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40대 이상에서 명백하게 이익"… 전문가들 "60세 이하 접종 안 돼" 반대의견의료계 "국민에게 '백신 선택권' 부여해야" 지적도
  • ▲ 유럽의약품청에서 분석한 AZ백신의 효용성에 대한 그래프
    ▲ 유럽의약품청에서 분석한 AZ백신의 효용성에 대한 그래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효율성이 일부 연령대에서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AZ 백신 접종 후 혈전이 생길 위험보다 사망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는 데는 우리 정부나 EMA가 같은 의견을 냈다.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AZ 백신 접종의 이익이 손해보다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AZ 백신 접종으로 인한 연령대별 효율성에서는 정부와 EMA의 연구 결과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EMA는 20~40대에서 AZ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익(사망 예방 등)보다 손해(혈전 발생)가 크다고 분석했지만, 우리 정부는 EMA의 분석을 근거로 백신정책을 결정했다면서도 2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에서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손해보다 크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AZ 백신을 20대에게는 접종하지 않기로 하고 만 30세 이상에게만 접종한다.

    의료계에서는 AZ 백신 접종 제한 연령을 60세까지 높여 61세 이상만 AZ 백신을 접종하도록 지침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향후 mRNA 계열 백신인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대량으로 확보할 경우 국민에게 '백신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어 향후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AZ 백신, 20~40대에서는 사망 예방보다 혈전 발생 많아"

    EMA는 지난달 말 AZ 백신 평가보고서를 통해 연령대별로 10만 명이 AZ 백신을 접종 한 후 발생한 혈전증 환자 수와 AZ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는 우한코로나(코로나19) 중환자 수, 사망자 수를 비교해 효율성을 검토했다.

    이 비교는 우한코로나 감염률이 낮을 때와 중간일 때, 높을 때 등 3가지 조건으로 구분해 실시됐다. 낮은 감염률은 한 달 동안 인구 10만 명 당 우한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55명일 때다. 우리나라가 이 구간에 해당한다.

    우선 EMA는 연령별로 AZ 백신을 10만 명 접종했을 때 혈전이 발생하는 환자 수는 20대 1.9명, 30대 1.8명이라고 밝혔다. 40대는 혈전 환자 발생이 2.1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와 60대는 각각 1.1명과 1명이었고, 70대와 80대 이상에서는 각각 0.5명, 0.4명으로 부작용이 대폭 줄었다.

    반면 '낮은 감염율' 조건에서 AZ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우한코로나 감염 사망자 수는 20대와 30대에서는 0명이었다. 10만 명이 AZ 백신을 접종하면 20대와 30대에서 혈전 환자가 각각 1.9명, 1.8명 발생하는데 사망 예방은 단 한 명도 못한 것이다.

    40대와 50대의 사망 예방은 각각 1명에 불과했다. 특히 40대의 경우 혈전 환자는 2.1명으로 나타났지만, 사망 예방은 1명밖에 못하는 셈이어서 효율성 논란이 예상된다. 혈전 환자 2.1명과 사망자 1명 가운데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효율성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60대에서는 3명의 사망 예방 효과가 있었고, 70대와 80대 이상에서는 각각 14명과 90명이 AZ 백신 접종으로 사망 예방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AZ 백신, 중환자 예방 효과 크지 않아" 

    같은 조건에서, 우한코로나 감염으로 발생하는 중환자를 예방한 수치 역시 20대와 30대에서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망 예방과 마찬가지로 AZ 백신 접종의 이익보다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40대와 50대에서 중환자를 예방한 수는 1명에 불과했다. 60대와 70대, 80대 이상에서는 중환자 예방 수가 각각 3명, 6명, 13명이었다.

    EMA가 제시한 예방 수치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AZ 백신의 효율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감염률이 EMA 보고서의 '낮은 감염률'(한 달 동안 인구 10만 명당 우한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55명)보다 낮기  때문이다.

    최근 추세로 볼 때 국내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우한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600명 정도다. 이를 인구 10만 명당 한 달 동안 발생하는 우한코로나 신규 확진자로 환산하면 대략 36명 정도다. 10만 명이 AZ 백신을 접종한 뒤 발생하는 혈전 환자 수는 변동이 없지만, 감염률이 낮아지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망자나 중환자는 줄어들기 때문에 효용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AZ 백신 기피하는 유럽

    유럽 여러 국가는 AZ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접종을 기피한다. 노르웨이는 전 연령대에서 AZ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도 6월부터 AZ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 

    AZ 백신 개발국인 영국도 지난 9일 접종 제한 연령을 기존 30세에서 40세로 높였다. 네덜란드·스페인·아일랜드도 60세 이상에만 AZ 백신을 접종한다.

    프랑스는 "AZ 백신 부작용이 나타난 사람들이 55세 미만이었다"며 55세 이상에만 접종하는 것으로 지침을 바꿨다. 스위스는 지난 13일 "화이자·모더나 등이 제조한 mRNA 백신을 충분히 보유했다"며 "AZ 백신 540만 회분 가운데 300만 회분을 코백스(COVAX)에 기증한다"고 밝혀 사실상 AZ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AZ 백신과 존슨앤드존슨(J&J) 백신의 접종을 전면 중단했던 덴마크는 최근 원하는 사람에게만 이들 백신을 맞도록 하는 '선택적 접종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70대 이상 고령자에게서는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니 개인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백신을 선택해서 접종하라는 의미다.
  • ▲ 식약처가 인용한 국내 의과대학의 AZ백신에 대한 효용성 자료
    ▲ 식약처가 인용한 국내 의과대학의 AZ백신에 대한 효용성 자료
    국내 연구진은 "AZ 백신 30대 이상에서 접종 이득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1일 참고자료를 통해 "4월7일 EMA은 AZ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위험을 크게 상회하므로 접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면서 "AZ 백신 접종의 부작용인 희귀혈전증은 일반적인 혈전질환과 다르며, 매우 희귀하게 발생하는 혈전증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이고, 영국의 경우 인구 100만 명당 4명에게만 발생했다. 30대 미만에서는 접종 이득이 크지 않아 접종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EMA 분석을 참고했다고 했지만, 정작 식약처가 백신정책 수립에 인용한 연구 결과는 국내 한 의과대학의 보고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이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20대는 백신 접종의 이익과 위험이 비슷하며, 30대는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다. 40대 이상에서는 명백하게 이익이 높다"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인용한 연구자료를 EMA 보고서와 비교하면 혈전 발생 수뿐만 아니라 사망자·중환자 예방 수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식약처가 인용한 연구자료는 AZ 백신 접종으로 혈전 환자가 1명 생길 동안 예방 가능한 우한코로나 감염 중증환자 수는 20대 0.3명, 30대 1.3명, 40대 2.9명, 50대 7.6명, 60대 23.9명, 70대 61.7명, 80대 이상 103.5명이었다. 하지만, EMA는 20대 0명, 30대 0명, 40대 0.48명, 50대 0.9명, 60대 3명, 70대 12명, 80대 이상 32.5명으로 분석했다.

    식약처는 또 AZ 백신 접종 이후 혈전이 생겨 사망한 사람이 1명 발생할 동안 예방 가능한 우한코로나 감염 사망자를 20대 0.7명, 30대 1.7명, 40대 3.1명, 50대 10.7명, 60대 42.1명, 70대 215.5명, 80대 이상 690.3명으로 봤다.

    반면 EMA는 AZ 백신 접종으로 혈전 환자가 1명 발생할 동안 예방 가능한 우한코로나 감염 사망자를 20대 0명, 30대 0명, 40대 0.48명, 50대 0.9명, 60대 3명, 70대 28명, 80대 이상 225명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국내 연구진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분석자료를 토대로 AZ 백신 접종의 이득과 위해를 분석한 결과, 우한코로나에 노출 위험이 클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접종에 따른 이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코로나19 백신은 각국에서 긴급승인 후 접종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과정에 있고, 특히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인종적 특징이나 비만도가 다르기 때문에 (두 연구 결과 모두)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EMA와 국내 연구진의 데이터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정부가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AZ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효용성을 높이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 ▲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왼쪽)과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뉴시스
    ▲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왼쪽)과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뉴시스
    전문가 "부작용 빈도 낮다고 해도 삶을 파괴할 정도"

    mRNA 백신인 화이자·모더나·큐어벡 등은 신기술을 이용한 백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들 백신은 젊은 층에서 혈전증 위험이 거의 없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한 이 전문의는 "정부가 백신의 효과를 정확히 분석해 연령별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의 백신정책 선회를 주장했다.

    이 전문의는 특히 AZ 백신의 부작용과 관련 "10만 명당 1~2명 정도로 발생빈도가 낮다고 하지만 심근경색·뇌경색·폐동맥색전증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합병증과 후유증이 삶을 송두리째 파괴할 정도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50대까지는 AZ 백신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며 "60세 이상에게 AZ 백신을, 60세 이하에게 화이자나 모더나를 접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계약한 AZ 백신은 1000만 명분이고, 코백스(COVAX)로부터 배분받는 물량이 약 500만 명분 정도로 관측된다. 이미 접종한 물량이 있기 때문에 60세 이상 약 890만 명에게 접종하면 소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에게 '백신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위탁생산' 등을 통한 mRNA 계열 백신의 대량확보가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에 동행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3일 모더나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도 같은 날 노바백스와 추가적인 연구·개발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통화에서 "그동안 백신에 관한 불안감은 '선택권'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봐야 한다. 국민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특정 백신 접종을 강요하면 정부를 향한 불신과 백신에 따른 저항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반드시 국민에게 '백신 선택권'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AZ 백신 부작용과 관련 "AZ 백신 접종 후 젊은 층에서 사망과 사지마비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은 이해가 안 갈 것"이라고 말한 최 교수는 "(부작용) 피해자가 내가 될 수도, 내 이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Z 백신) 기피현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화에서 "일례로 경찰관 접종 결과만 놓고 봐도 사망과 후유증 사례를 비교하면 AZ 백신 접종의 득보다 실이 크다. 경찰관들은 코로나19보다 AZ 백신을 더 두려워한다"면서 "할 수만 있다면 AZ 백신 접종 제한 연령을 60세로 높여햐 한다. 정부도 (접종 제한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혈전증만 AZ 부작용으로 인정하고, 뇌출혈 등은 부작용에서 제외한 것에 따른 비판도 있다.

    김 교수는 "정부는 혈소판이 감소하는 혈전증 환자가 없다고만 주장하는데,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접종 연령 제한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특히 AZ 백신 접종 후 뇌출혈 등 다른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는데 정부는 그 부분을 깡그리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국내서 접종 후 사망·뇌출혈 등 부작용 끊이지 않아

    국내에서도 AZ 백신 접종 후 부작용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강원도 춘천시의 한 노인요양원 50대 여성 원장이 AZ 백신 1차 접종 20일 만인 지난 20일 사망했다. 지난달 AZ 백신을 접종한 전남경찰청 소속 50대 경찰관은 접종 16일 만에 병원에서 혈전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또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50대 여성경찰관은 지난달 29일 AZ 백신 접종 후 3일 만에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수술 후 의식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거동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경찰청에서도 50대 경찰관이 AZ 백신을 맞고 반신마비 증세를 보이다 중태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강원도 춘천시의 30대 경찰관도 지난달 29일 AZ 백신 접종 후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지난달 12일 AZ 백신을 접종받은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45세 간호조무사는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접종 19일 만에 사지마비 증상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회복했지만 스스로 걷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하동군청 20대 공무원도 지난 3월 16일 AZ 백신을 접종하고 3주 뒤 뇌출혈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