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식 '바텀업' 비판하며 "지금 바로 미북대화" 강조… 野 "백신 확보는 뒷전" 비판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뉴욕타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뉴욕타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청와대
    다음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최우선 의제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미관계 회복'을 설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 20일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의 방미(訪美)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의제는 백신 확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1일 오후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을 향한 메시지는 바로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미(對美)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백신 문제'가 아니라 '북미 관계'라고 제시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우리나라의 생존의 문제"라며 "(바이든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폭넓은 목표를 정해 놓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2018년 싱가포르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더욱 진전시켜 나간다면 그 결실을 바이든정부가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북핵 관련 노력이 비록 변죽만 울렸지만, 바이든이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뒤집는 것 또한 올바른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속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바이든의 바텀업(bottom-up/상향식) 접근방식을 향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탑다운(top-down/하향식) 외교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에 큰 기대를 걸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가들이 상사의 승인을 구하기 전에 구체적 사안에 대해 옥신각신하는 전통적인 '바텀업(상향식)' 접근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바텀업' 방식으로는 단기간에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하루빨리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과 협력해야" 강조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상황과 관련해서는 "초강대국 간의 관계가 악화하면 비핵화를 위한 모든 협상을 해칠 수 있다"며 미국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면 북한이 그런 갈등을 유리하게 활용하거나 이용하려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NYT는 "다음달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북미 사이의 중재자 역할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그의 가장 위대한 외교적 유산도 되찾기 위해 급히 움직이는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NYT는 또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두 명의 예측불가능한 북한과 미국 지도자들이 직접 만나도록 이끈 자신의 2018년 능란한 외교적 묘책을 자랑스러워했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은 현실적이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평화를 이루기 위한 자신의 작업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고 조용히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NYT는 “문 대통령이 '하노이회담에서 북미 양국이 실패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실패의 토대 위에서 서로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 나간다면 양측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새로운 미국 지도자가 북한과 관련해 이룰 수 있는 진전에 대해 기대하지만, 미국과 북한정부 사이의 깊은 불신을 감안하면 큰 돌파구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野, "백신 확보보다 북한 비핵화가 중요한가"

    문 대통령의 NYT 인터뷰와 관련 국민의힘은 '백신 확보'를 강조하며 비난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문 정권은 백신 확보 호소인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언제까지  ‘11월 집단면역’ ‘백신 접종 수급계획'을 믿어 달라고만 할 것인가"라며 "국민의 인내심은 바닥났다"고 비꼬았다.

    배 대변인은 NYT 인터뷰와 관련 "미국 대통령도 읽는 NYT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맞서며 북한과 한 테이블에 앉으라는 종용보다, 혈맹으로서 백신에 관한 도움을 솔직담백하게 요청했으면 어땠을까"라며 "늑장대처로 백신 확보에 실패하고도 여전히 안이한 대통령의 인식은 더욱 실망스럽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