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동해안 서해안 등 '경계실패'마다 간부만 징계, 병사는 면책"… 일부서 악용'병사인권'만 우선해 훈련 어려워"… 조교 있어도 욕설 "그러면 신고한다" 갑질도 "민주주의 지켜야 할 병사들, 민주주의 누리려 해… "못 살겠다" 간부 전역신청 늘어
  • 육군은 지난 26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인권존중실'을 설치했다. ⓒ육군 제공.
    ▲ 육군은 지난 26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인권존중실'을 설치했다. ⓒ육군 제공.
    최근 우한코로나(코로나19)를 이유로 격리한 훈련병들에게 부실급식을 제공했다고 많은 비난을 받은 육군훈련소에서 이번에는 조교가 “(훈련병) 인권만 최우선시하니 훈련병들이 이제는 조교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군 간부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몇 년 동안 병사 인권만 강조하며 지휘관 권위 추락시키고, 경계 실패 때마다 병사들 면책해주니 이제는 간부 엿 먹이려고 일부러 경계를 게을리 하는 병사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병사들 군기 해이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제기돼온 문제”라고 군 간부들은 입을 모았다. 

    군 간부들 “몇 년 새 병사들이 ‘갑’… 병사 때문에 그만두는 지휘관도”

    익명을 요구한 육군 중간지휘관들에 따르면, ‘병사 인권’이 강조된 뒤부터는 완전군장 장거리 행군이나 여단급 이상의 대규모 기동훈련, 유격훈련, 무장구보, 체력단련 등을 제대로 못한다. 조금만 힘들면 병사들이 휴대전화로 부모에게 이르거나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지휘관을 해임해 달라”는 청원을 올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언론과 정치권이 군을 비난하고, 군 수뇌부는 해당 지휘관을 징계하는 사례가 반복되자 이제는 초급간부 지시는 듣지도 않는 병사가 많다고 한다.

    2019년 6월 발생한 ‘삼척 입항귀순’ 이후로는 더욱 황당하고 위험한 일이 벌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삼척·동해안·서해안 등에서 경계 실패가 드러날 때마다 사단장·연대장·대대장·중대장 등은 보직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반면 실제 해안경계 장비를 운용하는 병사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언론과 정치권 또한 “병사들이 뭘 알겠나.병사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감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일부 병사는 지휘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방 철책경계·해안경계·부대경계를 일부러 소홀히 하는 경우까지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일부 병사, 훈련 강도 높이면 부모에 이르거나 “지휘관 해임해 달라” 청와대 청원

    군 간부들은 “병사들을 훈련하거나 군에서 무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부모들에게 알려줘야 하고, 병사들이 지휘관 명령을 무시해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기니 ‘이래서는 군생활 못 하겠다’며 전역을 신청하는 영관급 간부가 점점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군 수뇌부는 이런 현실을 쉬쉬 하고, 병사들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니 알려지지 않는 것”이라고 군 간부들은 개탄했다.
  • 신병교육대 행군 모습. 최근 신병훈련소에서 하는 행군은 20킬로그램 군장을 메고 20킬로미터를 걷는 것이다. 현재 육군 부대 가운데 장거리 행군을 시행하는 부대는 거의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교육대 행군 모습. 최근 신병훈련소에서 하는 행군은 20킬로그램 군장을 메고 20킬로미터를 걷는 것이다. 현재 육군 부대 가운데 장거리 행군을 시행하는 부대는 거의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 간부는 “지난해 2월 이후 입대한 병사들은 대대급 전술훈련보다 큰 규모의 훈련은 아예 하지 않았다. 이런 ‘코로나 병사들’이 오는 8월 전역하는데 대부분 자기가 굉장히 힘들게 군생활을 하는 줄 착각한다”며 “이제는 군대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인권 앞세우니 훈련병들, 말 안 들어… ‘신고하겠다’ 협박도” 훈련소 조교도 피해

    조선일보가 전한 충남 논산 소재 육군훈련소 이야기도 사실 이와 같은 맥락이다. 병사들의 ‘갑질 대상’이 훈련소 조교로까지 내려온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육군훈련소 조교 A씨는 “훈련병 인권을 중시하라는 군 지휘부 방침 때문에 훈련병들이 조교 말을 안 듣는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조교들 처지도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다.

    조교 A씨에 따르면, 현재 육군훈련소에서는 조교 4명이 훈련병 240여 명을 통제·교육한다. 조교들은 오전 6시 일어나 전투복 위에 코로나 방호복을 입고 200명이 넘는 훈련병의 식사를 끼마다 생활관으로 배달해준다. 최근 급식 문제가 불거진 탓에 배식 때마다 반찬 등을 저울에 달아 ‘정량(正量) 배식’을 한다. 단체로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소독도 해야 한다.

    조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훈련병들의 태도라고 A씨는 폭로했다. “이제 일과시간에 조교가 생활관에 들어오든 말든 누워 있고, 조교가 있어도 소리를 질러대며 욕설을 일삼는 훈련병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조교가 잘못된 태도를 지적하면 일부 훈련병은 “그런 식으로 하면 신고하겠다”는 등 조교를 위협한다고 A씨는 토로했다. “조교들 사이에서는 ‘갑질 손님 상대하는 감정노동자가 된 기분’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 대령은 “군 수뇌부와 정치권이 병사들의 ‘인권’은 꾸준히 강조한 반면 병사들에게 군대가 상명하복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집단, 유사시 목숨을 걸고 적과 싸워야 하는 집단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각인시키지 못하다 보니 ‘우리도 부사관·장교와 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병사들이 늘고 있다”면서 “군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조직이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