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주한외교단 불법행위 엄중대응"…경찰 "일단 절차에 따라 수사"
  • ▲ 서울 용산구 주한 벨기에 대사관 앞 모습. ⓒ뉴시스
    ▲ 서울 용산구 주한 벨기에 대사관 앞 모습. ⓒ뉴시스
    서울 용산경찰서가 주한 벨기에대사 부인인 중국인 쑤에치우 시앙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언론은 외교관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면책특권 때문에 실제로 처벌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시민들은 시앙이 입국 후 태극권 등 중국문화를 홍보해온 사실에도 주목했다.

    주한 벨기에대사 관계자 "따로 할 말 없어"

    경찰에 따르면, 시앙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의류매장에서 직원의 뺨을 때린 혐의를 받는다. 시앙은 이 매장을 찾아 물건을 둘러보다 그냥 나갔다. 그런데 당시 시앙이 입은 옷이 매장에서 판매하던 옷과 흡사했다. 한 직원이 이를 보고 착각해서 시앙을 쫓아가 "매장 옷을 입고 물건값을 치르지 않고 나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앙은 자신을 도둑으로 몰았다는 생각에 자신을 쫓아온 직원과 승강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의류매장 직원의 뺨을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 측이 경찰에 신고한 뒤로도 시앙은 자신이 때린 직원에게 사과는커녕 연락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번 일에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주한외교단 관련 불법행위에는 엄중히 대처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당국과 협력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시앙, 평소 태극권 등 중국문화 홍보에 열심

    "외교관과 그 가족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면책특권 대상이어서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언론의 전망에도 경찰은 절차에 따라 시앙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5일 MBC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 사항은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시앙을) 입건해 통상적 수사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한 벨기에대사관 측은 시앙 처벌을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시앙이 피해자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주한 벨기에대사관 측은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따로 없다"고만 답했다고 MBC가 전했다.

    "2015년부터 2019년 6월까지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면하고 귀국한 주한 외국 공관원과 그 가족이 63명"이라는 지난 3월 연합뉴스 보도 또한 시앙이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게 한다.

    이번에 물의를 빚은 시앙은 중국 태생이다.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대사가 2018년 부임하자 같은 해 6월 입국했다. 2019년 3월 <주간여성>과 인터뷰에서 시앙은 "한국에 와서 태극권 전파 등 중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그는 중국(청나라)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인터뷰에 응했다. 시앙은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유엔 산하기관과 EU 환경 관련 부서에서 4년 동안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美·英, 불합리한 면책특권 조항 개정 노력

    면책특권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 일 없이 빠져나가는 외교관과 그 가족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2019년 8월 영국 노샘프턴셔 소재 미군기지 근처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한 영국인이 미국 정보요원의 부인이 운전하던 역주행 차량에 치여 숨졌다.

    차량 운전자는 자신의 남편이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정보요원으로 '미·영 비밀협정'에 따라 면책특권이 있으며, 따라서 자기도 면책특권이 있다고 주장한 다음 귀국해버렸다. 이 일로 미국과 영국은 양국이 맺은 비밀협정의 면책특권 조항에서 불합리한 부분을 개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