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700억 中 김치 사주고도 '실사 요청' 무시당해… '굴욕외교' 보도하자 "허위" 반박"中에 100번이라도 연락 취해야" 저자세… "그것이 신청인(식약처)의 존재이유" 주장도
  • ▲ 김강립 식약처장. ⓒ뉴시스
    ▲ 김강립 식약처장. ⓒ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의 '중국은 대국, 한국은 속국' 발언이 국민적 분노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 같은 사대주의(事大主義) 현상이 직원 개인뿐만 아니라 식약처 조직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속국외교'를 연상케 하는 식약처의 낮은 자세는, 중국을 상대로 '굴욕외교'를 지적한 본지 보도와 관련해 최근 식약처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정정보도 청구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본지는 지난달 23일 "식약처가 중국산 김치의 HACCP(해썹,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적용을 위해 지난해 총 여덟 차례에 걸쳐 현지조사 협조요청을 담은 서한을 보냈고, 올해 3월에도 한 차례 '알몸김치' 논란과 관련해 관리 강화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중국이 한 번도 답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식약처 현지실사과는 지난해 1월22일 중국에 서한을 보내 "해썹 인증 방식 및 인증 절차 논의를 위한 실무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답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두 달 뒤인 지난해 3월10일 다시 서한을 보내 "실무회의를 4월에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이 서한에도 중국의 답은 없었다.

    그러자 식약처는 지난해 5월12일 다시 서한을 보내 "화상으로 실무회의를 갖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6월18일에는 "한국의 소비자단체가 현지 실사에 참관하는 것이 가능하냐"고도 물었다. 중국은 그러나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식약처는 지난해 7월1일 다시 서한을 보내 "한국에 5000t 이상 김치를 수출한 제조업체 목록을 보내니, 해썹 기술지원 시범사업 업소를 선정해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7월24일에도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이를 모두 무시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7일에는 "중국 해관총서 수출입식품안전국 식품안전2처장과 유선전화 소통을 희망한다"면서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했다. 중국 측은 이마저도 무시해 버렸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14일 유사한 내용의 서한을 다시 보냈다. 중국은 또 대답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국내에서 '알몸김치' 논란이 커지자 지난 3월17일 중국에 다시 서한을 보내 김치 제조업체 관리 실태를 요청했다. 이에 중국은 3월22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무회의→ 서면심사→ 화상회의→ 연락처라도...

    중국산 김치가 현지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식약처는 이런 식으로 지난 1년간 중국에 총 아홉 차례 외교서한을 보냈다. 그러면서 해썹 인증 관련 실무회의 요구는 서면심사로, 서면심사 요구는 화상회의로, 화상회의 요구는 연락처라도 알려 달라는 요청으로 완화됐다. 

    이 같은 요청은 중국 측으로부터 모두 무시당했다. 이를 두고 '굴욕외교'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식약처는 해당 보도와 관련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면서 "공식적인 서한 등을 교환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소통이 가능한 '핫라인'을 갖고 있다"며 "보도는 완전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소통창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피신청인(본지)이 몰랐다면 그야말로 성실한 취재의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외교 관례나 시스템에 대해 무지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고 "알면서도 보도했다면 이는 허위사실을 통해 악의적으로 신청인(식약처)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식약처는 중국에 아홉 차례 서한을 보낸 것과 관련 "지난 1년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결국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중국 측과 김치 해썹 의무화에 대한 양국 간 협의를 주도하는 쪽은 결국 신청인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더니 돌연 중국을 상대로 저자세 외교 인식을 드러냈다. 식약처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산 김치가 연간 30만t가량 수입되고, 가정집 이외 식당에서는 단가 문제로 거의 중국산 수입김치를 사용하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수입식품에 대한 안전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1년에 여덟 차례(2020년 8회, 2021년 1회, 총 9회 서한)가 아니라 100차례라도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그것이 신청인의 존재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는 언중위에 제출한 공식 문서에 담긴 주장이라는 점에서, 식약처 직원 개인이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라는 조직 전체의 공식적 견해로 해석된다. 
  • ▲ 중국인이 알몸 상태에서 배추를 절이는 동영상 사진 캡처. ⓒ웨이보
    ▲ 중국인이 알몸 상태에서 배추를 절이는 동영상 사진 캡처. ⓒ웨이보
    연 1억5242만 달러 수입... 최대수입국의 저자세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김치는 1억5242만 달러(1718억원)어치로, 전체 김치 수입액의 99.9%에 달한다. 중국에 우리나라는, 연간 30만t에 달하는 자국 김치를 구매하는 '최대 고객'인 셈이다. 

    '고객은 왕'이라는 말은 국제무역이나 기업 간 상거래뿐만 아니라 시장(市場)바닥에서도 통하는 가장 기본적 상식이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중국으로부터 '왕' 대접은커녕 1년 새 총 아홉 번이나 무시당하고도 "100차례라도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속국의 신하' 같은 태도를 취했다. 

    식약처는 나아가 "그것이 신청인의 존재이유"라고 밝혔다. 반면, 본지를 향해서는 "신청인의 절박한 입장을 언론으로서의 성실한 취재의무와 사실관계에 대한 검토의무는 도외시한 채 교묘하게 이용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면서 "국민들을 불안에 빠지게 하고 신청인의 업무수행 전문성까지 의심받도록 하는 위법을 저질렀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식약처는 "나아가 대(對)중국 식품 관련 외교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위험을 야기하여 우리나라 식품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국익을 침해했다"면서 "이로 인해 신청인의 수입식품 안전관리 업무에 커다란 부담을 안김과 동시에 국민들의 건강권 또한 위협했다"고도 했다.

    식약처는 본지의 지난 1일자 <[단독] '中 알몸김치' 관리책임 식약처 대변인실… "중국은 대국, 한국은 속국" 황당발언> 보도와 관련 A4용지 2분의 1장 분량의 공식 성명을 내고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식약처가 본지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청구서는 그 90배가 넘는 A4용지 46장 분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