별법으로 두는 것이다. 미국도 형법이 있지만, 국토안보법·전복활동규제법·애국법 등으로 국가를 보호한다. 독일의 헌법보호법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뻔히 알면서 국내 종북좌파 세력은 국보법을 폐지하고 형법을 수정하자고 주장하는데, 국보법이 폐지된 상태에서 형법 개정을 미루거나 국보법 조항 중 상당부분은 아예 없애버리려는 의도다. 매우 우려스럽다."

    -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죄는 유엔도 폐지를 권고했는데.
    "어느 나라든 국가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엄격히 제한한다. 미국은 테러 조장·선동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독일은 나치 찬양은 물론 나치 문장과 구호 사용도 금지한다. 우리 국민이 이제 북한·종북세력의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으나 천만의 말씀이다. 초·중·고 교사가 드러내놓고 이승만·박정희는 친일독재자이고 김일성은 독립투사이고 민족의 태양이라고 가르치고, 군 장교가 장병들에게 북한군도 동포이므로 적대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교육해서는 나라를 지키기 어렵다. 유엔의 권고는 개별국가의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원론적 견해 표명일 뿐이다."

    -외국의 사례를 들어본다면?
    "미국 해군에 근무했던 로버트 김 사건을 보자. 로버트 김은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잠수함 이동 경로를 한국 측에 넘겼다고 해서 미 연방교도소에 9년간 수감됐다. 미국의 국익을 직접 침해한 것도 아니었고, 한국은 미국의 우방국인데도 미국은 타국에 기밀을 넘길 때는 이렇게 엄하게 처벌한다. 지금 우리 법체계로는 우리나라 공무원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위해 간첩질을 해도 기껏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적용된다. 최고형이 징역 2년이다. 국보법은 폐지할 것이 아니라 제3국을 위한 간첩질도 엄히 다스릴 수 있도록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북한 노동당 규약에서 "北 주도 혁명통일" 문구가 빠졌으니 우리도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마디로 북한의 언어전술에 놀아나는 주장이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과업 수행’이라는 문구 대신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 실현’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남조선 혁명전략을 감추고 한국의 국론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용어혼란전술에 불과하다. 남북 간 합의사항도 이행하지 않는 북한이 글자 몇 마디 바꿨다고 마치 적화통일을 포기한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선동인지 묻고 싶다. 북한전문가들은 노동당 대회 이전인 지난해 12월 이미 북한이 이런 용어혼란전술을 쓸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국보법 폐지 반대 청원을 냈는데.
    "국보법 폐지 청원에 대한 맞불 청원이었다. 5월 10일 좌파세력들이 총동원돼 국보법 폐지 청원을 냈고, 20일 10만명 동의를 얻었다. 이에 우리도 폐지 반대 청원 운동을 시작했고 6월 9일 10만 명이 동의했다. 10만 명이 동의했기 때문에 이 반대청원이 국회 법사위에 올라갔다. 좌파들은 국보법 폐지가 국민의 뜻이라고 선전할 가능성이 많았는데, 105개 시민단체가 연합해 반대청원운동을 하게 됐고. 결과가 좋아져 기쁘다. 반대청원운동 과정에서 국민들이 국가안보 문제에 관해 관심과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가보안법수호자유연대에 참여하는 한변·덕우회 같은 단체들, 그리고 전직 국정원 직원들이 애를 많이 썼다."

    염 전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국가보안법을 "공기와 같다"고 비유했다. "국보법을 폐지한다는데도 국민들이 관심이 많지 않은 것은, 그만큼 그동안 국보법을 통해 국가안보가 잘 지켜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염 전 원장은 "좌파세력이 국보법 폐지에 목을 매는 것은 종북활동 공간을 합법적으로 늘리고 자기들의 잘못된 과거 행적을 정당화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