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필수적인 일 아니면 귀국하라”… 반쿠데타 진영,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연합
  • ▲ 군경에게 피격당한 사람을 옮기는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군경에게 피격당한 사람을 옮기는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일(현지시간) 미얀마 군경의 총격을 받았던 신한은행 현지 여직원이 결국 숨졌다. 외교부는 교민들의 긴급 철수를 당부한 상태다. 이날까지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진 사람은 최소 543명이라고 현지 인권단체가 밝혔다. 반쿠데타 진영은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함께 군부에 대항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경에 피격당한 신한은행 현지 직원, 결국 숨져

    지난 3월 31일 오후 5시경(이하 현지시간) 미얀마 군경이 쏜 총에 맞은 현지 여직원이 병원에서 치료 도중 사망했다고 신한은행이 2일 밝혔다. 미얀마 양곤 지점에서 근무하던 해당 여직원은 통근버스를 타고 퇴근하던 중 군경이 쏜 총에 피격됐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신한은행은 이번 일을 계기로 위기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고, 현지 주재원들의 단계적 철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9개 은행을 포함해 20여개 금융사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는 “현지 상황에 따라 영업점 임시 폐쇄, 재택근무 전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주재원의 단계적 철수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필요할 때는 당국이 나서 긴급조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필수적인 업무가 아닌 경우 한국인 귀국해 달라”

    외교부도 지난 1일 “미얀마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필수적인 업무가 아닌 경우에는 신속하게 귀국해 달라”고 당부했다. “긴급철수 명령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지만 현지 교민들과 주재원들은 크게 불안해하며 귀국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일과 13일 인천행 미얀마 국제항공(MAI) 임시 항공편이 1일 일찌감치 100% 예약이 완료됐다”고 <연합뉴스>가 2일 보도했다. 주 2회 인천~양곤을 오가는 MAI 임시 여객기는 현재 미얀마에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항공편이다. 통신은 “유혈사태 악화로 미얀마 대탈출이 시작되자 한국행 임시항공편이 꽉 차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군경에 살해된 사람, 어린이 43명 포함 최소 543명…유엔 특사 “피바다 임박”

    미얀마 군경의 반쿠데타 시위대 진압은 이제 민간인 학살로 변하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AP)’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미얀마 군경에 살해된 사람은 최소 543명이다. 국제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날 “미얀마 군경에 의한 사망자 가운데 최소 43명이 어린이”라는 성명을 내놨다. 현지에서는 “미얀마 군경이 숨진 사람의 시신을 훔쳐가 불에 태우는 등 증거인멸까지 하고 있어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 3월 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회의에 출석해 “미얀마 군부의 잔혹 행위가 심각하고, 소수민족 무장세력 다수가 군부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며 “전례 없는 규모의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중”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부르게너 특사는 “피바다가 임박했다”면서 “군부의 만행을 막지 않으면 세계는 앞으로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반쿠데타 진영 CRPH,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손잡아…내전 임박

    부르게너 특사의 말처럼 반쿠데타 진영은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손을 잡고 군부에 대항하기로 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지난 1일 “반쿠데타 진영이 모인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국가통합정부를 수립했다”고 전했다. CRPH는 “2008년 군부가 제정한 현행 헌법을 폐기한다”고 선언한 뒤 “통합정부는 연방 민주주의 헌장에 따라 모든 민주주의 세력의 연립 정부이자 집단 지도체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합정부는 각 소수민족 지도자들에게 더 큰 권력을 이양할 것이며, 장관보다 높은 자리를 줄 것”이라고 CRPH는 덧붙였다.

    여기에 호응하듯 카렌민족연합, 카친독립군 등 소수민족 무장세력은 미얀마 곳곳에서 군경 시설을 습격하고 있다. 7만5000여명에 달하는 소수민족 무장세력은 수십 년 동안 군부와 싸워온 때문에 잘 훈련된 편이다. 35만명의 미얀마 정규군과 내전을 벌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반쿠데타 진영과 소수민족 무장세력이 연합하자 부담스러웠는지 미얀마 군부는 지난 3월 31일 국영방송 MRTV를 통해 “4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무장단체와 휴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명분은 ‘틴잔 물축제’였다. 그러나 반쿠데타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은 그치지 않고 있다.