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민경우 대담⑥] "재보궐선거는 20대의 반란… '운동권정부' 몰락의 시작"

"지난 4·7 재·보궐선거는 문재인정권이 몰락하는 시작이라고 본다. 20대가 반란을 일으킨 결과다."

정부·여당이 지난 4월7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통해 민심의 심판을 받았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운동권 대부' 장기표 선생은 여기에 "운동권이 몰락하고 있다"는 해석을 더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탄핵국면 때 광화문집회에서 촛불을 들던, 정부·여당의 단단한 지지기반인 20대의 반기가 주효했다고 장 선생은 본다.

다만 20대에서도 남녀 표심은 엇갈렸다. 장 선생은 물론, 장 선생과 대담한 '주사파 핵심' 민경우 수학연구소장도 "20대 여성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당시 후보)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더 지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4월 7일 발표된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과 여성의 오세훈 시장 지지율은 각각 72.5%와 40.9%였다. 20대 남성과 여성의 박 후보 지지율은 각각 22.2%, 44.0%였다.

4·7 재·보궐선거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등 여당 소속 전임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범죄 의혹으로 치러졌다. 이에 "'페미니즘'을 말한 20대 여성만큼은 여당을 찍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본지는 장 선생과 민 소장의 대담을 지난 4월12일부터 차례로 보도했다. 장 선생은 1960년대부터 학생·노동운동을 하다 9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낸 '운동권 역사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 민 소장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정책기획팀장 등 '주사파 핵심'으로 활동하다 운동권 지식인들의 위선적 태도 등을 보고 '변종 운동권'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대담은 지난 4월8일 진행됐다. 4·7 재·보궐선거 다음날이었던 만큼, 장 선생과 민 소장은 자연스레 선거 결과에 따른 견해를 나눴다. 이들은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를 젠더·북한·평등 등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번 기사에는 '젠더' 논쟁이 담겼다. 민 소장은 20대 여성이 공정·정의의 가치를 저버렸다고 비판했고, 장 선생은 20대 여성집단을 평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재·보궐선거는 여당이 참패한 선거다. 문재인정권이 몰락하는 시작이라고도 본다. 과거 386, 지금은 586으로 불리는 주사파 운동권이 문재인정권을 이루고 있다. 문재인정권은 평등, 노동존중 등을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 지향적인 정책을 구사했다. 특히 친북 저자세 정책도 구사했다. 이는 사회주의성뿐 아니라 이기심과 탐욕에 기초한다.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옳고, 아닌 것은 나쁘다는 '내로남불', 즉 위선을 보여준 정권이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이러한 586 주사파정권의 국정운영 및 정치행태를 엄중하게 심판했다."

"20대뿐 아니라 3040세대는 문재인정권의 튼튼한 기반이었다. 그러던 20대가 이번 선거에서 혁명적 반란을 일으켰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 전 연령대가 반란을 일으켰다.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던 40대도 (오 시장과 박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2~3%밖에 안 된다."

"(정권에 반대하는) 표심은 전 계층에 걸쳐 드러났다. 그러나 20대의 반란에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20대는 절대로 국민의힘, 특히 '보수' '꼰대' 이미지의 정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모두 예상했다. 이들은 결국 문재인정권을 지지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2030이 문재인정권의 잘못을 제대로 직시하고, 이에 엄중한 반기를 드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희망적이다." 

"문 정권만이 (20대 표심 이탈의)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 역대 정권에서 군필자들 가산점 문제 등(기존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혜택)이 없어졌다. 오히려 여성을 향한 혜택이 많아졌다. 이에 따른 남성의 반감도 컸다고 본다. 다만 이것만 강조돼서는 안 된다. (20대 남녀의 문제는) 개인적 동기보다 공적 동기가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본다." 

"정의와 공정이다. 문 정권의 불공정함, 즉 내로남불이다. 내가 먹고살기 좋을 때는 공정이나 정의 등에 신경을 덜 쓴다. 살기 어려워지면, 그 어려운 원인이 꼭 공정 등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공정함이 영향을 미친다. 20대 남성의 반기(오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는 정확하게 72.5%로 압도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20대 여성들은 과거보다 (여야에 대한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44.0%(박 후보 지지율) 대 40.9%(오 시장 지지율)였다. 과거 (4·15총선 때) 20대 여성의 여당 지지율은 63.6%였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떨어진 것이다. 이 역시 20대 여성들도 공정과 정의 등을 고려한 결과다. 인간은 누구나 한편으로는 이기적 동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동물로서 대의를 판단한다. 그래서 이번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 아닐까 싶다."

"(20대 여성)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박 후보를 지지한) 44.0%가 부정했다. 나머지는 야당을 지지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정과 정의를 지지한 것이다. 전체 여성 중에서도 공정과 정의를 따지는 사람이 많다."

"(20대 여성의) 44.0%는 박 후보를 지지했다. 40.9%는 오 시장을 지지했다. 오 시장을 지지한 이들 중 상당수는 과거 오 시장과 오 시장이 속한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았다. 이들이 돌아선 이유는 공정과 정의의 문제 때문이다. 문 정권의 불공정과 부정의, 내로남불에 따른 실망 때문이다. 문 정권은 출범 후 여성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왔다. '페미니즘'과 '맘카페' 등을 통해서였다. 이들이 갑자기 집단적으로 돌아서기는 어렵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