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BOD·총인(T-P) 값 곳곳서 악화" 자체 조사… 박석순 교수 "지금이라도 빨리 재검토해야"
  • ▲ 금강수계 보 및 유입 지류 유기물·영양염류 등 추이. 자료=환경부. ⓒ김수정 디자이너
    ▲ 금강수계 보 및 유입 지류 유기물·영양염류 등 추이. 자료=환경부. ⓒ김수정 디자이너
    정부가 금강·영산강 보를 해체한 후 수질이 오히려 나빠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으면서도 보 해체는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환경부는 13일 보도자료에서 "금강 세종·공주보는 개방 후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총인(T-P) 평균값이 개방 전 대비 유사하거나 증가했다"고 명시했으면서도 "보 개방으로 물 흐름이 개선되면서 여러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모순적 평가를 내놨다. 

    환경부는 금강·영산강·낙동강 등에서 개방한 11개 보를 대상으로 2017년 6월부터 2020년 하반기까지 관측한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환경부는 먼저 녹조가 줄어든 현상을 보 해체의 성과로 강조했다. 환경부는 "예년(2013~17)과 유사한 기상조건이었던 2019년 금강·영산강에서 녹조가 예년평균과 비교할 때 95% 이상 감소했다"며 "이는 보 개방으로 체류시간이 최대 88% 짧아지고 물살이 최대 813% 빨라지는 등 물 흐름이 개선된 영향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환경부 "보 개방하니 녹조 줄고, 희귀동물 돌아와"

    환경부는 또 "물살이 빠르고 깨끗한 모래가 깔린 수역에서만 서식하는 흰수마자가 공주보 상·하류에서도 관측되어 서식범위가 확대되었다"고 설명했다. "보 개방 후 광범위하게 조성된 모래톱·하중도·습지·식생대 등이 광범위하게 조성됐다"는 점도 보 개방의 성과로 들었다.

    하지만 4대강 보 해체를 지속적으로 반대해온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부가 드러난 현상을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먼저 녹조가 줄었다는 환경부의 설명과 관련, 박 교수는 "녹조는 일조량과 수온의 영향을 받는다. 2019년에서 2020년간 여름이 워낙 비가 많이 오고 수온이 내려가 녹조가 줄어든 것"이라며 "보 해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박석순 교수 "환경부, 드러난 현상을 잘못 판단해"

    박 교수는 모래톱과 관련해서도 환경부와 다른 평가를 내놨다. 박 교수는 "모래톱은 원래 지천에 생긴다. 큰 강에 모래톱이 생겼다는 것은 가뭄이 들었다는 것인데 모래톱 생겼다고 좋아한다니 참 희한한 노릇"이라고 반박했다.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이 돌아왔다는 설명에도 박 교수는 "흰수마자는 원래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개천에 사는 어류라 큰 강에는 서식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그런데 흰수마자가 돌아왔다니 큰 강을 도랑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환경부의 보도자료에는 보 개방이 수질을 악화했다는 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영산강 승촌보의 경우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보 개방 전 4.5mg/L이었던 것이 개방 후에는 5.5mg/L로 늘었다. 죽산보는 3.6mg/L에서 4.9mg/L로 늘었다. 물속에 포함된 인화합물의 농도인 총인(T-P)값도 갑천/대청댐·미호천, 금강 세종보·공주보·백제보 모두에서 보 개방 후 수치가 올라갔다.

    환경부, 수질 악화 인정해 놓고 "보 해체 계속"… "수사받을 것"
    그런데도 환경부는 "보 해체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보를 개방하면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가정하고 경제성 평가를 했는데,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을 불러 수질이 악화된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수질 악화가 드러났는데도 보 해체를 계속 강행하면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려 했다가 검찰·감사원의 수사를 받는 것과 똑같은 꼴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