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올인'한 좌파 생태계 없애고, 서울시 성장동력 되찾아야""우리가 잘해서 선거 이긴 거 아냐…국민의힘, 긴장 놓지 말아야"
  • ▲ 국민의힘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이 17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국민의힘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이 17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박원순 시장의 9년은 위선이었다. 그 위선으로 우리 서울시는 9년이라는 세월을 잃어버렸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국민의힘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의 평가다. 1990년생(만 30세)인 여명 의원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여명 의원은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아내는 역사학자를 꿈꾸며 10대를 보냈고, 대학 시절에는 보수성향 학생운동에 투신해 한국대학생포럼 최초 여성 회장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도 지냈다. 지난 2016년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목도하며 태극기집회 연사로 나선 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의 혁신위원회 위원에 임명됐다. 

    여 의원은 최근 벌어진 '젠더 논쟁'에 대해서도 여성 청년 정치인답게 자신의 주관을 명확히 드러냈다. 여 의원은 "단순히 기계적 평등을 위해 여성을 군대에 보내자는 주장은 잘못됐다. 이런 문제가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가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차라리 전쟁이 났을 때 여성들이 자기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17일 서울시의원 연구실에서 여명 의원을 만나 고 박원순 전 시장 9년에 대한 평가와 그간의 의정경험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2011년 10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약 9년간 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고 했는데,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난 9년간 서울시는 그대로 정체된 상태였다.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예산은 복지 예산이었다. 박 전 시장은 다른 사업에 들어갈 예산들을 빼서 복지에 투자하다 보니 SOC 사업은 멈추다시피 했다. 단순한 시민단체 지원이 문제가 아니다. 시정철학 자체가 아주 오래전부터 좌파 운동권에서 활동했던 이들이나 청년 시민운동가 등 민주당 활동가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 철학이 가장 문제라 생각한다."

    - 박원순 전 시장은 특히나 노동계 편향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는데?

    "예를 들어 서울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이 있는데 말은 '지원'이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규제를 한다. 서울에서 강소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면 기업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는데, 강소기업 충족 요건이 직원 급여, 휴일 보장, 근무 환경 등 다 근로복지에 해당하더라. 9년간 박 시장의 민주 편향, 노동 편향이 사실상 다 기업 등에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었고 서울시 공무원들도 타성에 젖어 문제 자체를 모르게 돼버렸다. 또 하나, 박원순 시장 시절 꾸준히 나오던 뉴스가 '서울시, 민노총·한노총에 몇십 억 지원' 이런 기사였다. 

    그런데 웃긴 사실은 서울시가 직접 지원금을 준다 해도 이 단체들이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지원을 거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미 집행된 예산이니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없는 불용되는 예산이 돼버렸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매해 1억원, 많으면 2억원이었는데 민노총한테는 그들이 받지도 않는 지원금이 수십억원씩 편성됐다. 마치 서울시가 민노총에 빚을 지고 있는 것처럼. 아마 민노총과 한노총은 결국 자신과 같은 진영이니 알아서 잘 보이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 국민의힘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이 17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국민의힘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이 17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오세훈 시장이 부임한 지 50여일 됐다. 그간의 변화와 앞으로 기대되는 점은?

    "우선 다행인 점은 압도적인 표차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됐기 때문에 절대 다수의 민주당 의회가 함부로 발목잡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오세훈 시장이 다시 서울시에 들어왔을 때 민주당 시의회가 걱정이란 말씀을 많이 했는데 오 시장이 여유가 있어 보인다. 서울시의 그간 폐단은 지난 9년간 박원순 전 시장과 민주당 의회가 쌓아온 게 아닌가. 오 시장은 우선 정체된 서울시와 자기 식구 먹여살리기만 급급했던 박원순 시정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인다. 또 시장 행보를 보면 딱히 민주당 측에서 반대할 사안도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서울시 행정과 서울시의회 간 견제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오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의회 분위기는 어떤가.

    "딱히 변한 것은 없다. 왜냐면 여당 세력과 야당 세력이 있어야지만 서로 견제라던지 세력 이동이 있을텐데 워낙 야당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변화는 없다.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강성인 분들은 저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어 대화를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의원들과는 동료애도 생겼고 많은 걸 배우기도 한다. 제가 나이가 제일 어린데 나머지 분들은 의회 경험, 정당 경험, 인생 경험이 다 많은 분들이니 막내 역할을 하며 잘 지내고도 있다."

    - 민주당 의원들이 대부분인 서울시의회에서 소수 야당 의원으로 지낸 3년은 어땠나?

    "처음 서울시의회에 들어왔을땐 무척 막막했다. 소위 말하는 '깍두기'같은 존재였다. 특히 상임위원회인 기획경제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서 우리 당은 저 혼자인데, 처음엔 강물에 떨어지는 잉크 한 방울처럼 초라하게 느껴졌다. 민주당은 저 앞에서 대놓고 박 시장이나 조희연 교육감을 편드는 얘기를 하고는 했다. 처음에는 너무 막막해서 시청 앞에 드러누워야 하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내 반대할 건 반대하고 동의할 건 동의하면서 민주당 시의원들에게도 동료로서 인정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와 의회민주주의라는 것이 협의와 조율의 과정인데 그런 경험을 많이 한 것 같다. 다만 우리 당이 7석밖에 안 돼, 교섭단체 기준인 10석에 못 미친다. 상임위원장단이나 의장단에 민주당밖에 없으니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가 없다. 그런 점들이 아직 어렵고 힘들다."
  • ▲ 국민의힘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이 17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국민의힘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이 17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의정 경험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2018년 11월 예산심의 때였다. 제가 의원들과 논쟁을 하고 집행부에 지적을 해서 조희연 교육감의 정책 예산을 깎았다. 그런데 결국은 예결위 생색내기만 도와준 꼴이 됐다. 상임위에서 예산을 깎아오자 예결위가 자신들의 권한으로 그걸 도로 증액해주면서 시교육청에 큰소리를 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의회 수석공무원들에게 '이게 의회냐. 그럼 우리는 한 달 동안 예산심의를 왜 한 거냐'고 묻자 '의원님 어쩔 수 없죠.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니까요'라고 하더라. 또 다른 예로는 남북한 교사들 간 교류 사업에 대한 예산도 '이것만큼은 죽어도 통과시킬 수 없다'고 하고 있는데 잠깐 정회를 한 사이에 담당 국장이 저한테 와서 '아니 의원님, 그러니 의원님네 당이 이기셨어야죠' 이런 말을 했다. 이 때 정말 황당하면서도 서러웠다."

    - 최근 '젠더논쟁'이 일고 있는데 여성 청년 정치인 입장에서 어떻게 보고 있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 남성 70%가 오세훈 시장을 찍었다. 또한 모든 세대에서 오세훈 시장이 더 많이 득표했고 게다가 영원히 보수 정당을 찍을 것 같지 않던 20대 여성들의 44%가 오 시장을 지지했다. 이는 성 대결도 아니고 여당 심판일 뿐이다. 그런데 마치 안티 페미니즘 영향으로 선거에서 이겼다는 주장이 제기되는데 안티 페미니즘이 곧바로 여성 혐오로 이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예를 들어, 휴전 중인 국가에서 단순히 기계적 평등을 위해 여성을 군대에 보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문제가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가 후진성을 보여준다고 본다. 차라리 여성들만 사용하는 용품에 목적세를 적용해 여성들에게 안보세, 국방세를 내도록 하는 것이 더 형평성이 맞다고 본다. 그리고 전쟁이 났을 때 여성들이 자기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논의를 하는 것이 건설적이라 본다."

    - 여성 청년 정치인으로서 시의회 활동을 하며 가장 주력하는 것은?

    "먼저 박 시장이 만들어놓은 좌파 시민사회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을 들여다보면 기업인데도 매출, 영업이익이 현저히 떨어져 어떤 사업을 하는지 보니 교육사업을 하더라. 무늬만 사회적 기업일 뿐이지 이념교육을 하는 단체가 아니냐. 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인테리어 업체인데 수주 실적이 없는데도 수십억 짜리 사업을 서울시와 수주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더라. 이게 모두 좌파 네트워크에 의한 것이다. 그 사업은 자연스럽게 좌파로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 박원순 서울시는 역대 최다 임기제 공무원들을 고용했고, 그 임기제 공무원들은 시민활동가 단체에 사업을 맡기고 융자를 해주는 식이 돼버렸다. 그런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네트워크를 파악해 개선하려 한다. 그리고 제가 청년 정치인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정치인이면 성별도 나이도 계급도 필요없는 그냥 정치인일 뿐인데 왜 청년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내세울 게 없는 정치인들이 청년이라는 단어를 앞세운다 생각을 해왔다. 왜냐하면 전 제 또래 청년들이 취업 활동에 애쓰고 힘들어 하는 것과는 걸어왔기 때문에 제가 청년을 대변한다는 자체가 위선이라 생각했다. 다만 요즘은 청년 취업이나 청년 1인 가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청년 고독사도 발생하는 현실인데 청년들을 위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해보려 한다."

    -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하는 청년 정치인 당대표론에 대한 생각은?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경우 20대 아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를 방문하는 등 새로운 면모로 치고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세대 갈등처럼 김웅과 홍준표, 이준석과 주호영이 대립하는 모습이 강조되면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 ▲ 국민의힘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이 17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국민의힘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이 17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번 보궐선거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몇몇 분들이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을 보면 역대급으로 신나 보인다'는 말을 한다. 실제 우리가 잘해서 선거에서 이긴 게 아닌데 마치 정의를 회복한 것처럼 들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아까 얘기했지만 당 내에서 세대갈등처럼 중진들은 소위 '꼰대'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고 젊은 정치인들은 젊은 게 벼슬인 것처럼 논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정신을 못 차렸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긴장을 놓으면 안된다."

    - 정치인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제가 90년 생인데 제 이후 세대와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 통일 준비를 잘 해내고 싶고, 사회적으로는 기회의 평등을 이루고 싶다. 또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기 위해 강성 주장만 쏟아내는 정치인이 아니라 일하는 정치인들이 지지를 받는 정치문화를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