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쾌거
  • 배우 윤여정(75·사진)이 한국 배우 최초이자 아시아 배우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ritish Academy Film Awards, BAFTA)'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The Handmaiden)'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이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적은 있으나, 한국 배우가 연기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인들이 좋은 배우로 인정해줘 감사… 매우 특별한 상 받았다"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는 12일 오전 3시(한국시각)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에서 비대면으로 개최된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한국 배우 윤여정을 호명했다. 윤여정은 재미교포 리 아이작 정(Lee Isaac Chung,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Minari)'에서 할머니 '순자' 역으로 열연했다.

    이날 온라인으로 시상식에 참석한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안녕하세요. 한국 배우 윤여정입니다"라고 영어로 인사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후보로 지명돼서 영광…, 아니 이제는 수상자가 됐군요"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먼저 윤여정은 지난 9일 사망한 필립공(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남편)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하며 슬픔에 빠진 영국인들을 위로했다.

    이어 "이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Thank you so much for this award)"고 말문을 연 그는 "모든 상은 의미가 있지만, 이번 상은 특히 고상한 체하는(속물적인) 사람들로 알려진 영국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라 매우 기쁘다. 저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 주셔서 감사하다(Every award is meaningful, but this one, especially being recognized by British people, known as snobbish people and they approve me as a good actor, I am very happy. Thank you so much)"고 말해 참석자들을 깜짝 놀하게 했다.

    윤여정의 돌발적인 수상 소감에 시상식 공동 진행자인 더멋 오리어리(Dermot O'Leary)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고, 이를 온라인으로 지켜본 참석자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오스카 수상 가능성? 지금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겠는데…"

    시상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중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윤여정에게 방금 전 했던 발언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 남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아마도 매우 정확한)견해가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도 물었다.

    이에 윤여정은 "영국인들이 고상한 체한다고 느꼈다는 발언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Yes it comes from personal experience)"이라며 "이전에 영국을 여러 번 방문했고 10년 전 배우로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펠로우십을 했다(I’ve visited Britain a lot of times and I had a fellowship in a Cambridge college ten years ago as an actor)"고 말했다.

    그는 "당시 영국인들이 속물적이라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Somehow it felt every snobbish, but not in a bad way)"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영국인들은 자부심이 있는데, 아시안 여성으로서 그런 사람들이 고상한 체한다고 느꼈고, 그게 제 솔직한 심정(You have a long history and then you have your pride. As an Asian woman, I felt these people are very snobbish, that’s my honest feeling)"이라고 밝혔다.

    버라이어티는 앞서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OSCAR)'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배우조합 시상식(Screen Actors Guild Awards)'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을 거론하며 오는 25일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버라이어티는 "그러나 이 배우는 그렇게 멀리 내다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그는 오스카상을 받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저는 한국에서만 오랫동안 활동하고 유명했지, 오스카나 BAFTA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따라서 지금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묻지 말아달라(I don’t know anything about Oscars or BAFTAs. In Korea I’ve been in this business such a long time, I’m very famous domestic-wise, not internationally. I don’t know what’s going on now, I don’t know what’s happening to me. So don’t ask me)'고 했다"고 전했다.

    英아카데미 시상식서 연기상 수상… 93회 오스카 수상 '청신호'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는 이날 감독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캐스팅상, 외국어영화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아쉽게도 여우조연상 단일 수상으로 그쳤다. 

    이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클로이 자오(Chloe Zhao) 감독이 연출한 '노매드랜드(Nomadland)'는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촬영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남우주연상은 '더 파더(The Father)'의 안소니 홉킨스(Anthony Hopkins), 외국어영화상은 덴마크 영화 '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가 차지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함께 영·미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 개최돼 아카데미의 '판도'를 점치는 잣대로 간주된다. 

    '미나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 [사진 출처 =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트위터 / BBC ONE LIVE / 판씨네마·국외자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