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반대 측 "김정은 뜻 거스르지 않으려는 文정부 의지"… 공동위원장 "청문회 계속 열 것"
  • 톰 랜토스 미국 하원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크리스 스미스 의원이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유튜브 채널 캡쳐.
    ▲ 톰 랜토스 미국 하원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크리스 스미스 의원이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유튜브 채널 캡쳐.
    미국 하원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대북전단금지법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 참석한 미 하원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은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수정을 촉구했다.

    美하원 인권위원회 공동의장들 “한국, 대북전단금지법 수정해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에서 나온 하원의원과 증인들의 주장을 전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크리스 스미스 의원(공화·뉴저지)은 모두발언에서 “한국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은 한국 헌법은 물론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일명 국제인권규약)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하원이 대북전단금지법에 관한 청문회를 연 것을 두고 일각에서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는 것과 관련, 스미스 의원은 “미국은 ICCPR 회원국으로서 대북전단금지법과 인권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일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말 걱정스러운 부분은 북한·중국 인권문제에 관한 한국정부의 인식 퇴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공동위원장 제임스 맥거번 하원의원(민주·마세추세츠)도 대북전단금지법이 인권을 침해한다며 법안 수정을 촉구했다. 

    맥거번 의원은 “국제인권규약은 안보를 목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때 용납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데 따른 지침을 제공하는데, 한국 국회는 대북전단금지법을 개정할 때 이 지침을 고려하라”고 충고했다. 맥거번 의원은 이어 “법을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이점”이라며 “저는 한국 국회가 그 법을 고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문회 참석 의원들 “대북전단금지법 반대” 한목소리

    한국계 영 김 의원(공화·캘리포니아)도 청문회에 참석했다. 김 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을 향한 미국의 관심은 동맹으로서 당연한 의무”라며 “저 또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내정간섭’ 운운하는 한국 내 주장에 김 의원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친구라면 서로 더 잘되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 즉, 미국은 한국의 친구이므로 이번 사안(대북전단금지법)을 논의할 많은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라 잭슨 리 의원(민주·텍사스) 또한 “미국과 한국이 친구라는 점은 잘 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시민의 권리, 인권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 그리고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건설적 협력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했다.

    대북전단금지법 반대 증인들 “김정은 뜻 거스르지 않으려는 文정부의 법”
  • 과거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날리는 모습. ⓒ뉴데일리 DB.
    ▲ 과거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날리는 모습. ⓒ뉴데일리 DB.
    이날 청문회에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와 고든 창 변호사,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와 대북전단금지법을 지지하는 전수미 변호사,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러시아대사를 지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정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문재인정부의 노력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자유를 침해하는 한국 법들 가운데 미국이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 이 명예교수는 “이 법은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는 유엔의 노력을 지지하지 않는 문재인정부의 지속적인 노력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 명예교수는 그러면서 “이런 행동은 김정은의 뜻에 반하지 않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대북전단과 의료용 마스크, USB 드라이브 등을 들고 나와 “이것이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이 보내는 물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숄티 대표는 “위협을 가하는 쪽은 북한”이라며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외부정보를 전달하려 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고든 창 변호사는 “한국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공격받는다”면서 “남북통일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단히 중요한 목표가 된 것이 그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창 변호사는 “불행하게도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통일된 체제에서 시민의 권리는 안전하지 못하다”며 “문 대통령은 자유를 제한하고, 민주적 통치개념을 공격한다. 그는 외교정책도 중국과 북한에 편향적으로 급격히 바꿔 한국에서 시민의 권리는 이미 약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북전단금지법 찬성 증인들 “대북전단, 접경지역 주민 위험에 빠뜨려”

    방송에 따르면, 대북전단금지법 찬성 측 증인들은 문재인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전수미 변호사는 2014년 10월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용 기구를 향해 고사총을 발사했던 사건을 언급한 뒤 “남북 접경지역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 때문에 남북 간에) 더 큰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또 “대북전단이 불필요하게 과격한 내용을 담았다”고 비판했다.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대북전단 문제에 관한 미국 의회의 관여는 정치적일 수 있다”면서 “대북전단에 관한 미국의 개입은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향한 관심과 직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공동의장인 스미스 의원은 이날 “우리는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런 일들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며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가 더 열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