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논란 일자 뒤늦게 “북한 군사합의 위반 맞다… 장관의 부적절한 용어 선택” 사과
  •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의 지난해 비무장지대 GP 총격 등을 두고 “사소한 위반”이라고 말한 정의용 외교부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외교부가 해명했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정의용, 관훈클럽 토론회서 “창린포 해안포 사격, GP 총격 사소해”

    정 장관은 지난 2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2019년 11월 서해 창린포 해안포 사격과 2020년 5월 북한군의 우리 측 GP 총격 사건을 가리켜 “굉장히 절제된 방법으로 시행된 것”이라며 이를 ‘사소한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남북군사합의에 따르면 창린도 사격은) 사격금지 지역에서 실시했지만 사격 방향이나 포 사거리 등 이런 것에 (북한 측이) 굉장히 조심스러워 했던 흔적이 보였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북한군이 기관총을 사격, 우리 측 GP에 4발을 맞춘 일을 두고도 “비무장지대(GOP)의 GP는 서로 상대방을 조준하고 있어 방아쇠만 당기면 상대방 GP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면서 “우리가 공격받자마자 반격했지만 (북한이) 그에 대한 대응을 안 했다”며 북한이 자제한 것이라고 정 장관은 언급했다.

    이 이야기는 별도 질의가 없었음에도 정 장관이 남북군사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먼저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이밖에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것도 (남북군사합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삶은 소대가리' '미국산 앵무새' 표현 두고 “북한, 협상 재개 절실하다는 뜻”

    북한이 지난해부터 김여정을 앞세워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삶은 소대가리’니 ‘미국산 앵무새’니 하는 모욕적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도 정 장관은 “협상을 재개하자는 (북한의) 절실함이 묻어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에 똑같이 강한 언어로 대응하면 그때는 속이 시원하겠지만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갈 수 있겠느냐. 북한의 언어폭력에는 ‘알았다’며 받아주겠다는 자세를 보이되 군사적 오판 때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정 장관은 “북한의 도발적인 언어 사용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그 사람들(북한정권)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장관 자격 없다” 야당 비난에… 외교부 “부적절한 용어 선택” 사과

    21일 저녁 정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국민의힘은 “외교부장관 자격이 없다”는 비난 논평을 내놨다. 

    황규환 국민의힘 상근 부대변인은 “정 장관이 관훈토론회에서 어느 나라 장관인지 의심케 하는 망언을 내뱉었다”며 “대체 뭐가 사소한 위반이고, 무엇이 절제된 방식이라는 거냐. 북한의 무력도발을 옹호하고,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정 장관은 대한민국의 장관이라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황 부대변인은 “북한 편에 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한 정의용 장관은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즉각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요구했다.

    외교부는 여론이 악화하자 해명 메시지를 내놨다. 외교부는 이날 밤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2019년 11월23일 북한의 창린도 해안포 사격훈련과 2020년 5월3일 한국군 GP에 대한 총격은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는 것이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라며 “정 장관의 해당 언급은 두 사건의 발생정황상 이 도발이 남북군사합의를 무효화하는 수준이 아니었음을 설명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적절한 용어 선택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